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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 평전 - 우주에 부끄럽지 않은 인간 결정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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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 평전 - 우주에 부끄럽지 않은 인간 결정

고래의노래 2008. 6. 19. 12:13

학교 서점에서 산 기억이 있으니 아무리 기깝게 잡아도 산지 5년은 넘은 책이다.
5년 동안 완독을 하지 못했었는데, 며칠 전에 끝내게 되었다.
 
아르헨티나 출생이었던 그는 자신의 나라뿐 아니라 라틴 아메리카 전체를 커다랗게 혁명의 대상으로 보았다. 그러한 사상을 바탕으로 피텔 카스트로와 함께 쿠바 혁명을 성공시키지만,
콩고 혁명이 좌절되고 볼리비아 혁명에서는 사로잡혀 처형당하게 된다.
 
그를 마르크스 주의자라고 정의하기보다 철저한 휴머니스트라고 평가내리는 이유는
인간에 대한 그의 끝없는 희망때문이다.
아래 어록에서 알 수 있듯이 체 게바라 자신은 물론이고 피델 카스트로 역시
공산주의의 모순점에 대해 고민했으며 그들을 둘러싼 상황에 맞게 사상을 실행하고자
꽤 유연한 자세를 취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입장때문에 마르크스 주의지안기 아닌가 하는 질문을 꽤 여러번 받았던 것 같다.
그런데 그 때 했던 이야기가
"마르크스 사상은 분명 현재 개선되고 재해석될 필요가 있지만
지금까지의 역사를 가능하게 한 그 원천임에는 분명하며 이를 부정할 수 없으으로
자신들은 마르크스 주의를 믿는다." 는 것이었다.
 
진실에 대한 탐구를 게을리 하지 않으면서,
윤리적 동기로 생산력을 활용하며
나와 대중과의 교감 속에서 보람을 찾고,
무너져 내리는 정의에 피눈물 흘리는 감성을 가진 "완전한" 인간으로의 개종이
그는 가능하다고 믿었다. 바로 그 자신과 같은 사람말이다.
 
하지만 맨 아래 샤를르 베틀랭의 말처럼 한탄스럽게도 그것은 이상적인 생각이다.
천식으로 투병하면서 게릴라 생활을 했다는 것에서 나는 그의 정신력을 알 수 있었다.
천식으로 숨이 가뿐 것은 발 한발짝 내딛기 힘들 정도의 고통이다.
지금은 거의 나았지만 어렸을 때 내가 천식으로 고생했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그 몸으로 뛰고 총질까지 했다는 것이 믿겨지지가 않는다.
그는 정말 인간을 넘어전 "완전체"였던가 보다...
 
인간의 변화에 대한 그의 끝없는 긍정때문에
책읽는 내내 그의 모습이 예수 또는 부처와 오버랩되었다.
서민들 속으로 들어가 그들 위에 군림하지 않으면서도
우리들 마음 속에 정의의 "신"이 되어버린 사람.
 
이 세상 가장 순수했던 인간 결정.
외계인이 와서 인간 샘플 하나 달라고 하면 그의 일생을 이야기해주고 싶다.
우주에 부끄럽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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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가 당면한 문제는, 기층민중을 헐벗게 만드는 자본주의와
먹고사는 문제는 해결할지 몰라도 자유를 억압하는 공산주의 중에서 택일해야 한다는 겁니다.
자본주의는 인간을 제물로 삼는다. 한편 공산국가는 자유에 관한 한 전체적인 개념때문에
인간의 권리를 희생시킨다. 우리가 그 어느 것도 일률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의 혁명은 쿠바만의 주체적인 혁명이어야 한다
- 카스트로
 
노동의 질에 따라 달리하는 임금체계가 존재할 수 있다는 걸 인장한다 하더라도
임금을 노동의 생산성과 상품의 질을 향상시키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그것은 자본주의적 자극제인다. 이 자극제 대신에 새로운 인간으로 탄생할 수 있는 윤리적 자극제가 대체되어야 한다.
 
마르크스가 자신이 살았던 시대의 자본주의 제도와 사회적 독트린을 분석하고 싶이 고찰했다는 점에서 우리는 몇 가지를 반박할 수 있다.
우리 라틴 아메리카의 상황은 오늘날 거의 받아들이기 힘든 민족과 국가에 대한 엥겔스의 이론에 근거한 마르크스의 분석이나 볼리바르의 해석에도 전적으로 부합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러부터 오류를 저지르게 되더라도 빛나는 진실을 발견한 위대한 인물들은 다만 그들이 인간이라는 걸 증명하고 있을 따름이다.
 
 
젊은 공산주의자의 의무는 본질적으로 새로운 인간형의 완성입니다
새로운 인간형의 완성이라는 말은 최고의 인간에 접근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 최고의 인간은 노동과 학문, 이 세계 모든 민중과의 부단한 연대를 통하여 정제된 인간입니다.
이 지구상 어디선가 무고한 목숨이 꺼져갈 때 고통을 느낄 수 있으리 만치 감성을 계발하여야 하며 자유라는 깃발 아래 분연히 일어설 줄 아는 인간입니다.
- 체 게바라
 
사실 그가 이야기하는 인간이란 순식간에 이루어질 수 없는 인간이었습니다.
체는 자기의 마람대로 모든 사람들이 행동해주길 원했습니다. ....(중략)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지요.
사람들에게 선택의 여지를, 그리고 시간을 남겨놓았어야 했어요...(중략)
그가 꿈꾸었던 새로운 인간이란 너무도 완벽한 로봇이나 다름없는 존재지요. 따라서 그건 일종의 유토피아적 사고였다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 샤를르 베틀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