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부르는 노래
<세대를 뛰어넘어 소통하기> 강연 기록 본문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사소하면서도 커다란 이해 속의 소통이란?
남부권역 젠더거버넌스 모니터링 활동가들이 지역 안으로 성평등 감수성을 전파하고 확산시키기위해 기획한 성평등 교육 입문강좌, <여성의 눈으로 세상과 소통하기>가 4월 11일 수요일 시작되었다. 총 4강으로 마련된 강좌의 첫 시작은 <세대를 뛰어넘어 소통하기>라는 주제로 진저티 프로젝트의 서현진 대표님이 맡아주셨다. 그냥 ‘세대차이’라고 적당히 넘겨버리기에는 너무나 다른 생각과 가치관들을 넘어 세대간 소통하는 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강연은 크게 서로 소개하기, 진저티 대표님의 이야기, 우리들의 연대기 만들기, 세대 간의 시대상황을 이해하기라는 4개의 주제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1. 서로 소개하기
두명씩 짝을 지어 서로를 소개하는 걸로 시작되었다. 이름, 나이, 직업에 대한 설명으로 하는 소개가 아니라 핸드폰 속 사진 중 몇 개를 뽑아 설명하는 방식이었다. 자연스럽게 아이스 브레이킹이 되었고 사진들을 새삼스레 다시 살펴보며 내가 중요시하는 기록들의 의미를 통해 나를 되돌아볼 수 있었다. 또 짝을 바꿔서 나에게 가장 소중한 일상은 언제인지, 요즈음 들은 말 중 기억에 남는 건 무엇인지 등 일상의 이야기들을 통해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2. 진저티 프로젝트 대표님의 이야기
강사님께서 진저티 프로젝트라는 회사를 창업하기까지의 개인적인 이야기에 대해 나눔을 해주셨다. 이 회사의 창업스토리와 운영마인드는 여타 벤처기업들이 그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여성의 삶’이라는 커다란 배경이 회사의 스토리 안에 녹아있었다. 강사님께서 ‘여성’이라는 주제로 모인 분들께서는 깊이 공감해줄 수 있겠다고 생각하셨다며 이야기를 풀어주셨는데 선뜻 자신을 먼저 열어주신 덕분에 그 뒤의 워크샵 분위기도 보다 편안하게 느껴졌고 참가자들도 안전하게 마음을 열 수 있지 않았나 싶다.
3. 우리들의 연대기 만들기
3~4명씩 모둠을 만들어 ‘지금의 내가 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3가지 사건’에 대해서 연도와 함께 이야기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심도있는 대화들이 오갔고 기쁨과 슬픔이 오가는 인생의 질곡들 속에서 서로 공감하고 위로하고 응원하였다. 분명 모두 다른 색깔의 인생인데 한편으로는, 아팠고 깨달았고 다짐하고 나아가는 여정이 모두 비슷해보이기도 했다. 그 비슷함 속에서 ‘연결되어 통하는’ 느낌이 들었다. 커다란 전지에 연도별로 각자의 사건들을 나열하고 몇가지 눈에 띄는 사건들에 대해서는 전체가 함께 들어보는 시간도 가졌다. 나만의 것이라고 여겼던 나의 삶이 시대 안에 녹아서 흐름을 타는 것이 보이기도 했다.
4. 세대 간의 시대상황 이해하기
베이비붐 세대와 X-세대, 밀레니얼 세대는 어떻게 다르고 왜 그렇게 다를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한 강연이 이어졌다. 고도성장의 시대상황에서 모든 것이 도전이었고 그 도전에 대한 성취가 어렵지 않았던 베이비붐 세대는 미래를 위해 오늘을 희생하는 것이 당연했다. IMF를 경험하고 미래를 보다 현실적으로 계산할 수 밖에 없었던 X-세대에게는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합리성이 항상 중요한 이슈이다. 성취가 안되는 게 더 당연한 밀레니얼 세대는 불확실한 미래보다 확실한 현실의 행복을 추구하고자 한다. 이렇게 우리가 삶에 대해 기대하고 바라는 것은 우리가 속한 사회가 가진 가능성의 범주와 한계에 따라 자연스럽게 특징지워졌다. 각 세대의 시대상황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그 시대가 사람들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듣게 되니 각 세대의 욕구와 가치관이 사회적 맥락 안에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강연 시작 초반에 서로의 일상나누기로 아이스 브레이킹을 할 때 강사님께서는 타인과 의견을 나누면 갈등이 생기지만 일상을 나누면 서로 가깝게 다가가게 된다고 하셨다. 또한 타인과 소통하려면 잘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고 잘 관찰하면 이해하게 된다고도 하셨다. 그렇지만 오늘 강연의 주제였던 ‘세대 간의 소통’은 쉬운 문제가 아니며 단시간에 해결될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하시면서 세대간의 소통을 시도하기에 앞서 먼저 비슷한 세대끼리 모여 ‘우리’를 이해하고 ‘나’는 누구인지 생각해보는 것을 제안하셨다.
같은 여성이면서도 가부장문화의 철저한 수호자이며 전달자인 할머니, 어머니 세대와 이야기를 나눌 때면 답답한 마음이 들 때가 많다. 그러한 생각 때문에 엄마도, 엄마 딸들도 모두 피해자가 되는 거라고 아무리 말을 해도 마치 벽에 대고 이야기를 하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이야기하고 있는 사람이 붙들고 있는 그것이 그분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지금의 베이비붐 세대는 나의 감각이 전혀 통하지 않는 현실 속에서 100세까지의 삶을 살아야하는 첫 세대로서의 불안감이 크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답답하기만 한 그 가치관이 그 분들에게는 ‘유일하게 안정감을 주는 것’, ‘이마저 놓아버리게 된다면 아무것도 아니게 될 것 같은 무엇’이지는 않을까.
나를 파고 들어가다가 나의 ‘무엇’을 만나게 된다면 그분들의 ‘무엇’이 그분들의 삶에서 어떤 의미인지도 이해하게 될 것 같다. 그리고 그 알맹이끼리 시작부터 부딪히기보다 소소한 일상 속에서 웃고 떠드는 와중에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싯구처럼, 내 감정을 덜어내고 자세히 관찰하면 반짝이지 않는 삶이란 없을 것이다. 성평등 감수성을 지닌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좀 더 깊이 들어다보기 전에,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배우게 된 것 같다. 예리함이 다른 사람을 향한 칼이 되지 않을 때 그것이 결국 모두를 위한 것이었음을 쉽게 알릴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강연을 통해 생각이 일치되는 것만이 소통이 아니라 일상의 사소함 속에서 서로를 새롭게 발견하고 커다란 사회의 맥락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것 또한 소통이며 게다가 안전한 소통의 시작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번 어버이날에 부모님을 만나면 핸드폰 속에 어떤 사진이 있는지 보여달라고 해봐야겠다. 그리고 부모님의 일상을 오래 자세히 들여다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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