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부르는 노래
다시 두근거릴 수 있다면... 본문
내가 뽑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던 그 순간을 기억한다. 더 나은 세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심장이 쿵쾅거렸었다.
유시민이 경기도지사 후보에 나온다고 했을 때, 정말 기뻤다. 그런데 민주당과의 후보 단일화가 진행된다고 한다. 선거인단 신청자 중 무작위 추첨을 해서 전화설문을 통해 선호도 조사를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가 미끌어진다면 그를 뽑을 기회조차 얻지 못하게 된다.
인터넷에서 표를 '앵벌이'했던 유시민 후보만큼 나도 절박한 심정이었다. 제발 이번에는 '차선'투표가 아닌 진짜 투표를 해 보고 싶었다. (인터넷에서 그가 지지를 호소하고 다닌 것에 대해 말들이 많았다. 좋게 말해서 격이 떨어진다는 건데, 지금 우리가 정치인에게 바라는 덕망이 '고고함'인가? 아니다. '범죄자만 아니길!' 이다. 권위를 내려놓으면 추잡하다 하고, 고개를 뻣뻣이 들면 '누가 월급주는데!'로 받아친다. 진짜 중요한 걸 중심에 두고 생각해보자.)
오늘 선거인단에 뽑혔다는 메세지가 오고 몇 시간 뒤 설문 전화가 왔다. 본인 확인을 몇 단계 거친후 질문을 받았는데, 질문이 찝찝하다.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와 상대해서 이길만한 후보가 누구라고 생각하냐?"라는 식의 질문이었는데, 이건 지지성향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상황판단에 대한 문제같았다. '누구를 지지하는가?'보다 '누가 더 뽑힐 것 같은가?' 맞춰보라는 식. 어짜피 두 당의 후보 단일화라는 게 한나라당의 집권만 막아보자고 피상적으로 손을 잡은 것이기에 어쩔 수 없지 싶으면서도 씁쓸했다.
그래도 나의 지지 하나가 그를 후보로 끌어올려 줄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다시 한 번 투표가 '두근거리는 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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