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엄마로 사는 이야기/아이들이 자란다 (57)
고래가 부르는 노래
매번 그랬지만 이번에는 그야말로 수직으로 성장한 느낌이다. 하루아침에 다른 아이가 되 버린 것만 같다. 신체 능력에서 다른 아이들과의 상호작용, 언어능력까지 참 여러 면에서 쑤욱 자라고 변했다. 놀랍고 대견하고 신기하기도 하지만, 내가 가장 크게 느끼는 건 이제 윤우의 '유아기'가 막바지로 가고 있다는 것. 보석같은 순간들이 먼지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걸 어쩔 도리도 없이 그저 바라보고 있다. 1. 자동차가 궁금해요 시작은 SM5, 스펙트라였다. 동네 친구인 상윤이네 자동차와 아빠 빵빵. 특히나 자주 보이는 SM5를 너무 반가워하며 아는 척을 하더니, 이제 보는 차마다 이건 무슨 차냐고 묻기 시작했다. 그 때마다 차 뒤에 가서 이름을 확인해 준다. 나도 초등학교때까지만 해도 차종을 잘 알았는데....
스스로 약속을 했었다. 때리지만 말자. 큰 소리로 훈계라는 것까지는 천천히 고치더라도, 적어도 때리지는 말자고. 그런데 오늘도 양치를 시키다가 엉덩이를 팡팡 때려버렸다. 예전에는 아무 소리 안하더니 오늘은 "아프다..."라고 한마디한다. 이미 흥분할대로 흥분한 나는 "그럼! 당연히 아프지!!!"라고 하며 윤우 입을 억지로 벌리고 양치질을 했다. 물론 볼과 턱이 잡힌 윤우는 큰소리로 엉엉 울기 시작했다. 그렇게 분노를 양치를 끝내고는 우는 윤우의 눈물을 닦고 안아 주었다. 정말 너무 속상하고 미안했다. 화를 참지 못한 내 자신이 너무 미웠다. 낮잠을 재우기 위해 침대에 같이 누웠는데 누운 윤우의 옆얼굴을 보니 너무나 미안해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는지 윤우가 돌아서 나를 한참 보더니 ..
30개월이 되자 윤우는 다른 아이가 된 것만 같다. 참을성, 자제력이 커진만큼 아이러니하게 반항도 늘었다. 하라는 걸 일부러 안하고 심지어 반대로 하기도 한다. 매일매일 커다란 시험대에 올라선 기분이다. 잘 헤쳐 나가고 싶은데... 1. 지루한 기싸움 밖에 나간 후 더러워진 손으로 자꾸 코와 입을 만진다. 아마도 비염때문에 코가 간지러워서 일 듯 싶은데, 간지러울 때마다 엄마에게 말하면 닦아주겠노라고 여러 번 말했지만 잘 듣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안 듣는 건 아니고 간지러우니 자기도 모르게 먼저 손이 올라가는 것 같은데, 며칠 전에는 그 모습을 보고 참을 수가 없어서 코를 만지고 있는 윤우 손을 매섭게 내쳤다. 금방 다시 손을 코에 올리더니(반항!) 억울한지 엉엉 울어버린다. 울어놓고는 으레 그렇듯 눈물..
1. 완벽주의자 나한테 이런 기질이 있던가? 아니면 현수? 아니면 조부모 중 한 쪽? 약간 완벽주의적 성향이 보인다. 어릴 때부터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이나 먼지 집어와서 버리라고 내미는 거야 많은 아기들이 그런다니까 그러려니 싶었다. (우리 엄마는 '어머~ 이건 날 닮았구나' 하셨지만...) 그런데 요즈음은 모양 맞추기나 스티커 붙이기를 할 때 각이 조금이라도 맞지 않으면 엄청 짜증을 낸다. 아직 손놀림이 서툰 윤우가 하기에는 무리인 경우가 많은데 이런 일로 짜증을 내니 안타깝다. 그런데 며칠 전 내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유치원 때 산타할아버지에게 자석낚시놀이 세트를 선물로 받았는데, 낚시가 잘 안되어서 어찌나 짜증을 냈던지 엄마가 "애 성질 버리겠다"며 내다버리셨었다. ;;; 내 성격처럼 크는건가...
