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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감싸안는 공간 - 카모메 식당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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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감싸안는 공간 - 카모메 식당

고래의노래 2008. 9. 30. 14:19
카모메 식당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 (2006 / 일본)
출연 코바야시 사토미, 카타기리 하이리, 모타이 마사코, 마르쿠 펠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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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든 만화든 책이든, 내 마음과 클릭되는 문화를 찾아 향유한다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다.
닥치는 대로 섭렵해 버리는 "다독" 스타일이 아니어서 선택에 신중신중! 대여점에서 DVD,  만화책 한 번 빌리려 해도 30분이 훌쩍 가버린다.
대중적인 재미에 열광하는 타입은 아니면서도 열심히 마이너 감성을 찾아 헤매는 성실함도 없어서
나중에야 꽤 유명해진 작품을 보고 혼자 "오~오~오~"거리며 뒷북을 친다.

"카모메 식당"도 그랬다.
2006년에 일본에서 개봉해서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누린 후
2007년 여름에 한국에서도 개봉되었다고 하는데, 전혀 알지 못했다.

신문의 "오늘의 볼만한 영화" 소개 코너에 설명된 내용을 보고 흥미가 생겨
새벽 1시까지 기다리는 나름의 고난 뒤에 보게 되었다. (이래서 하나TV가 필요한 걸까..-_- 덕분에 이 날 이후 밤과 낮이 바뀌어 고생하고 있다.)


핀란드에서 일본식 주먹밥 식당인 카모메 식당(갈매기 식당)을 운영하는 사치에.
눈을 감고 지도 위를 찍은 곳, 핀란드로 날아온 미도리.
병든 아버지를 보살피다가 참을 수 없는 마음에 여행을 왔지만 잃어버린 짐 때문에 발이 묶인 마사코.
(이 세 여배우는 실제로 영화, 드라마에서 트리오로 자주 나온다고 한다.)

이 세 여자는 카모메 식당이라는 곳을 중심으로 서로의 삶에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참견이 되지 않을 정도의 호기심과 부담이 되지 않은 정도의 약속들을 주고 받으면서
나름의 이유를 가진 각자의 여정과 인생을 그만큼의 거리만큼 바라봐 준다.

여기에서 미도리라는 캐릭터에 가장 애정이 갔다. 
핀란드로 온 이유를 가장 상세히 이야기하지 않은 인물이지만,
캐릭터들 사이에서는 관객이 궁금해 할만한 질문 - 왜 핀란드에 주먹밥 식당을 냈는지, 현지화 전략을 써보자는 제안 등 - 을 사치에에게 대신해주고,  세상의 끝이 오면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는 사치에의 말에 그 때 꼭 초대해 달라며 몇번씩 다짐을 받으며 친밀한 감정을 확인받고 싶어하는 등
가장 일반적인 정서를 보여주는 점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사치에 혼자서는 이룰 수 없을 것 같이 보이던 꿈이 (일본식 주먹밥을 핀란드 사람이 언젠가 알아주지 않을까 하는 꿈) 미도리와 마사코의 등장으로 조금씩 조금씩 현실이 되어 간다.
평화롭고 느긋하게만 보이던 핀란드에도 아픈 상처를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었고 - 카모메 식당의 전 주인, 남편이 가출해 버린 여자 - 이들의 갈등과 슬픔이 정화되는 순간에 "일본식 주먹밥"이 그들의 허기를 달래준다.

슬픔이 음식으로 달래지는 이야기는 많은데 이것때문에 부엌이 특별한 장소로 설정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요시코토 바나나의 키친에서도 주인공이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주방에서 냉장고 소리를 들으며 잠드는 장면이 나오는데, 언젠가 죽을 때가 오면 그 장소가 부엌이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이 영화에서도 카모메 식당의 부엌은 현실같지 않은 이상적 공간으로 그려진다.
식당의 거의 반 정도를 부엌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쪽의 디자인 특징인 장식없이 깔끔하고 반짝이는 식기들이 잔뜩 놓여진 식당 부엌에는
털어도 먼지 하나 나올 것 같지 않은 깨끗한 행주들이 가득하고 돈까스를 써는 칼의 움직임 하나에도 군더더기가 없다.

낯선 이들이 이 곳에서 서로를 편견없이 받아들이면서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어 간다.

핏줄로 전혀 연결되어 있지 않은 타인들이 서로를 보듬는 이야기는 언제보아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이성적 끌림이라는 본능이나 한 가족이라는 필연이 아닌 완전한 "의식과 노력"이 이루어낸 관계인 친구는 그래서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주에는 이 감독의 최신작인 "안경"을 보러갈 예정.

*  핀란드의 헬싱키에서는 카모메 식당의 촬영지가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다고 한다.
핀란드의 갈매기는 정말 우리나라의 닭둘기 같은지, 나도 가서 확인해 보고 싶다.

여담이지만 공감갔던 말. 영화에서 맛있는 커피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주며 남자가 이야기한다,
"남이 만들어주는 커피가 더 맛이 있지요"
요리도 마찬가지. -_- 내가 만들면 맛있어도 왠지 허무하다. 상차림을 받는 것이 무조건 좋아.
모든 주부의 마음~~~~

일본 인디영화 <카모메 식당>의 촬영지를 찾아 핀란드로 가다 [1]
일본 인디영화 <카모메 식당>의 촬영지를 찾아 핀란드로 가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