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부르는 노래
설득의 근거를 찾아서 - 통계의 미학 본문
통계의 미학 - 최제호 지음/동아시아 |
스스로 일하고 싶은 동기를 확실하게 부여해주었던 상사가 있던 시절, 회사에서는 근무시간 중 또는 근무시간 후에 스터디 모임이 있었다. 그 모임들 중 가장 야심차게 준비되고 진행되었던 것이 바로 '통계수업'이었다. 어떤 회사라도 그렇겠지만, 윗 분들은 일을 진행함에 있어서 시작 전의 근거와 일을 마친 후에 그 효과에 대한 보고를 듣기를 원했고, 직원들은 "수적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 이러한 업무에 대해 항상 난감하게 여기고 있었다. 어디에서도 가르쳐 주지 않아 단지 이리저리 부딪히고 깨져가며 경험으로 체득해야 하는 "숫자놀음"은 말단사원에게나 팀장에게나 어렵기는 마찬가지인 듯 했다. 모든 회사 업무의 기본이 되는 이런 '숫자와의 싸움'에 대한 면역력을 길러주고자 기획되었던 통계 스터디는 준비된 교재의 3강을 미처나가기도 전에 회사 내부 사정으로 중단되어 버렸지만, 보다 효율적이고 제대로 기획되고 진행되는 업무를 위해서 통계에 대한 '개념'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뇌 깊숙히 각인되었었다. 업무 중에 '막막한 감정'이 지속되면서 스터디 모임이 아니더라도 혼자 공부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사게 된 책이 '통계의 미학'이었다. 문과이지만, 나름 통계와 관련있다는 사회학, 심리학을 전공했던 터라 자료 수집과 해석의 중요성, 통계 프로그램의 운영에 대해서 귓가에 스치는 봄바람처럼 들은 적은 있었다. -_-;; 하지만 졸업한지 몇년이던가...그리하여 통계의 기본 '태도'부터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에 고르게 된 책이었는데 아주 만족스러웠다. 데이터 수집과 자료분석의 다양한 기술 들, 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오류에 빠지지 않는 방법 등 통계의 기본을 예제와 함께 매우 쉽게 설명해주고 있으며 가장 중요하게는 통계를 업무에 활용할 때의 주의점을 배울 수 있다. 책은 크게 4가지 주제로 구분되어 있는데, 저자가 글을 쓰기 시작할 단계부터 어느 정도 수준의 독자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는지 명확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주제 구분도 분명할 뿐 아니라 그 전개방식도 매끄럽다. 읽는 내내 유려하게 흘러가는 강의를 듣는 기분이었다. 때로 어떤 책들은 과연 저자가 자신이 하고 있는 얘기를 이해하고 있는 걸까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의미"와 "이해"가 중요시되고 있는 현 시대에 다시 숫자를 들여대 보는 것이 '밴댕이 속알'이 되는 느낌이 들어 이제까지 내내 무시해 왔는지도 모르겠다. 숫자로 판단한다는 것은 사실 굉장히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신중을 기해야 한다. 단지 숫자로 가치를 대표한다기 보다 가치를 진정 가치롭게 하기 위한 근거를 위해 이 '숫자놀음'은 여전히 유효한 것일게다. 나중에 일을 시작하게 되면 다시 한 번 읽어보아야 겠다. |
http://whalesong.tistory.com2008-08-07T14:42:3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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