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부르는 노래

미래상상 - 내가 바라는대로 본문

책모임지기/모임관련 자료

미래상상 - 내가 바라는대로

고래의노래 2016. 7. 8. 19:18

*미래를 상상하라
- 최적의 건강상태에서 모든 것들이 당신이 바라는대로 이루어진다면 당신은 어떠한 삶을 살 것 같은가? 구체적으로 적어보자. 어디 살고, 누구와 무엇을 하고 있을까? 혹시 그런 삶을 사는 사람을 알고 있는가?
- 어린아이로 돌아가서 원하는 대로 삶을 꾸릴 수 있다고 상상하라. 그랬다면 당신의 삶은 어떨까?
- 열한살때로 돌아가서 미래에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 어떤 사람이 되고싶었는지 써보자. 지금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 지금으로부터 1년 후로 가보자. 당신이 꿈꾸던 것이 이루어졌다. 그 흥분감을 친구에게 혹은 지금의 나에게 편지로 써보자.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미래를 상상하려할 때 아무리 다른 생각을 하려해봐도 내가 원하는 날것은 셋째임신이었다.

운빨보다가 수호엄마가 수호에게 이제까지 받았던 돈건네고, 낚시터 팔아서 쓰라고 하는거 보고 눈물.
수호가 보늬한테 괜찮다고 다 괜찮다고 얘기해주는 장면에서 눈물.

그리고 남편에게 셋째갖고 싶은 맘 얘기하며 눈물.




....하와이를 다녀오기 전까지 이렇게 나는 미래를 상상할 수 없었다. 그 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알 수 있다.
나는 막둥이를 보낸 그 시간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하와이를 다녀오고 나서 하와이의 힘인지 Kahea의 도움인지 알 수는 없지만, 나는 원하는 것을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 하와이의 풍성한 자연은 나를 채워주는 느낌이었다. 도시 곳곳의 가로수들조차 하와이에서는 형식적인 조연이 아니었다. 그들은 뻗을 수 있는 만큼 온 몸을 뻗어 당당하게 도시 안에 서 있었다. 때마다 반복되는 가지치기는 '남의 나라' 이야기인게 확실했다.

빨간 기운을 내뿜는 화산과 광활하게 펼쳐진 lava field,  바다에서 매번 마주치는 바다거북은 내 매순간 내가 '살아있는 지구' 품에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자연을 욕망하는 내 자신을 알고있기는 했지만 하와이를 다녀오고 나서 확실히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살아있는 지구'를 느낄 수 있는 곳에서 지내기를 원한다. 특히나 화산은 나의 그런 욕구에 맞아떨어지는 환경인 것 같다. 제주도에서도 나는 화산이 만들어낸 역동적인 자연의 모습에 매료되었었다.

나는 역동적인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에서 살 것이다. 그 곳에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걷고 뛰고 숨쉬고 싶다. 하와이에 있다면 하와이 원주민들의 영성과 문화에 대해서 더 공부하고 훌라춤을 배울 것이다. 대안적인 문화를 창조하는 일에 참여하고, 자연을 지키고 가꾸는 일에도 동참하겠다.

내가 어느 곳에 있든지 나는 뚜렷한 소신과 철학을 가진 채 평화롭고 담담하게 하지만 비겁하지 않게 살아가고 늙어갈 것이다. 나의 상처는 시간 속에서 보석같은 흉터가 되고 이를 바탕으로 나와 비슷한 경험, 상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내가 줄 수 있는 위로를 해주겠다.

열한살 때 나는 만화가가 되고 싶었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내 이름을 알리지 않고 죽는다는 건 너무 억울하다고 생각했고 확실한 업적을 이루어서 유명해지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소소하고 평범함에 감사하고 행복하다. 내 안에 있던 또는 내가 미디어를 통해 복사해왔던 이미지들을 단순히 종이에 옮기는 것 자체에 기쁨을 느끼고 만화가가 되겠다고 했지만 막상 어른이 되어 그 길로 들어서고자 하니 내안에는 종이에 옮길만한 이야기가 하나도 없었다. 난 너무나 당황했다. 이제까지 나의 스킬이 충분하다는 것에 빠져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전하는 작업' '내 안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으로서의 만화, 예술, 디자인을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다.

명랑했던 10대와 방황의 20대를 거쳐 이제 30대 중반에 이르니 이제서야 나만의 이야기가 내 안에서 쌓여간다.
그래서 이제 시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은 굳어있는 손을 풀기 위해 생각을 멀리하고 손이 가는 대로 붓과 펜을 잡는 연습부터 다시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