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부르는 노래

도쿄타워 - 나도 그 엄마의 밥을 얻어먹어 보고 싶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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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타워 - 나도 그 엄마의 밥을 얻어먹어 보고 싶다.

고래의노래 2009. 2. 25. 15:15
도쿄 타워 - 10점
릴리 프랭키 지음, 양윤옥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

의도했던 건 아닌데, 한꺼번에 '엄마'를 주제로한 소설을 4권이나 연달아 읽게 되었다.
<엄마를 부탁해>, <그리운 메이 아줌마>, <만사 오케이> 그리고 <도쿄타워>

올해 막 "무적의 슈퍼 파워"라고 하는 "엄마"가 된 나는 아직도 내 안에 그런 "슈퍼파워" 자질이 숨어있을 거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엄마를 부탁해>도 물론 재미있었지만, 이 책은 저벅저벅 걸어오는 대신 자잘하게 스며든다. <엄마를 부탁해>의 엄마가 '희생'이라는 가치에 올인하고 있다면, <도쿄타워>의 엄마는 유쾌하고 여기저기 동화가 잘 되는 아줌마의 모습까지 섞여 있어서 훨씬 친근감이 든다. 그래서 친구들이 집에 올 때마다 밥을 해먹이는 그 엄마네 집에 나도 한 번 놀러가 보고 싶고, 마지막 장례식 장면에서는 나도 검은 옷을 입고 장례식장에서 육계장을 얻어 먹고는 밤새 눌러 앉은 기분이 들어버렸다.
나중에 나도 그 엄마가 그랬듯 어떠한 상황에서든 윤우를 계속 믿어줄 수 있을까. 도쿄 타워의 엄마를 나의 롤모델로 삼아야 겠다.

아래는 인상깊었던 구절들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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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겨우 뛰기 시작했는데 앞으로 가 닿을 곳, 그 끝에 과연 '행복'이 있을 것인가 고민하기 시작한다. 능력이 성공을 가져다 준다고 해도 반드시 행복을 가져다 준다고는 할 수 없지 않은가...
그런 고민을 하기 시작하면 이미 끝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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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이 부모 슬하를 떨어져 나가는 것은 부모 자식의 관계보다 더한 무언가를, 눈부시게 향기로울 터인 새로운 관계를 원하기 때문이다.
친구, 연인, 동료, 부부... 그 한사람 한사람을 만나 제각각 아름답고도 확고한 관계를 꿈꾸고 원한다.
하지만 그런 관계를 바라면 바랄수록 낙담의 씨앗이 된다. 실망에 빠지고, 마음은 갈기갈기 찢긴다.
.......
그리고 완전시 소진되고 질질 끌려들었다가 내동댕이 쳐진다.
너덜너덜해진다.
그런 때, 아이는 부모가 된다.
인간이 태어나 맨 처음 알게되는 부모자식이라는 인간관계. 그보다 더한 무언가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세상을 향해 길을 떠나지만, 결국 태어나서 처음 알았던 것, 처음부터 그곳에 당연한 일처럼 있었던 그것이야말로 유일하고도 강력하고 결코 뒤집히는 일이 없는 관계였다고, 마음에 가시를 찔려본 후에야 가까스로 깨닫는다.
이 세상에 다양한 사랑이 있으나 부모가 아이를 귀애하는 것 이상의 사랑은 없다.
.......
그저 열심히 주는 입장이 되어 보고서야 겨우 조금씩 깨달아 간다. 예전에 부모가 내게 어떤 마음을 품고 있었는가, 그날의 일을 깨닫고, 지금에야 나 자신이 그것과 똑같이 되려고 마음먹는다.
그 때, 인간은 확실한 무언가를 손에 넣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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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한 자유만큼 부자유한 것은 없다. 그것을 깨달은 것은 온갖 자유에 꽁꽁 묶여 꼼짝달싹할 수 없게 된 뒤였다.
.......
결국 새장 안에서 하늘을 날기를 꿈꾸며 지금 이곳의 자유를, 이 한정된 자유를 최대한 살려내는 때가 최상의 자유이고 의미있는 자유인 것이다.
취직, 결혼, 법률, 도덕, 귀찮고 번거로운 약속들. 금을 그어 갈라놓은 룰. 자유는 그런 범속한 곳에서 찾아냈을 때 비로소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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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있는 것만으로도
- 아이다 마츠오

당신이 그곳에
그저 있는 것만으로도
그 자리의 분위기가 환하게 밝아집니다.
당신이 그저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모두의 마음이
편안히 쉴 수 있는
그런 당신이
나도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