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삶이 글이 될 때/읽고 보다 (79)
고래가 부르는 노래
드디어 를 봤다. 버찌씨 친구 중 한 명인 영주와 함께였다. 학창시절 추억에 관한 영화를 여중시절 친구와 함께 볼 수 있어 행복했다. 하지만 영화는 재밌고도 씁쓸했다. 영화의 주제는 영화를 보기 전부터 짐작할 수 있듯이 아주 단순하고 명확하다. "각자의 삶을 살면서 잊고 있던 여고시절의 기억을 통해 그녀들이 자기 인생의 주인임을 생각하게 된다."는 것. 영화 끝까지 그녀들은 '생각'만 한다. 깨닫고 행동하는 것은 나오지 않는다. 영화 초반에 그림 같은 집에서 남편, 아이를 완벽하게 뒷바라지하지만 철저하게 무시당하는 나미를 보면서 관객들은 누구나 영화 마지막에는 나미가 저 상황을 통쾌하게 극복하겠구나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은 없다. 남편은 출장에서 돌아오고, 딸과 공항으로 마중을 나가고, 그렇게..
엄마의 공책 - 서경옥 지음, 이수지 그림/시골생활(도솔) 이 책의 저자인 서경옥님은 글쓴이 소개에 나오는 것처럼 남편 뒷바라지하고 딸자식 잘 키워 지금은 시집보낸 평범한 가정주부이다. 책에 씌여진 내용대로 보면 그녀의 인생은 정말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어렸을 때는 피아노를 배웠고, 60년대에 이화여대 불문과를 졸업했다. 수놓기를 즐기고, 가야금, 창도 수준급이고 클래식에도 조예가 깊은 것 같다. 십년 전에는 봉평에 집을 마련해서 서울집과 시골집을 오가며 살고 있다. 중산층 지식인 집안의 가정주부가 곱게 자라, 곱게 생활하다, 곱게 늙어가는 이야기이다. 자신의 취미생활 이야기와 시어머니, 어머니 이야기, 딸과의 에피소드들이 소소하게 이어진다. 처음부터 끝까지 새소리 지저귀는 오솔길을 차분히 걷는 기분이..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 목수정 글, 희완 트호뫼흐 사진/레디앙 나는 아직 비겁하다. '아직'이라고 쓴 건 변할 수 있다는 희망을 남기고 싶어서다. 살가운 공동체를 꿈꾸지만 낯선 사람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고, 자연과 벗하기를 꿈꾸지만 화분 하나 제대로 키워내지 못하며, 편견없는 세상을 꿈꾸지만 아직도 외적 정보로부터 빠른 판단을 내려버리기도 한다. 세상이 바뀌기를 바라지만, 바뀐 세상에 살짝 내려앉고만 싶은 마음이 더 큰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들을 진정으로 존경하는데 저자는 딱 그런 사람이다. 프랑스 유학길에 올라 자신이 열정을 쏟을만한 '분야'를 찾았고, 열정을 쏟을만한 '사람'을 찾았고, 그와 '연대'하며 조금씩 세상을 바꾸면서 자신들만의 방식대로 뚜..
내가 요즈음 몰입하는 사상가는 두 사람. 칼 융와 에리히 프롬이다. 칼 융은 이부영이 쓴 을 읽고 눈이 번쩍 뜨여 사랑하게 되었고, 에리히 프롬은 을 읽고 빠져들었다. 두 사람은 공통점이 있는데, 하나는 인간 내면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근원성에 집중하여 의문점을 해결하려 한 점이고, 두번째는 '실천하는 이성'이었다는 점이다. 논리와 이성의 영역에서 쉽게 배제되고 무시되는 근원과 이상향에 대해 이들은 끊임없이 추구하는데, 그로 인해 종교적 지도자들에게 보이는 '깨달음'의 면모가 보인다. '실천'은 내가 지성인들을 감히 판단할 때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혹자는 "화살표가 화살표 방향으로 걸어갈 필요는 없다."라며 일부 지성인들의 사상과 삶의 괴리를 옹호하기도 하지만, 실천하지 않는 것은 아는 것이 아니다. ..
나름 목표 초과 달성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 목표했던 50권보다 한 권 많은 51권을 읽었다. 재미있는 건 마지막까지 목표달성한 줄 모르고 읽은 바람에 초과가 되었다는 점. 아마 목표치를 채웠다는 걸 알았다면 작년처럼 맥이 풀려 더 읽으려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올해는 작년에 소홀했던 인문,사회분야의 책들에 다시금 집중했던 한 해였다. 하지만 여전히 분야 1위는 육아. 이건 어쩔 수가 없나보다. 다른 분야로 그룹핑한 책들에서도 육아의 지혜를 얻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여행 분야에서는 아들과의 여행기를 쓴 오소희씨의 책들이 그랬고, 인물 분야에서는 이 그랬다. 인문,사회 분야에서는 , 문학 분야에서는 에서 좋은 엄마되는 지혜를 얻을 수 있었다. 똑같은 정보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자기식..