1. 누나와 이모들이 좋아! 어른 여자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이건 전혀 윤우에게 상상했던 모습이 아니었기에 좀 당황스러웠다. 같은 동네 친구인 상윤이네에 놀러가면 자기 또래인 상윤이보다 상윤이 엄마에게 애교떨기 바쁘다. 계속 눈 앞에서 고개를 45도로 꺾고 햇살 미소를 지으면서 상대방이 자기를 바라봐줄 때까지 바라본다. 그리고 며칠 전에는 심지어 머리 위로 하트를 만들기까지 했다. 나한테는 한번도 안하던 짓이었다. ;;;; 문화센터 수업의 선생님도 좋아하는 것 같다. 따라하라는 율동이나 지시는 모두 무시하고 선생님 앞으로 걸어가서 '머리 45도. 햇살미소 쏘기'만 해댄다. 지난 주에 혜림이 사무실에 놀러갔을 때도 혜림이를 어찌나 좋아하던지, 집에 돌아와서 "혜림이모가 '아이~ 귀여워~' 그랬지!"라고 계..
* 노래가 좋아! 매번 컴퓨터로 CD를 틀어주다가 노트북 화면에 너무 관심을 쏟기에, 구석에 박혀있던 CD 플레이어를 찾아 스피커에 연결해서 틀어주고 있다. CD를 꺼내고 버튼을 눌러 음악을 트는 방법을 익히게 되자, 재미가 들렸는지 온 CD를 다 꺼내 늘여놓고서는 나에게 이리저리 바꿔틀라고 난리이다. 심하게는 CD를 바꿔 넣자마자 다른 CD를 듣겠다고 코 앞에 들이댄다. -_- 부글부글.... 부를 줄 아는 노래 리스트가 점점 늘어난다. 작은 별, 사과같은 내 얼굴, 아빠!("아빠~ 힘내세요~" 하는 노래), 떴다 떴다 비행기와 노부영 몇 곡 등을 할 수 있는데, 리듬없이 랩처럼 박자만 존재하기 때문에 어지간히 익숙해지지 않고서는 노래를 부르는 거라고 눈치채기 어렵다. ^^; 이제 슬슬 리듬도 생겨나는..
* 말이 많이 늘었다. 21개월 반 때쯤 처음 "돈까스"라는 말을 따라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 이후 사람들의 말을 따라하려는 욕구가 굉장히 강해졌고, 이제 제법 많은 말들을 한다. 명사와 동사를 이은 간단한 문장을 만드는 수준. 그런데 비슷한 발음으로 하는 말들이 너무 많아 상황에 따른 유추가 필수다. 예를 들어 '아파트'는 발음 그대로 아파트도 되고 엘레베이터도 된다. ^^;;;; 내가 너무 못 알아들어서 가끔 미안하다. 본인도 내가 답답한 것 같다. ㅎㅎㅎ 몇 번 시도하다 내가 막판에 알아들으면 엄청 신나 한다. 영어 교육 시기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말들이 많은데 돌 때 즈음 시작하라는 부류와 초등학교 즈음 시작하라는 부류가 있다. 처음에는 나도 간간히 영어를 섞어 써가며 윤우의 이중언어 꿈을 키웠으나..
