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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 피오리나, 그녀에게서 배운다_02

고래의노래 2007. 6. 14. 23:22

칼리 피오리나의 자서전에는 반갑게도 한국에서의 출장 이야기도 들어있다.
물론 그 이야기의 핵심은 "접대문화"이다.  여성 간부로써(그것도 외국인!) 90년대 초반의 한국식 접대문화를 경험했던 그녀의 경험이 재밌게 쓰여져 있다. 아래의 그 부분의 인용이다.



효과적인 협상을 이끌어내고 싶다면, 상대가 누군지 알아야 한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을 존중함으로써 그들에게 존경을 표하고, 신뢰를 쌓을 시간을 가져야 한다. 신뢰와 존경은 성공적인 협의의 토대이며, 합의하지 못하는 동안 사람들을 감정적으로 한데 엮어주는 토대이다....(중략)

아시아 문화권에서는 함께 술을 마시면서 신뢰와 존경이 쌓인다. 사무실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벗어나서 맑은 정신이 흐트러지면, 누구나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된다. 그러면 상대의 스태미너와 끈기, 판단력을 가늠할 수 있다. 1990년대 초반 아시아 국가들의 술 마시는 관습은 아주 두드러졌다...(중략) 우리는 한국의 재벌인 럭키 금성 그룹과 중요한 제휴 사업을 했다....(중략)오후 4시경에 사장의 보좌관이 내 뒤로 다가오더니 귀에 대고 속삭였다. "피오리나씨, 저희 사장님꼐서 전통 한국식으로 접대하실 거라는 접을 알려드려야겠습니다. 사장님께서 피오리나 씨께 남자를 원하는지 여쭤보라십니다."

(중략) 나는 이런 술자리 문화를 존경하게 되었다. 그 덕분에 중국에서 좋은 친구들을 사귀었다. 신뢰, 존중, 함께 나눈 경험이 비지니스를 한결 수월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사실이다. 상대방의 관습에 참여하면 상호 이해의 토대가 마련된다는 것도 맞는 말이다.
- 칼리 피오리나, 힘든 선택들 [해냄]

 


 

분명 그녀는 "접대"를 준비하기 위한 사전질문부터 당황스러워했고, 많이 걱정하며 그 자리에 참석했다.
하지만 결국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자 하는 그녀의 마음가짐이 좋은 결과를 낳게 되었다.

전통적(?)인 한국의 접대문화에 대해 찬성하는 편은 아니다.  칼리 피오리나가 겪은 접대의 레벨은 아주 퇴폐적인 수준이 아니었지만, 그 시절에는 꽤 퇴폐적인 접대까지도 있었다고 알고 있다.
한 인간을 "상납품"으로 전락시키는 정도의 접대는 그 대상이 남자든 여자든 치를 떨만한 일이다.

누구나 어떠한 경우에라도 지켜야한다고 생각하는 가치관이 있을 것이다. 그 가치와 철학은 상대가 어떠한 사람이라도 바꾸거나 강요할 수 없다. 가치관은 분명 행동 하나하나의 방향성을 지정해주는 조정키와 같은 역할을 하지만, 함께 사는 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여러 사람의 가치관이 충돌되지 않고 서로 포용될 수 있는 합의점을 찾는 일이다.

칼리 피오리나는 뚜렷한 가치관을 가지면서도 열린 마음을 가지고 상황에 대처했다.
아시아 문화권의 이러한 술문화가 가지는 장점을 발견해 내었으며 이 점을 활용하여 인맥을 더 넓힐 수 있었다.
그녀에게서 배우는 두번째 교훈 - 이러한 스마트함!  세상에 대해 마음을 열되 자신의 영혼을 지키는 것!
사회생활을 하고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자주 생각하게 되는 문제이다.

아주 긴 내용이라서 다 인용하지는 못했지만, 그녀의 한국식 접대문화 경험 이야기는 맛깔나고 재밌있다. 관심있는 분들은 꼭 읽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