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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로 사는 이야기/아이들에게 쓰는 편지

윤우의 세번째 생일에 보내는 편지

고래의노래 2011. 10. 4. 22:13
오늘은 윤우가 이 세상에 온 지 만 3년이 되는 날이구나.
3년동안의 세상살이가 어떠했니? 엄마의 아이로 사는 건 또 어땠니?

엄마도 이제 엄마가 된지 3년이 되었어.
이 3년은 엄마 속에 숨어있던 수많은 허점들을 쉴 새 없이 깨달으면서 매일 웃고 한숨짓고 또 다짐해보는 하루하루였다.
그렇게 수백번의 다툼과 수만번의 포옹을 나누면서 윤우와 엄마가 함께 한지도 이제 만 3년이구나.

이번 생일은 참 특별했지?
어제 저녁부터 시작해서 오늘 하루 내내 윤우에게 생일 축하 인사가 쏟아졌어. 

생일 전 날에는 윤우의 가장 오랜 친구인 상윤이를 집으로 초대해서 윤우가 그렇게도 먹고 싶어하던 뽀로로 케익으로 파티를 했지. 생일 날 아침에는 다 함께 미역국을 먹었고 윤우가 엄마, 아빠에게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도 했어. (물론 엄마가 시킨 거지만~~^^ 내년부터는 시키지 않아도 해주길 바래~ ㅎㅎ)
그리고 오전에는 일주일에 한 번 보는 숲유치원 친구들과 또 한 번 작은 생일 파티!

야외에서는 케익을 먹기가 힘들 것 같아 미리 잘라져 있는 카스테라 빵에 초를 꽂고 다 같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단다.
카스테라를 빙 둘러싼 친구들 사이에 정작 생일 주인공은 파 묻히고 말았지만(ㅋㅋ), 따뜻한 햇살 아래 야외 파티라니! 정말 멋지지 않니?
오후에는 아론이, 준성이와 레스토랑에서 또 한 번 생일 노래를 불렀지.

생일이 왜 이렇게 특별한 날인지, 사람들이 왜 자기에게 선물을 사주는지 윤우는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지만 많이 즐거워 보였단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한꺼번에 축하를 받는 건 처음이었잖니?
많은 친구들 사이에서 촛불을 끄는 윤우를 보니 식상하게만 생각했던 '축하'라는 의미가 새롭게 느껴지더구나.
윤우가 세상에 온 것을 엄마, 아빠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기뻐해준다고, 그렇게 윤우에게 사랑이 쏟아진다고 생각하니 엄마는 온 마음이 먹먹하게 가득 차 올랐단다.

이번 생일에 윤우는 선물도 많이 받았어.
가장 많이 받은 건 요즈음 윤우가 빠져있는 <꼬마버스 타요>의 캐릭터 인형였지. 
그리고 엄마한테는 윤우가 선물로 뭘 사달라고 했는지 아니?
바로 하트 뿅뿅 리본 스티커와 키티 코디 스티커!! 온통 분홍으로 가득한 스티커 3장이었단다. 리본 스티커는 똑같은 걸 2개나 샀어.


한결같이 시퍼런 남자아이들 옷이 지겨워서 되도록이면 다른 밝은 색깔 옷들을 찾아 입히려 노력했었는데,
그 노력 때문인걸까? 윤우는 분홍색을 참 좋아한다. ^^ 엄마도 예전에 알아주는 분홍쟁이였는데 엄마를 닮은 건지도 모르지. 보통 분홍색은 여자아이들의 색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윤우의 이런 취향이 많이 남다르게 여겨지는 것도 사실이야. 

하지만 이 외에도 윤우는 다른 남자아이들과 다른 점이 많아.
윤우는 '자기 것'에 대한 집착이 크지 않고, 뭐든 친구들에게 잘 빌려준단다.
친구들과의 갈등이 생길 때에도 먼저 물러서서 양보하고 평화를 선택하는 편이지.

또 모험보다도 안정을 원하는 편이어서 '아이다운 무모함'을 여간해서는 잘 보이지 않는단다.
심지어 아이들이 모두 좋아서 기절하는 분수에도 뛰어들지 않지. ^^;;;

이제 내년이면 또래 친구들과의 단체 생활이 시작되겠구나.
여리고 착한 윤우가 자기 중심적인 5살들 사이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조금은 걱정이 된다. 
하지만 윤우가 앞으로 겪게 될 모든 일들이 윤우를 단단하게 키워내겠지. 그렇게 믿고 있어.
엄마는 윤우가 그 작은 '남다름'때문에 상처받고 갈등하기 보다는 그것을 스스로 긍정하면서 장애우나 다문화 가정 친구들처럼 특별한 친구들도 너르게 안아줄 수 있길 바라. 사실 우리는 한 명 한 명 모두 특별하고 남다르잖니!!!

물론 엄마, 아빠에겐 윤우가 이 세상에서 가장 특별하고 소중하단다.
우리에게 와 주어서 고맙구나.
생일 축하한다.
좋은 꿈 꾸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