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부르는 노래
모성애와 폐경기에 대한 치유모임 후 본문
이번 모임에서도 많은 생각거리가 남겨졌다.
먼저, '땅의 어머니'와 '무지개 어머니' 구분에 대한 내 분노에 대해 내가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준숙씨와 현주언니는 그 부분에서 어떤 불편함도 느끼지 않았고 저 구분이 '어머니'로서의 구분이라기보다는 개인적 성향에 따른 구분인 것은 인정하나 단순히 '살림을 좋아하는 엄마', '창조적 활동을 좋아하는 엄마'로 이해했다고 한다. 이 불편함이 의미하는 바가 분명히 있을 것 같다.
친정엄마는 집안일을 깔끔하게 했지만 집안일을 하며 흥겨워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항상 한숨이었다.
나에겐 결혼하지마라고 했고 공부열심히해서 커리어우먼이 되어 성공하길 바랐다.
결혼하면 지겹게할꺼라며 집안일도 돕지 않게했음.
나는 집안살림보다 무언가 배우는걸 더 좋아하는데, 엄마의 요구를 내면화한건 아닐까.
살림을 척척하고 핸드메이드 잘하는 엄마들 부럽지만 실천하기 시작하기 힘들었는데 최근 하나하나 해보고 있다. 해보면서 완벽하지않아도 만족스럽다는 느낌. 공부욕심도 많이 줄어들었다.
온전한 살림으로 가족을 케어하고 싶은 욕구와 개인적인 성장과 배움을 추구하는 욕구,
그리고 그 욕구들 사이에서 내가 잘 하는 것과 잘 하지 못하는 것 사이의 차이를 인지하며 느끼는 혼란.
무언가 정답이 있는걸까. 아니면 이 혼란 자체가 답인걸까.
나중에 아이와 나와의 관계가 내가 꿈꾸는 대로 이루어지기 위해 지금 해야할 일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다른 두 분은 '나만의 인생을 준비하기'로 대답을 하셨는데 나는 '사랑한다고 말하기, 더 안아주기, 더 눈 맞추기'로 대답했다. 아이와의 건강한 관계를 위해서는 엄마 스스로 바로 서야하고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이야기도 아니고 수긍해왔던 부분인데 현재 나의 관점은 아직 '아이를 온전히 사랑하고 포용하는 유아, 아동기 시절의 엄마'에 고정되 있는 듯 하다.
혼자만의 시간을 원하고 아이에게 조금은 차갑고 이성적인 엄마인 점에서 현주언니와 나는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너무나 다른 점도 있었다.
언니는 아이들이 나이가 들어 이제 스스로 할 수 있는 것고 많아지고 점점 독립해나가는 것에 대해서 매우 기뻐하고 있으며 아이를 보듬고 케어해야 하는 시절이 지나고 있음에 안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절이 자신의 성향과 다른 점을 요구하던 때였기에 매우 버거웠음을 이제야 (또 다시 임신할 일은 없기에) 시원스레 고백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했다.
현주언니는 아이들이 나중에 자신을 '그 시절 엄마는 최선을 다 했다.'고 기억해주면 좋겠다고 한다.
아..나는 아직 아니라고 했다. '최선을 다했다'라고 꾸역꾸역 어렵게 이해해야 할 만큼의 기억을 만들어주기 싫다고...그저 엄마를 생각하면 엄청 포근하고 따뜻하지는 않더라도 그저 편안하고 별 생각없고..이 정도이길 바란다고 말이다.
준숙씨는 아이가 나중에 엄마를 자신이 아빠에게 그렇듯 그런 감정으로 미워하면 어쩌지라는 불안이 있다고 했다. 듣고 보니 나도 그런것 같았다. 내가 아이를 낳으며 좋았던 건 '완전한 내 편'이 생긴다는 거였다. 그리고 아이들이 유아기에 부모에게 주는 그 완전하고 일방적인 사랑은 또 어떻고...
근데 현주언니는 부모도 미움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로 전형적인 '땅의 어머니'였던 시어머님이 나이 드시고 자식들의 불화 사이에서 '어미이기에' 보여주실 수 밖에 없는 모습때문에 관계가 나빠졌었다는 것.
나이들고 몸이 고단해지면 예민해질 수 밖에 없다. 그건 경험으로 아는 터.
아. 하지만 난 아직 아이들에게 미움받을 준비는 되어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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