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부르는 노래
역아회전술을 결정하기까지 (회전술의 장점과 단점) 본문
둘째를 임신하고 가정출산을 결심한 이후에 가장 큰 걱정거리는 예쁜이가 역아라는 사실이었다.
아이의 탄생 능력과 내 자신의 출산 능력을 믿지만, 역아일 경우까지 가정출산을 고집할 수는 없었다.
자연출산으로 유명한 미셸 오당 박사의 책에서도 둔위 출산의 경우, 자연출산을 시도하지 않을 이유는 되지 않지만 분만 1기가 자연스럽게 진행되지 않는다면 수술을 준비해야 한다고 쓰여져 있다. 무리하게 자연분만을 시도하다가 아이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쁜이가 역아인 걸 알았을 때 자연출산 병원인 메디플라워에서 진료를 시작했다. 대부분의 아이가 막달까지는 자세를 돌린다고 하지만 혹시 계속 둔위로 있는다면 병원에서 출산을 해야할테고 그나마 그 상황에서 둔위출산을 지지해주면서 만일의 상황을 준비할 수 있는 곳은 자연출산 병원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28주쯤 정상위로 자세를 돌렸다고 하여 쾌재를 불렀는데, 32주에 다시 가서 보니 또 둔위..-_-;;;;
태동은 계속 아래쪽에서 팡팡! 동그랗고 딱딱한 예쁜이 머리가 내 가슴 아래에서 느껴졌다. ㅜ.ㅠ
35주가 되자 메디플라워의 정원장님이 둔위회전술을 해볼 수도 있다며 둔위출산과 둔위회전술의 가능성과 위험성 모두에 대해 설명을 해주셨다. 둔위회전술을 권장하는 것은 아니며 자연스럽지 않은 인위적인 개입인 것은 확실하기에 자신도 이 시술의 당위성에 대한 확신은 없다고 하셨다. 그러나 선택은 전적으로 엄마의 몫이고 도와주시겠다는 것이다.
둔위에 대해서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둔위회전술(역아회전술)에 대해 많이 접해봤던 터라 쉽게 생각했는데, 자세한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쉽게 결정할 문제는 아닌 것 같았다.
미국 산부인과 학회에서는 가능하면 회전술을 통해 아이를 정상위로 바꾸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회전술의 성공률은 평균 60% 정도로 꽤 높다. 특히나 아래의 경우 성공확률이 높다고 한다.
- 경산모의 경우
- 아이가 엄마 골반에 진압하지 않아서 아기의 척추가 옆으로 위치하는 경우
- 적정한 양수량
- 태반이 자궁 전면에 위치하지 않을수록
- 임신주수가 빠를수록
- 엄마가 비만이 없을 때
임신주수는 빠를수록 잘 되긴 하지만, 너무 빨리 시도하면 다시 돌아갈 위험이 있기때문에 35~36주 정도에 시도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 시술이긴 하지만 생명이 관계되어 있는만큼 위험성도 있었다.
아이를 일부러 돌리는 것이기에 아이가 돌다가 탯줄이 당겨지면서 심박이 떨어질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태반이 떨어져나갈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응급수술이 시행되어 바로 아이를 꺼내게 되는데, 이러한 위험성 때문에 반드시 수술이 시행될 수 있는 병원에서 진행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회전술 당일날은 남편과 함께 올 것을 권장했다.
둔위회전술과 회전술을 선택하지 않을 경우 둔위출산에 대한 설명까지 듣고 나서, 다음 진료 전까지 회전술 여부를 미리 병원에 알려드리기로 한 다음 집으로 돌아왔다.
여러가지 생각과 감정들이 교차했다. 임신과정에서 내가 가장 원하지 않았던 것은 바로 이러한 두려움이었는데 온갖 가능성과 위험성 앞에서 나는 내내 불안해서 동동거렸다. 둔위라고 하더라도 나는 자연스럽게 출산할 수 있을 꺼라는 자신감이 어느 정도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나와 예쁜이는 역아자연출산을 권할 수 있는 베스트 케이스였다. 나의 몸상태와 자궁상태도 좋았고 자연분만 경험도 있으며 여러 검사 결과들도 모두 정상 수치였다. 게다가 예쁜이는 둔위출산시 가장 수월하다는 '진둔위태위'(두 다리를 완전히 뻗어서 폴더자세로 접혀있는 상태)였다.
그런데도 역아회전술을 고려하게 된 건 아무리 생각해도 순전히 가정출산에 대한 내 욕심 탓이었다. 내 욕심때문에 아이를 혹시 모를 위험상황으로 끌고 가는 게 과연 맞는 일일까? 아이가 둔위를 선택했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메디플라워의 경우 둔위출산의 80%가 자연출산을 하게 된다는데 (20%가 수술) 60%의 회전술을 믿는 것보다 80%를 믿고 맘편하게 병원출산을 선택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아이가 자연스럽게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기대때문에 가정출산의 여지를 남겨두는 바람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속만 끓고 있으니 아예 병원출산으로 결심을 굳히는 게 어떨까 싶었던 것이다.
