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부르는 노래
꼬아인형, 8년의 세월을 건너 윤우에게 안기다. 본문
캐릭터디자인 과정을 들을 때 만들었던 캐릭터 꼬아.
나의 어둡고 우울한 부분을 과장되게 드러내주는 아이였고, 디자인적으로는 신비한 에스닉(? 패션계에서 쓰는 자세한 뜻은 모른다. 그저 장식적인 부분이 강조된 인도풍 디자인을 표현하고자 쓴 말임. 쩝)을 추구했다. ㅎ
코알라라는 개체명과 세상을 비틀어서 '꼬아서' 본다는 뜻을 나름 의미심장하게 합하여 '꼬아'라고 지었었다.
메인 캐릭터는 코알라 꼬아, 여우 휘, 부엉이 후티 이렇게 셋.
설명을 써 놓은 걸 지금 다시 보니
꼬아 - 자주 우울해하기는 하지만 세상을 스스로의 시선으로 바라볼 줄 아는 멋진 친구
휘 - 어렸을 때부터 들어온 "넌 도대체 뭐니?" 라는 질문 때문에 유난히 자아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친구
후티 - 할아버지처럼 척척박사가 아닌 게 항상 콤플렉스인 부엉이 친구
라고 되어 있다. "나"에 대한 이 질긴 고민. 끝도 없구나. ㅎ
꼬아인형 사진을 찾으려고 컴퓨터 뒤지다가 다른 작품들도 있기에 추억에 흠뻑 빠져들었다.
* 가장자리 라이터로 태워가며 만들었던 워크북.
- 이 때의 탄내가 생생히 기억나누나. 불날까봐 불 한바가지 떠놓고... ㅎㅎㅎ
지금 살펴보니 꼬아 귀속 패턴이 그 때 그 때 바뀐다. 너무 새롭다. ㅋ
* 퀼트 방석
- 원래 이걸 만들려 했던 게 아닌데, 흘러흘러 '자연스럽게' 방석이 됐다.;;;
종이와 천을 결합한 '소재통합' 작품이라고나 할까....
* 꼬아인형
- 아는 바느질법이라고는 박음질과 홈질밖에 없는 내가 그 빈약한 기술만으로 완성한 감동의 인간승리 작품이다.
저 작은 몸통을 바느질하고 어떻게 뒤집었지???? 지금 하라면...돈 주지 않으면 못할 듯 하다. -ㅂ-
원래 이 인형만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꼬아 캐릭터 보고서가...
몇 개월 전에 번뜩! 창고에서 자고 있는 이 녀석이 생각나서 먼지를 툭툭털어 윤우에게 건냈다.
중학교 때 가정시간에 만든 손바느질 아기옷을 아기낳으면 반드시 입히겠다고 대학교때까지 징하게 보관해왔었는데 어느 날 청주에 내려가보니 찾을 수 없었다. -_-;;;내가 서울로 떠나 버린 뒤 엄마가 내 방을 창고화하면서 처분(!)해 버리신듯. 중학교 때 청첩장을 대신하겠다며 하루에 한장씩 사서 모으던 박스 가득 엽서도 사라지고. <20년 후 내 모습>이라고 만들었던 미래계획안도 소리없이 증발됐다. T-T
과거와 미래가 한자리에서 만나는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며 추억거리 수집에 열중하던 나였기에 저 모든 게 없어졌다는 걸 알고 무지 허탈했었는데, 꼬아인형이 생각난 거다!!!
아! 윤우가 처음 태어났을 때 블라블라 대신에 이 녀석을 쥐어주었어야 하는데...ㅜ.ㅠ
꼬아를 들고 있는 윤우를 찍고 싶었으나 아이가 이 인형에 큰 애착이 없어 그런 정겨운 모습을 연출해주질 않는다. 흑.
그래도 내가 "코알라야~" 하고 알려주니 "코알라"라고 부르긴 한다. ㅎㅎㅎ (남들은 처음보면 다 코끼리라고 한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코알라가 보일지니...)
나의 과거가 8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윤우의 손에 들리니 기분이 너무 남다르다.
윤우 그림책도 만들어줘야 하는데. 이건 정말 올해 숙제다. 게을러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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