의식혁명 - 데이비드 호킨스 지음, 이종수 옮김/한문화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 성공, 행복, 영성 등과 같은 주제를 다루는 다른 책들은 이 책의 이야기들을 각자의 주제대로 풀어낸 것이라고 느껴질 정도이다. 하지만 그만큼 이해하기 힘들고 이해했다해도 이를 온전히 받아들이기는 더 힘들다. 한 번 읽는 것만으로는 흡수할 수 없는 내용이다. 절판된 것이 아쉽다. 저자는 우리의 근원이 가진 잠재력에 대해서 확고하게 긍정하고 있다. 우리의 몸은 이미 우리가 인식하기도 전에 옳고 그름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단순한 예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일어나는 근력의 차이를 들고 있는데, 사람의 손길로 만들어진 그림을 볼 때는 우리의 반응이 강해지고, 복사판을 볼 때는 그림의 내용과 상관없이 근육 반응이 약해진다는 ..
행복의 조건 - 조지 E. 베일런트 지음, 이덕남 옮김, 이시형 감수/프런티어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여 장래가 유망한 하버드 졸업생들과 빈민가에 살면서 비행에 빠지지 않은 청소년들, 그리고 명석한 두뇌를 가진 여자아이들의 일생을 추적조사했다. 초기 하버드 졸업생만 연구할 때와 달리, 환경과 성(性)에 대한 변수가 추가되면서 연구는 좀 더 체계가 잡혔다. 본래부터 사람사이의 공동체에서 깊은 행복이 찾아온다고 생각하고 끊임없는 자아성찰을 통해서 자신의 능력을 발견, 개발하고 이를 사회에 유의미하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어온 나에게 이 책이 새로운 사실을 주지는 못했다. 여러 많은 행복론 책들과 마찬가지로 이 책도 명확한 행복의 조건을 제시해주고 있지는 못한다.(책 제목과 달리) 물론 '행복한 사람들..
스캇 펙 박사의 평화 만들기 - M. 스캇 펙 지음, 김민예숙.김예자 옮김/열음사 어릴 때부터 나는 사람과의 부대낌을 즐기고 친구들을 끔찍히 아꼈다. 심지어 중학교 1학때 친구들과 어두컴컴한 방에서 가졌던 우정 언약식에서 마음 깊이 감동을 하고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는데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를 감싼 그 유대감을 그 때에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모두 크고 난 후에 그 중 한 친구가 나에게 말하길 그 당시 내가 우는 것이 참 이상해 보이고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에야 이해가 되더라고 했다. 이렇게 '사람관계에서 느끼는 기쁨'을 확실히 나는 다른 친구들보다 일찍 깨우쳤다. 그것은 아마도 외동으로서 어두운 가정 분위기를 혼자 감당하기 버거웠기 때문인 것 같다. 내 옆의 사람과 말없..
사랑의 기술 - 에리히 프롬 지음, 황문수 옮김/문예출판사 본래 이 책이 '연애의 기술' 따위를 다룬 책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너무 그 점에만 집중한 나머지 나도 모르게 이 책이 남녀간의 사랑을 다룬 책이겠거니 생각했었다. 그래서 모성애 얘기가 나왔을 때 놀라고, 신에 대한 사랑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정말 깜짝! 놀랐다. (요즈음 계속 신에 대한 믿음의 문제 때문에 갈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 또는 위대한 힘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가져야 할지 한참 고민하는 중이다.) 이성 간에는 성적 결합에 대한 기본 욕구가 있고 이를 통해 일치를 경험하고자 한다는 것은 동성애를 포용하지 못하는 의견이고, 모성애와 부성애를 따뜻한 감성과 차가운 이성으로 구분짓는 경직성도 보이지만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지혜를..
스위트 파자마 1 - 사사다 아스카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스스로 이상을 정하고, 그걸 스스로 깨부수고 자기 반성을 하면서, 책임은 남한데만 미루고는 그건 그거대로 좋아며 갑자기 말을 바꾸는 자기 모순." (자기가 말하고 자기가 해결한다. 하지만 어쨋든 잘못은 남.) "손가락 씨름하자!" "자꾸 지니까 열받어!" "나는 두 팔 가득 펼쳤는데 테츠는 팔이 굽었어! 분하다!" (어쩔 수 없는 신체적 차이로 분해한다..진심으로.) "기본적으로 낯을 가리고, 더욱이 사교성 좋은 사람이고 싶어하는 하루미는...." (의식중...무의식중으로 상황을 엄청 의식한다.) "왠지.... 누구가를 때리고 싶은 기분이야... 테츠 한 방만 때릴께♡" (제안은 러브리하게~) "거리와 함께 와락!" (길거리에서 수시로 업힌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 빅터 프랭클 지음, 이시형 옮김/청아출판사 유대인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정신과 의사의 기록. 이 짧은 소개글만으로도 많은 사람이 이 책이 필독서가 되어야 함을 인정할 것이다. 영화표 값을 아까워하지 않기 위해서 극장에 가기 전에 영화리뷰를 챙겨보는 그 상식으로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아깝지 않기 위해 마땅히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저자는 수용소의 비인간적인 모습을 묘사하는데 공을 들이지 않는다. 누구나 익히 들어 알고 있는 그 끔찍한 상황에서 자신이 어떻게 '똑바른 정신'을 유지하며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야기한다. 살아남기 위해 그가 취한 행동은 철저한 기회주의자가 되거나 호시탐탐 탈출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고통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알코올..