남편이랑 오랫동안 이야기를 하다가 결국 한 번 시도해보는 걸로 결심했다. 아이를 돌리는데 실패하는 경우는 많아도 돌리다가 응급수술로 간 경우는 많지 않았고 둔위출산 시에 아이가 위험할 수 있는 확률보다는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회전술 날에도 휴가를 하루받아 같이 가기로 했다.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수술이 가능하도록 수술준비를 완료해놓고 회전술을 시도하게 되므로 미리 회전술 시도 의사를 이야기해 두었다.
태동검사로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고 초음파로 양수량과 태반과 탯줄의 위치를 살폈다. 그 다음 명상음악을 들으며 이완을 유도했다. 역아회전술을 하기 위해 자궁수축억제제를 주사하는 곳들이 많은데 만약 이 곳에서도 약물을 쓴다고 했다면 아마 회전술 시도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원장님이 오셔서 예쁜이 이름을 부르며 다리 부분을 찾아 잡으시고 천천히 돌리셨다. 예쁜이는 갑자기 누가 자기를 건드리자 놀랐는지 버둥거리며 버텼다. 이 때는 버둥거리는 모습이 귀여워서 웃음이 났다. ^^;;; 예쁜이가 버티는 힘이 강하고 내 골반이 커서 아이가 이미 밑으로 많이 내려와 있는 상황이어서 돌리는 게 쉽지는 않았다. 배에 어느 정도 뻐근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결국 10분~15분 시도한 끝에 예쁜이는 머리를 아래로 하게 되었다. ^^
다시 태동측정기를 달고 예쁜이의 심박수와 태동을 측정했는데, 심박수는 정상이나 태동이 미약해져서 점심을 먹은 후 다시 한 번 측정하기로 했다. 점심을 먹으니 태동이 다시 느껴졌다. 아침 10시에 회전술 준비를 시작해서 시술을 하고 아이 상태를 확인하고 병원을 나선 것이 오후 3시 정도.
다행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지만 이후 오랫동안 예쁜이가 안돌아가려고 놀라서 바둥거린 기억때문에 죄책감이 느껴졌다. 일주일 뒤에 다시 위치를 확인하니 예쁜이는 모범적인 자세로 머리를 아래로 하고 있었다. 고맙고 미안했다. 회전술 한 날 몇시간 동안은 놀랐는지 태동이 크지 않았는데 며칠 있으니 다시 활발해졌다. 회전술 이후 아이의 태동 위치가 정말 많이 바뀌었다. 배 위쪽와 옆구리 쪽으로 바뀐 것이다.
역아 회전술에 대해, 너무나 간단하게 몇분만에 돌렸고 아무렇지 않았다는 후기들이 많아서 쉽게 생각했는데,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실제로 내가 경험해보니 가볍게 결정할 일은 아닌 것 같다. 특히나 다니던 병원이 아니고 회전술만을 위해 따로 병원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부득이하게 이런 시도가 필요하다고 판단을 했다면 다니던 병원에서 내 진료 기록을 복사해서 가지고 가고 담당병원의 연락처도 전달하여 응급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해야하겠다. (회전술 병원이 이를 요구하지 않더라도)
아래처럼 몇가지 환경적 요인과 조건들이 갖춰지지 않았다면 나도 회전술을 아마 시도하지 않았을 것이다.
- 회전술 시도를 위해 약물 사용을 하지 않는다.
- 회전술 시행 장소가 응급수술이 가능한 곳이다.
- 회전술 담당 의사가 내 주치의이다.
- 회전술 시행 시 남편 또는 친구와 함께이다.
- 무리하게 회전술을 시도하지 않는다. (30분 이상 하지 않으며 다시 위치가 돌아오더라도 다시 시도하지 않음)
아직 아이가 둔위로 있는 이유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태내 환경 및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정확하지는 않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갑작스럽게 자세가 바뀌는 것에 대해 태아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사실 아무도 알 수가 없다. 회전술 전에 태아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시술 이후에도 태담을 많이 해주는 게 중요할 것 같다.
회전술 이후 예쁜이에게 놀라게 해서 미안하고 이렇게 한 이유가 무엇인지 차근차근 여러번 설명했다. 예쁜이는 이제 조금 마음이 풀렸을까. ^^;;;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역아회전술을 고려하는 임산부분들이 계신다면, 회전술의 장단점을 충분히 고려하셔서 현명한 결정을 내리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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