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부르는 노래
2018 봄 - 나의 에세이 본문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와 <우리 속의 여신들>을 세번째 읽는다. 항상 읽고 싶은 책들이 차고 넘치기 때문에 같은 책을 세번이나 읽는다는 건 나에게 흔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참 해볼만한 일이다. 하나의 기준을 앞에 두고 변화한 나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첫번째 읽었을 때 나는 '내가 나'라는 게 감당하기 버거운 상황이었다. 나는 극심한 허리통증에 시달렸고 기절하여 쓰러졌다. 거의 하루종일 누워있는 날들이 이어졌다. 이 때 냇물지기님에게 이끌려 나가게된 책모임에 나갔을 때 나는 내 인생과내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 폭포처럼 토해내었다.
두번째 읽었을 때 나는 내가 중독된 것이 어떤 것인지 찾는데 집중했따. 내 것이 아닌 틀을 벗어버리고 자유러워 지는 것에 집중했고 과거의 나를 애도하고 나를 억압하려는 힘들에 분노했다.
세번째 읽을 떄 나는 내가 어떠한 사람이 되고 싶은지, 미래를 그려가기 시작했다. 그것을 찾기 위해서 우린 스스로와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섣불리 무언가를 결정할 것이 아니라 나의 감정과 상태와 더불어 머무는,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처음 책들을 읽기 시작했을 때 나는 나를 혐오했지만 지금은 안다. 그러한 감정을, 경험을 지나치게 하는 것이 삶이 나를 사랑하는 방식이라는 것을. 내가 나를 참지 못했던 그 시간에도 내 삶을 흐르게 하는 내면의 에너지는 나에게 끊임업시 손을 내밀고 있었다는 것을.
그 힘과 연결되려는 여정에서 우리는 삶을 창조한다. 격한 감정과 사건, 꿈이 나에게 전하는 이야기에 이제 가만히 귀기울여 봐야지. 내 신화의 진정한 주인이 되기 위해서.
아래는 모임벗들에게 전하는 이야기.
여신모임 기간 동안 제가 꾸었던 꿈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전 얼마전부터 NGO 여성활동가 리더십 프로그램에 선발되어 일주일에 한번 수업을 듣고 있어요. 그런데 이 프로그램에 지원하기 전 많이 고민했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집에 오면 저녁 8시일꺼라 아이들을 누군가에게 계속 부탁해야 하기 때문이죠. 전 부탁을 받아주는 것은 편안하지만 부탁을 하는 건 조금 불편하거든요. ㅜㅜ 많은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부탁하고 조율해야 할 생각을 하니 아득하더라구요.
저는 이제까지 많은 기회들을 떠나보냈습니다. 아직은 아니야. 애들은 어쩌구. 나중에 다시 기회가 오겠지 라며 이번 기회도 물리치려 했는데 어떤 꿈을 꾸게 되었어요.
저랑 둘째 딸아이가 플리마켓을 둘러보고 있는데 둘째가 자꾸 판매대의 물건들을 만지작거리는 거예요. 저는 살 생각이 없던지라 둘째를 계속 제지하며 가자고 끌어당기고 있었구요. 좀까칠해보이는 중년여인의 매대에서도 그러길래 어서가자며 둘째 팔을 당기는데, 그 중년여인이 저를 '잠시만요.'하고 불러세우더니 둘째에게 파란장미 귀걸이를 건네는거예요. 제가 놀라면서 꿈은 끝났습니다.
파란장미의 꽃말은 '불가능'이거든요. 저 꿈은 저에게 불가능해 보이는 걸 받아들여보라는 의미로 다가왔고 결국 전 저 과정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 돌봄도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평이하게 진행되고 있어요.
삶이 우리에게 전하는 나선의 메세지를 받아들인다는 건 이런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신모임의 공감과 격려 에너지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해요. "예전의 나라면 안했을 일"을 통해 나선의 계단을 올라갈 수 있게 모임 안에서 손잡아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앞으로 자주 만나지는 못하겠지만 여신들의 흔들리는 성장을 멀리서나마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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