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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한국미술_미술의 표정 전

고래의노래 2008. 6. 28. 12:25
<미술전시 기획자들의 12가지 이야기>를 읽고 전시기획자라는 직업에 대해 생각해 보고 있는 즈음에 보게 된 전시여서 느낌이 남달랐다.
 
짜임새 있게 기획된 전시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우선 동선이 확실하지 않았고 관람객들을 우왕좌앙하게 만들었는데,
하나의 전시 주제가 각 작품에 고르게 배열되어 있는 경우라면 모를까,
이번처럼 4개의 소주제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는 전시에서
동선을 따라 움직인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관객들은 순차적인 관람흐름 속에서 큰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전시에서는 커다란 공간에 이리저리 방향이 뚫려있어서 과연 어디를 먼저 봐야하는 것인지 내내 혼란스러웠다.
 
전시 제목 선정도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늘의 한국미술_미술의 표정>이라는 말에서 어디에 주목을 해야할지 헷갈린다.
실제로 경비아저씨에게 미술관의 위치를 묻는데 전시제목이 정확히 생각나지 않아.
"음..그 무슨 표정..."이라고 이야기했을 정도이다.
강조하고자 하는 것이 "한국" 이 아니라 "미술의 표정" 즉 미술이 표현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한국"에 대한 이야기는 과감하게 빼는게 어땠을까.
게다가 대표작으로 팜플렛과 포스터에 활용한 작품이 갖가지 "얼굴 표정"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어서
전시 제목을 "한국의 표정"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꽤있었으리라 생각된다.
실제로 처음 "형태의 표정" 부분에서는 얼굴 표정에 대한 작품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전시 중반으로 가기 전까지 이를 눈치채기가 쉽지 않다. -_-
 
전시는 <형태의 표정> <빛&색채의 표정> <움직임의 표정> <공간의 표정>
이렇게 4가지 미술의 표현방식을 소주제로 다루고 있는데, 각 주제가 적절하게 전달되지 않았다.
<형태의 표정>에서는 기획주제가 이야기하는 다양한 형태의 성질이 부각되지 않았다.
좀 더 재료와 주제의 연결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빛&색채의 표정> 에서는 "빛"을 이야기하지만 전혀 "빛"을 활용하고 있지 않은 작품도 있었다.
<움직임의 표정>은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한 주제임에도 이를 활용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공간의 표정>은 공간을 소극적으로만 이용하여 효과가 극적이지 않았다.
 
물론 큐레이터의 의도는 거창하고 세밀하게 모든 주제를 전달하기 보다
오늘날 주목받는 한국의 작가들 작품을 기획주제별로 구분하여 보여주는 것에 더 의미를 두었을 수도 있다.
 
그래도 관람객의 입장에서는 전시회와 뚜렷하고 강하게 소통되었다는 느낌이 없어 안타까왔다.
심지어 전시회 보는 내내 꿍이는 한번도 움직이지 않았다는 거..-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