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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노래의 사는 이야기/하루歌

옛 왕들의 놀이터, 옥류천을 다녀오다.

고래의노래 2008. 8. 31. 15:57
몇 년 전부터 일반 대중에게 제한적으로 공개되고 있는 창덕궁의 비원.
그 이름도 이름이거니와 마음대로 드나들 수 없다는 제한때문에 더욱 호기심이 드는 곳이었다.
게다가 세계문화유산이지 않은가!!!

사실 대학교 때 상경한 이후로 창경궁, 덕수궁 등 여러 궁궐들을 다녀보았지만,
경복궁과 덕수궁을 제외하고는 왠지 잘 분간이 안되는 상태..-_-
하지만 창덕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목요일 자유관람일을 제외하고 다른 요일에는 가이드와 함께하는 제한적인 관람만 가능하다는 옥류천 코스를 다녀왔다. 인터넷으로 해당 요일에 대한 예약을 받고 있는데 하루에 3번 이루어지는 관람의 한 회 제한 인원은 30명 정도. 하지만 아주 경쟁이 치열한 것은 아니어서 일주일 정도 여유를 둔다면 충분히 인터넷 예약이 가능한 듯 싶다.

3km 정도를 걸어야 한다는 말에 일부러 비가 올 예정이라는 일요일로 예약을 잡았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햇볕 쨍쨍 아스팔트 쩔쩔 이었다. ;;;
게다가 우리가 예약한 시간은 가장 덥다는 1시~3시 타임. 오 마이!!!
임신한 뒤로 더위에 쥐약이 된 처라 많이 두려웠으나 어쨋든 출발.

9001 번 버스를 타고 종로 3가쪽에서 내려 인사동에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창덕궁까지 걸어갔다. 인사동에서 창덕궁까지는 도보로 20~30분 정도(임산부 걸음걸이 기준~)

12시 반 정도에 도착하여 예약된 티켓을 산 후 (1인당 5,000원) 근처의 휴게소에서
에어컨 바람쐬며 몸을 충분히 냉각시켰다.
(예약시간 20분 전에 예약된 티켓을 구매하지 않으면 예약이 취소되고 취소된 표는 바로 현장구매 가능한 여분으로 전환된다고 한다. )

드디어 1시에 칼같이 관람 시작!
특별관람자임을 증명하는 명찰을 목에 달고 개량한복을 입은 가이드 분을 따라 부지런히 움직였다.

옥류천 코스는 창덕궁의 본관(?) 등 주요 건물들은 자세하게 보지 않고 그냥 지나가게 된다.
하지만 창덕궁에 처음 온다는 관람객이 있자 지나가면서 건물들을 간단히 설명해 주셨는데
무엇보다도 인정전 지붕에 있는 오얏꽃(자두꽃) 무늬가 인상적이었다.
나중에 와서 검색을 해보니 이 꽃 무늬에 대해서 일제시대 강압에 의한 것이라는 이야기와 대한제국 때
독립국임을 과시하기위해 오얏꽃을 왕실의 상징으로 쓰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로 서로 대립되고 있는 듯 한데
가이드의 설명으로는 후자 쪽인 듯 했다.

흔히 비원의 상징적인 배경으로 여겨지는 부용지를 지나(역시 우리 커플, 사진은 찍지 않았다. ^^;)
출입이 제한되고 있는 구역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정말로 더운 날씨였음에도 수풀이 우거져 있어서 후원 곳곳은 서늘한 기운마저 들었다.
위대한 자연의 에어컨이여~~~-ㅂ-/

가이드 분이 관람지에 대해 열밋히 설명하셨으나
현수와 나는 마치 영지버섯처럼 생긴 커다란 버섯이 있어서 한참을 그 버섯 바라보느라 넋을 잃었다.
(근데 정말 영지버섯인 듯 싶었다. 물론 채취를 시도하다가는 붙잡혀 가겠지만~)

그 후 여러 연못과 정자를 계속 지나게 되었는데, 나무 열매 하나, 도토리 하나도 건드리지 못하게 하셨다.
창덕궁은 자연그대로의 보존이 가장 우선시 되는 지역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곳에는 특히 영.정조때의 건물과 글씨들이 많았는데, 그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때마다
이서진의 얼굴이 생각났다. ^^ 미디어의 힘이란~

아래부터가 관람코스의 제목이기도 한 "옥류천"
커다란 바위위에 U자형 홈을 파고 흐르게 하여 자그마한 폭포가 만들어지게 한 것인데
옥류천이라는 이름이 새겨진 바위의 왼쪽 머리 부근에 잎이 하나 떨어져 있어서
마치 깻잎머리 여고생같은 분위기~ 귀여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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깻잎머리 옥류천, 사실 이렇게 희화하기에는 너무나도 고즈넉하고 포근한 분위기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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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데 들이대시는(^^) 신랑. 목에 건 것이 특별관람객임을 증명해주는 명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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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류천 근처에 있는 주목나무 열매. 빨간 열매와 초록 잎이 대조되어 마치 크리스마스 트리같은 분위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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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철에 풍년을 기원하며 왕이 직접 추수시범을 하는 농경지.
본래 있던 것은 아닌데 옥류천 부근을 정비하면서 새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매년 신청한 시민 중 몇명을 초대해 직접 벼를 배는 문화제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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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모를 꽃. 접사가 되는 카메라를 산 뒤로 유난히 꽃 접사에 집착하고 있는 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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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예쁜 보라색 열매. 인공적이라는 느낌이 들 만큼 자연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보라색이어서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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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사진 한 방 찍어놓고 가야하지 않겠냐고 찍은 사진.
나중에 꿍이에게 보여주려고 볼록한 배를 증명하기 위함이었는데 정면에서 찍어서 별로 티가 안난다. ;;;
찍을 때는 몰랐는데 나무가 운치있다. 창덕궁에는 이렇게 기괴한 모습으로 틀어진 나무들이 많았다.

평소와는 다른 자극을 추구하는 유희를 위한 장소인데도, 창덕궁의 후원은 여전히 옛것의 안정감을 가지고 있다.
요즈음의 자극이 그 도가 지나치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것도 "역사"에 대한 내가 가진 선입관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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