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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에게 너무 위험한 평상형 침대, 디자인 개선이 필요하다. 본문

고래노래의 사는 이야기/깨어있는 소비자되기

아기에게 너무 위험한 평상형 침대, 디자인 개선이 필요하다.

고래의노래 2011. 1. 25. 22:04

아기가 며칠 전 다쳤습니다. 밤중에 물마시러 침대에 나려왔다가 다시 침대로 돌아가던 중 미끄러져서 침대 평상 각진 곳에 인중을 부딪혔어요. 찢어진 건 아닌데 나름 큰 상처라 정말...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요즈음 평상형 침대가 많은데 한마디로 나무판에 매트리스를 얹어놓은 형태의 디자인을 저렇게 부르더라구요.그런데 문제는 평상 부분이 매트리스보다 커서 항상 삐져 나와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부분은 90도로 날이 서 있습니다. (사진 첨부했어요)

이번에 침대 평상 모서리에 아기가 다친 게 두번째라, 이건 아니다 싶더라구요. 조심을 했음에도 벌어진 일인지라, 부모들의 부주의로만 책임을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해당 가구업체에 아래와 같이 고객의 소리를 접수해 두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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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아기는 이제 27개월입니다. 그런데 며칠 전 밤중에 침대에서 내려와 물을 마시고 다시 침대로 올라가려던 찰라에 넘어져서 침대 평상 모서리에 인중 부분을 크게 부딪혔습니다. 저희 부부는 무척 놀랐고 아기에게 응급처치를 한 후에 다시 잠을 재우면서 '이대로는 안된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침대 평상에 부딪혀 다친 것이 이번이 두번째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인중이 아니라 이빨이나 코, 눈이라도 찍혔다면...이라고 상상하자 너무 끔찍했습니다. 이런 일이 우리 아기에게는 물론이고 모든 아기들한테도 일어나지 않게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리바트에 있는 모든 침대들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매트리스가 침대 프레임에 쏙 들어가는 형태가 많았는데 요즈음 디자인은 거의 평상형이더라구요. 침대 평상은 매트리스 보다 약간 커서 뽀족한 부분이 항상 노출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이 부분이 키가 작은 영아들에게 얼마나 위험할지 생각해 보십시오.

물론 뾰족한 모서리 부분을 폭신한 안전가드들로 미리 둘러놓지 않은 부모에게 온전한 책임이 있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그만 변화로 위험이 더 많이 차단될 수 있는 환경이 된다면 그거야말로 최상 아니겠습니까? 예를 들어 몇 년 전에 LG세탁기 안에 아이가 들어갔다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진 일이 있었죠. 그 사건 이후로 LG전자에서는 안에서도 쉽게 문이 열리게 무상으로 교체해주고 있습니다.  "부모가 아이를 잘 감시했어야지!" 이 한마디로 모두 덮어질 수 있는 게 아니지요. 우리 아이들은 우리가 함께 지켜나가야 합니다.

그렇다면 다른 가구들도 모두 아기 신경써서 모서리 둥글려야 하나? 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게 최고겠지요. 하지만 '모 아니면 도' 라는 식의 변화를 말씀드리는 게 아닙니다. 정확히 살펴보지는 못했지만 아이들 가구에서는 이런 부분을 많이 고려하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다른 가구보다 '침대'에 유독 엄격한 안전의 잣대를 들어야합니다.

첫째, 침대는 다른 가구들과 달리 우리가 온 몸을 의지하는 가구입니다. 게다가 잠이 든다는 건 무의식적으로 온 몸을 맡긴다는 의미입니다. 책임이 남다르지요.

둘째, 침대는 깜깜한 밤중에 주로 사용합니다. 우리의 주의력은 훨씬 떨어집니다.

셋째, 서구권 국가들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영아들이 부모들과 한 침대에서 자는 경우가 많습니다. 돌 전에는 아기 침대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혼자 자기 시작하는 초등 전 아이들, 영아와 유아들은 부모와 한 침대에서 자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어른 침대에 아이를 대상으로 한 안전 기준을 세워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몇 가지 제안드립니다.

1. 현재 평상형 침대를 구입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무상 AS를 해주세요. 평상 모서리 부분에 폭신한 안전처리를 해주십시오.

2. 침대의 디자인만큼은 아이들의 안전을 고려해주십시오. 평상형 침대의 경우 평상을 매트리스보다 조금 작게 제작하거나, 평상의 모서리를 둥글려 주세요. 또는 새로 출시된 '버킨 침대'처럼 침대 옆면에 PU마감 처리를 해주십시오.

3. 원하는 소비자에 한해 안전하게 새로 디자인되어 나올 가구를 보상판매해 주세요. 저의 제안이 받아들여져 새로운 디자인의 침대를 선보이신다면 그 가구를 영아가 있는 집에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해주세요. (현 가구는 반납하면서)

리바트의 매출 줄 상당 부분을 신혼 부부들이 차지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도 그랬구요. 이들은 수년 뒤 영아들의 부모가 될 사람들입니다. 그러므로 이들을 대상으로 판매를 하실 때 '아기'의 안전에 대한 고려를 먼저 해주신다면 그거야말로 고객만족경영일 것입니다.

제 제안에 대한 빠른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지금도 많은 아기들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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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드백이 없어 2번이나 전화한 끝에 오늘 답변을 받았습니다.
1번과 3번의 보상 문제는 어렵다는 단순한 대답이었고, 2번의 제안에 대해서는

- 매트리스보다 평상이 작을 경우 매트리스가 쳐질 수 있고
- 평상의 모서리를 둥글리는 것은 기술상의 문제가 있으며
- 버킨침대의 경우 새로 출시된 것이기에 고객 반응을 보고 있다.

고 대답했습니다.

제가 가구회사에서 바란 것은 안전에 대한 일말의 책임을 느꼈으면 하는 것이었습니다. 책임을 느끼고 이것이 자신들이 관련된 문제임을 인지한다면 '기술상의 문제'에도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필요를 뛰어넘지 못할 기술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물며 단순하게 생각해서 둥글릴 수 없다면 각진 모서리라도 살짝 마모를 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당장 눈 앞의 컴플레인만 해결하고자 하는 근시안적인 태도가 너무나도 실망스러워서 이제 제가 할 수 있는 '밑으로부터의 움직임'을 통해 디자인 개선 약속을 받아내려고 합니다.

분명 이와 비슷한 사고를 겪었던 유아들이 많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 경험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평상형 침대의 디자인 개선이 꼭 필요하다고 공감하시는 아기 엄마, 아빠들도 많은 의견과 지지를 보내주셨으면 합니다.
또한 제가 이러한 운동을 보다 효과적으로 전개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주시면 더 고맙겠습니다.

다음 아고라에 서명 게시판을 만들었습니다.(아래 링크) 공감하신다면 서명 클릭 부탁드립니다.
http://agora.media.daum.net/petition/view.html?id=103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