상처 없는 영혼 - 공지영 지음/오픈하우스 '어른'이 드문 세상이다. '제대로 나이먹은 어른'말이다. 쇠약해진 몸과 축져진 피부에 슬퍼하며 '세월'을 한탄하다가도, 젊은이들 앞에서는 '세월'의 길이를 들먹이며 턱을 치켜들고 권위를 내세우는 참 딱한 어른들이 판을 친다. 형제가 없는 나는 '인생의 멘토'를 끊임없이 갈망했다. 스스로를 정의하지 못한 채 휘청이던 20대에는 말할 것도 없고 아이낳고 엄마가 된 30대의 지금도 마찬가지다. 현명하게 나이든 그 누군가가 지나간 길을 회상하며 "아~ 나도 그 때 그랬었지. 그런데 지나가보니..."로 시작하는 조언을 해주길 얼마나 바랬는지. 결국 내가 살아가야 할 내 인생이기에 뒤돌아서면 쓸쓸하고 외로운 것은 매한가지겠지만, 그러한 말 한마디로 "이 정도면 괜찮아. ..
점선뎐 - 김점선 지음/시작 그녀는 나에게 합쳐지지 못한 3개의 조각이었다. 웃는 말 그림을 그린 화가, 장영희 교수의 절친 그리고 의 저자. 그러다 어느 날 한 잡지에서 그녀를 추모하는 글을 읽다가 그녀들이 모두 김점선, 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더 놀라웠던 건 그녀를 잘 대변한다는 몇몇 에피소드들이었다. 기타연주와 노래 소리만을 듣고 단박에 결혼을 결심하여 청혼하고 그 날 '합방'을 통해 바로 결혼을 했다는 이야기야 예술가들의 '으레 그렇고 그런 기행'으로 보아 넘길 수 있다지만 정말 놀라웠던 것은 공중도덕을 지키지 않는 사람에 대한 그녀의 응징! 차 밖으로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을 보면 기필코 쫓아가 창문을 두들겨 열게 한 후 쓰레기를 도로 차 안으로 집어 넣었다고 한다. 이것은 자신..
그는 화원에서 꿈을 꾼다 - 요시나가 후미 지음/서울문화사(만화) 나는 지금도 외로워... 파르하트 부탁이니 아무 말 없이 사라지지는 말아다오. 라우린느나 안티에트처럼 말이야....... 남작님은 익숙해지질 못하는 분이군요.... 그래도 전 그런 남작님이 사랑스럽다고 생각해요. 후미 요시나가의 1권짜리 단편.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빚어지는 심리변화를 무겁지 않게 표현할 줄 아는 아주 탁월한 작가인 후미 요시나가는 아이 야자와와 더불어 마음을 위로해 주어야 할 일이 있을 때 접하면 좋은 작품을 많이 쓰는 사람이다. 흐억! 당신도 이 기분 알고 있었어? 라고 놀라게 되는 장면들이 있어서 참 많이 위로를 받는다. 사람들에게 설명해서 공감받고 싶어도 게으름과 두려움 때문에 이리 미루고 저리 미루어서 결국에는 혼..
희망을 여행하라 - 이매진피스.임영신.이혜영 지음/소나무 나는 분노하며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철저히 나를 중심으로 한 분노였고, 행동이 빠진 푸념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아무렇지 않게 몰디브에서 히히덕거린 내가 한없이 부끄러웠다. 아이와의 여행을 계획한다. 아기가 만 4, 5살쯤 되었을 때, 아이의 손을 잡고 다른 사람들 속으로 걸어들어가고 싶다. 그 여행을 준비하기 위한 올바른 마음가짐을 갖게 해준 책. 인권 경제, 환경, 정치, 문화, 배움 이렇게 6개의 카테고리별로 공정무역이 가지는 의미가 방대한 정보를 제시하고 있다. 책이 두껍지만 너무 재미있어서 금방 읽을 수 있었다. 해외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아래에는 '정보' 부분만 추려서 정리. 홈페이지가 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