1. 빠뿜빠 도대체 의미를 알 수 없는 "빠뿜빠". 요즈음 하는 말의 50%는 저거다. 상황에 맞추어 의미를 유추해보려 했으나, 내 생각에 윤우도 저 뜻은 모르는 듯. 그냥 흥날 때, 아니면 괜히 그냥 입 움직이고 싶을 때 내는 흥얼거림인 것 같다. 특징이라면 빠뿜빠.↘ 이게 아니라 빠뿜빠?↗ 로 뒷끝을 올려 말한다는 것. 2. 엄마, 아빠 19개월 쯤 되서야 비로서 엄마와 아빠를 명확히 구별해 말하기 시작했고, 발음도 정확해졌다. 아빠한테도 계속 '엄마'거리다가 '아빠빠'를 발음하게 된 이후에는 아빠만 말하더니 이제 확실하게 구분해서 말한다. 그런데 20개월이 되니 30대 여자, 남자는 무조건 엄마, 아빠로 카테고리화하여 부르기 시작했다. 그림책에 나오는 '아기가 아닌 모든 여성'을 엄마라고 한다. -..
1. 올록볼록 열광 윤우에게 촉각은 시각 다음으로 대상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아기들은 거의 다 그렇긴 하지만 유난히 집착하는 편. 횡단보도 앞에 있는 시각 장애우용 노란 올록볼록은 절대 그냥 못지나친다. 꼭 한 번씩 만지고 나에게도 반드시 권한다. 그 외에도 울퉁불퉁해 보이는 것은 무조건 손으로 확인하고야 만다. 2. 에코베이비 산책을 나가면 꼭 쓰레기를 주워서 나에게 준다. 돌멩이나 풀잎처럼 그냥 길거리에 버릴 수도 없어서 꼭 쥐고 있다가 쓰레기통이 나오면 얼른 버리고는 있지만 음료수 페트같은 큰 쓰레기를 몰고 오면 난감하다. ;;; 그래서 가는 길 저 멀리에 큰 쓰레기가 보이면 얼른 윤우의 시선을 돌리려 애쓴다. 자연을 존중하고 무서워하며 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윤우때문에 자연스럽게 '실천하는 야생 ..
* 그래도 강제 부비부비! "엄마 뽀뽀!"라는 지시를 간단하게 도리도리로 거부하는 윤우. 처음엔 잘 해주다가, 나중엔 몇 번만 해주다가, 이제는 아예 100% 거절이다. 혼자만 불타는 외사랑을 하는 윤우 애미. 베란다에서 윤우가 자동차를 보며 혼이 나간 사이 열심히 볼을 부비댄다. 얼굴과 얼굴이 가까이 있으면 윤우 냄새가 나면서 너무 좋다. 웃음이 절로 비실비실 나온다. 그러면 가끔 윤우가 고개를 돌려 앙드레김 이마 키스를 해주며 입술 뽀뽀까지 갈 때가 있는데, 엄마가 이뻐서 하는 건 절대 아니고.........코를 입으로 물어뜯기 위해서이다. ;;;; 입이 코로 가는 사이 잠깐 입술끼리 부딪히는 것 뿐. 그래도 워낙에 거부에 쩔은 나는 찌질하게시리, 저럴 때 너무나 좋다. ^^ * 나가자고 징징징 윤우..
이제 윤우는 스스로 까꿍놀이를 할 줄도 알고, (커튼 속으로 숨었다가 나타난다.) 의도적으로 장난을 걸 줄도 안다. 방바닥에 떨어진 먼지나 부스러기를 주워서 알려주는 것은 여전한테, 예전과 다른 점은 순순히 주지 않는다는 것. 달라고 하면 이리저리 손을 치우며 깔깔댄다. "저 사람은 내가 A 하면 B 하는구나."하는 예상능력을 뛰어넘어 "내가 A 하면 B 할테니, C 로 받아줘야지."하는 응용력까지 생긴 것이다. 반면에 부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발달 사항도 있다. 엄청 까탈스러워져서 귤에 붙은 하얀색 섬유질이 조금이라도 굵다 싶으면 떼어달라고도 하고, 고구마의 심줄이 정말 미세하게 도드라진 것을 보고 나에게 도로 주는 등 예민하게 군다. 지난 주에 똥을 먹은 주제에 말이다!!!! -_-;;; 이렇게 선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