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부르는 노래

우주로부터의 귀환 - 우주가 건네준 이야기들 본문

삶이 글이 될 때/읽고 보다

우주로부터의 귀환 - 우주가 건네준 이야기들

고래의노래 2008. 6. 23. 12:18

우주를 다녀온 미국 우주 비행사들의 우주체험 뒤의 변화에 대한 고백이 이어진다.
이 책은 그 변화를 아래의 4가지로 나누어 이야기하고 있다.
 
- 신에게 귀의
- 사업가, 정치가로의 변신
- 극심한 정서적 변화로 인한 고통
- 우주 자체 본질에 대한 믿음
 
이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 지구궤도만을 비행하는 것과 지구 궤도를 벗어나 지구를 바라보는 것과의 차이
- 우주 비행동안 사색할 시간이 있는가의 여부
- 우주 유영의 경험이 있는가의 여부
에 따라 그 경험결과가 굉장히 다르다는 것이었다.
 
지구궤도를 돈다는 것은 지구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 그저 먼 곳에서 땅을 내려다보는 느낌, 비행기에서의 느낌이 조금 더 확장된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이 궤도를 벗어나 지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지점까지 떠나게 되면 그제서야 "우주"에 있음을 "지구"의 존재감을 느끼게 된다.
 
우주비행동안에 우주인은 타이트한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잠시 짬을 내어
우주와 인간에 대해 고민해볼 시간조차 없을 때가 많다. 지구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았더라도 그것에 대해 사유할 시간이 없었다는 그것은 죽은 체험이다.
 
우주선 밖으로 나가 생으로 "우주"를 경험한다는 것은 굉장한 체험이다.
우주를 온 몸으로 느끼고 심지어 자신까지도 잃어버릴 "무아"의 체험이다.
이 때는 우주선 안에서 들리던 온갖 소음도 없고 시야도 더 트이게 된다. 우주에 압도당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들로 유추해 보았을 때 이소연씨의 우주체험은
지구궤도 안에서 매우 타이트하게 진행되었기 때문에 이들만큼 임팩트있는 경험은 아니었으리라 생각된다. 물론 그 경험 자체만으로도 경험을 했다, 안 했다!의 엄청난 차이지만 말이다.
 
이 책에서는 각 우주인들의 경험에 대한 사전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 많은 페이지를 할애한다.
성경 해석에 유연한 감리교과 원리주의를 따르는 침례교의 차이와 역사를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하마터면 이 책을 중단할 뻔 했다. ㅜ.ㅠ
 
흥미로운 것은 "우주 자체의 본질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돌아온 몇몇 우주인의 경험담이었다.
이들은 우리가 예수, 부처라고 부르는 개별 형태의 신은 존재하지 않되, 이 사상들이 모두 하나의 진리를 이야기하고 있으며 그것은 우주가 하나의 커다란 의식체로써 작용한다고 믿었다.
그리고 이 의식의 일부분인 인간에게 어떠한 한계도 없음을 알고 이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한다고 하였는데 이는 요즈음 베스트셀러인 "시크릿"의 이야기와도 통하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우주체험 후 인생의 목표를 잃고 우울증에 빠져 방황하는 삶을 살게되는 버즈 앨드린의 경우에도 많은 공감이 갔다. 오로지 하나의 목표로 살아온 인생에서 그것이 갑자기 실현된 후의 공허함. 그것을 잘 극복하고 곧 다른 목표로의 전환을 적절하게 시도하는 성숙함이 그에게는 없었고, 그래서 그는 우주체험에 대해서는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나의 체험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이렇게 다양하게 해석되고 있었다.
사소한 체험이라도 그것에서 의미를 발견할 줄 아는 것은 그만큼 포용의 그릇이 크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또한 그것은 적극적으로 그 의미를 창출하고자 하는 노력도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특별한 체험이라도 단지 "헤프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나도 언젠가 우주로 가보고 싶다.
 


--------------------------------------------------------------------------------

긴장을 풀고 살아가게 되었다. 세상에 대해 나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 보이겠다는 생각이 없어졌다.
나의 에머지를 밖으로 향하기보다는 안으로 향하여 쏟게 되었다. 가정이나 가족, 나의 내적 정신 상태 같은 것을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되었다. 그 대문에 매일 평화롭고 조용한 생활을 하고 있다. 인생을 즐기고 있다.
- 돈 아이즐리
 
신이란 우주 영혼, 혹은 우주 정신, 우주 지성이라고 해도 좋다. 그것은 하나의 커다란 사유이다.
그 사유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과정이 이 세계이다.
인간의 의식은 그 사유 가운데 일개 스펙트럼에 지나지 않는다.
우주의 본질은 물질이 아니라 영적 지성이다. 이것의 본질이 신이다.

 
인간이랑 자의식을 가진 에고와 보편적 영적 존재의 결합체이다.....
에고에 갇혀있던 자의식이 열려지고, 후자의 존재를 인식하면 인간에게는 무한한 힘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인간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고, 주어진 환경에 종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종속되어 있는 것이다. 정신적인 본질을 의식하면 무한한 힘을 현실화하고, 모든 환경 여건을 초월해 갈 수 있다.
- 에드가 미첼
 
내가 우주선 밖으로 나가 핸드레일을 따라 걷고 있는 사이, 선장인 데이비드 스콧이 사령선에서 이를 촬영하여 연구자료로 삼는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시작할 때가 되었을 떄 갑자기 카메라가 고장을 일으켰다. 스콧은 사령선 안으로 들어가 카메라를 손보기 시작했다. 나는 그것이 고쳐질 때까지 오로지 혼자서 아무 하는 일 없이 우주공간에 남겨졌다. 나에게는 인생에서 가장 충실한 5분이 되었다.
.... 그 때 외에는 경험한 적이 없는 무음의 세계였다....나 자신이 우주 공간 속에 붕 떠 있음을 개달았다. 아래를 보니 지구가 그 곳에 있었다.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자신이 지금 시속 17,000마일로 날고 있는데도 그 속도를 실감할 수 없었다. 완전한 정적이 우주를 지배하고 있고 우주가 그대로 보였다. 자신은 그곳에 혼자 떠 있다. 그 느낌, 그것을 아무리 잘 전달하려 해도 잘할 수 없다....
그것은 내 인생 가운데 가장 고조된 순간이었지만, 에고가 고조되는 순간이 아니라 에고가 소실되는 순간이었다. 종이라는 것을 이만큼 강렬하게 의식했던 건 처음이었다.
- 러셀 슈와이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