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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노래의 사는 이야기/깨어있는 소비자되기

결.국. 리바트의 무상 AS를 받아내다!!!!

고래의노래 2011. 2. 18. 14:33
리바트 가구와의 대결구도가 한달만에 끝이 났다. 리바트에서 침대를 무상 AS 해주기로 한 것이다.
내가 제안했던 대로 폭신한 안전마감을 붙여주기로 했다. 처음에는 아예 공장으로 침대를 가져가서 각진 부분을 둥글린 후 돌려주겠다고 하더니, 바로 다음 날 연락이 와서 테스트 해보니 완성도가 너무 떨어진다며 유아용 안전재를 구매해서 붙여주겠다고 했다.

이번에 리바트가 저런 결정을 내린 것은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안전센터'에서 시정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이번 설에 친정에 가서 신문을 뒤적거리다가 '소비자안전센터'라는 곳이 있다는 걸 알게되었다. 우리처럼 안전사고를 당한 사람들의 사례를 수집하고 기업에 시정조치를 하는 소비자보호원 산하 기관이 있었던 것이다!

이 신문에서 안전센터와 함께 안전캠페인을 벌이고 있었고, 여기에 몇몇 기업이 참가했는데, 가구 쪽에서는 한샘과 보루네오 가구가 있었다. 집에 올라와서 한샘과 보루네오 가구의 평상형 침대를 검색하니 리바트와는 확실히 달랐다. 한샘은 매트리스와 평상 크기가 거의 비슷했고, 대신 가드가 있어서 매트리스가 밀리는 걸 방지하고 있었고 보루네오는 제가 리바트에 바랬던 딱! 그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었다. 둥글린 평상!!!!!!!!!!!!!!!!!!!!! 리바트가 내 제안 거절하면서 평상 둥글리는 건 '기술적으로' 어렵다고 했는데 기가 막혔다.
* 사진 비교는 옆의 링크 참조 : http://whalesong.tistory.com/337

당장 보고서 형식을 파일을 만들었다. 한샘과 보루네오 가구 사진도 덧붙이고 이제까지 제가 벌였던 서명운동과 함께 엄마들의 반응도 같이 담았다. 그리고 안전센터에 접수했다. 그 후 2주, 오늘과 같이 리바트에서 전화가 온 것이다.

무상 AS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여정은 아래와 같았다.

  1. 1월 14일 새벽, 윤우가 평상형 침대에 다치는 사건 발생
  2. 1월 14일 오후, 리바트 고객센터에 전화하여 침대의 교환또는 안전마감처리 AS가 가능한지 문의
  3. 상담사가 가구 엔지니어의 방문을 예약해 주었지만, 엔지니어와 통화해보니 엔지니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음이 밝혀짐. 결국 상위 부서와의 직접 대화가 필요하다고 여겨짐.
  4. 1월 15일, 리바트 사이트의 고객의 소리 코너에 평상형 침대의 디자인 개선과 무상 AS를 제안하는 글을 등록
  5. 그 후 2주일 동안 2번 전화를 해서 제안에 대한 답변을 들음.
    * 제안 내용과 리바트의 답변은 옆의 링크 참조 : http://whalesong.tistory.com/328
  6. 아고라에 서명 게시판을 만들고 내 블로그. 미니홈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지인들에게 도움을 호소
  7. 아기 엄마들의 카페인 <그림책 읽어주는 엄마>,  <맘스홀릭>, <성남주부세상> 에 게시글 작성
  8. 2월 6일, 소비자안전센터 http://www.ciss.or.kr 에 안전사고 내용 등록
  9. 2월 10일, 소비자보호원에 피해구제 상담 전화. 침대의 위험성에 대해서 사건 전에 미리 이야기가 된 바가 없다면 피해구제는 어려울 것 같다고 함. 안전센터에 등록해 놓았다 이야기하니, 결과를 기다리고 차후 수순을 밟자고 이야기함.
  10. 2월 11일, 소비자안전센터에 전화하여 진행상황을 물어봄. 진행상황은 보고해주지 않는다고 하나 확인해 보니 '시정필요' 사건으로 구분되어 있었음. 이제까지의 사건 일지와 온라인 상에서 엄마들의 반응, 서명활동, 타 가구와의 비교를 담아 작성한 보고서가 사이트 상에서 등록이 안됐다고 하니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하여 보내줌. 
  11. 2월 17일, 리바트에서 무상수리해주겠다는 연락이 옴.



이번 일을 진행시키면서 사실 좀 우울해졌었다. 단순히 가구회사의 답변 때문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 모두의 부정적인 기대 때문이었다. 나도 사실 긍정적인 답변을 예상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 개선사항의 당위성에 대해 같이 분노하고 공감해줄 줄 알았던 내 주변의 사람들이(아기를 둔 친구들과 남편 포함) 모두 '위험한 것 인정, 그러니 조심하자.'는 쪽이고 '위험하니 바꿔보자, 으쌰으쌰'는 아니었던 거다.  

하지만 어쨋든 저건 나의 문제(나의 기대치)이지, 내 주변인들의 문제는 아님을 인정하니 마음이 많이 가라앉았었다.

혹시 세상을 바꾸고 싶은데 개인의 힘이 너무 벅차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면 관련 공공기관이 없나 한 번 찾아보고 이를 적극 활용할 것을 권한다. 소비자보호원과 안전센터 모두 너무나 친절하게 응대해주었고, 일처리도 깔끔했다. 사실 공무원의 일처리를 믿지 못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이번 일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무엇보다 이제 우리 아기처럼 다치는 아기가 없어지리라고 생각하니 너무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