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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로 사는 이야기/아이들이 자란다

32개월 윤우의 발달 상황

고래의노래 2011. 6. 23. 15:28
매번 그랬지만 이번에는 그야말로 수직으로 성장한 느낌이다. 하루아침에 다른 아이가 되 버린 것만 같다.
신체 능력에서 다른 아이들과의 상호작용, 언어능력까지 참 여러 면에서 쑤욱 자라고 변했다.
놀랍고 대견하고 신기하기도 하지만, 내가 가장 크게 느끼는 건 이제 윤우의 '유아기'가 막바지로 가고 있다는 것.
보석같은 순간들이 먼지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걸 어쩔 도리도 없이 그저 바라보고 있다.

1. 자동차가 궁금해요
   시작은 SM5, 스펙트라였다. 동네 친구인 상윤이네 자동차와 아빠 빵빵. 특히나 자주 보이는 SM5를 너무 반가워하며 아는 척을 하더니, 이제 보는 차마다 이건 무슨 차냐고 묻기 시작했다. 그 때마다 차 뒤에 가서 이름을 확인해 준다. 나도 초등학교때까지만 해도 차종을 잘 알았는데..ㅜ.ㅠ 요즈음은 차 종류가 넘 많아. 윤우는 아는 차가 이제 점점 많아지고 있다. 덕분에 나도 차 이름을 알아가는 중. 
   남자아이들이 자동차를 좋아하는 건 움직이는 동물을 쫓아야만 했던 수렵인의 본능때문일까. 예전 아이들도 소달구지같은 것에 열광했을까. 궁금하다. 
 
2. 정교해진 손기술
이제 무언가를 그리겠다며 의도를 가지고 그림을 그리고 그게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꽤 그럴 듯 하다.

처음으로 의도하고 그린 그럴 듯한 그림. 잠실 할아버지란다. 윤우 아빠가 목욕시킬 때마다 욕실 벽에다 할아버지라며 그려주던 것을 기억해내고 특징을 잡아냈다. 내려간 눈꼬리가 포인트! 그 옆은 할머니란다.

고양이를 그렸다기에 봤더니~~~ 와! 놀라웠다. 뾰족하게 올라간 귀와 수염까지 그렸다.
그림 그리는 건 나를 좀 닮은걸까? 갑자기 두근거렸다.

숫자와 알파벳 따라쓰기도 이제 제법이고, 점선 따라 그리기도 잘 한다. 저거 못해서 버벅거리던게 불과 한달 전인 것 같은데...내가 엄청 놀라워하며 사진을 찍어대니까 이제 으레 해놓고는 사진찍으라고 성화다.

모든 작품은 왼손으로 완성했다. 왼손잡이 확정이요...-ㅂ-

3. 언어의 계단식 성장
   무언가 물어보면 항상 질문을 따라했다. 일명 반향언어라고, 아이들이 말을 익힐 때 나타나는 현상인데 윤우는 유독 이게 오래가는 것 같아 조금 걱정도 되고 답답하기도 했다. "질문을 하면 대답을 해야지."라고 몇 번 말해보기는 했는데 별 반응없더니 정말 하루 사이에 확 바뀌어서 제대로 대답을 하게 되었다. 무언가 물어보면 확실하게 "응, 아니" 또는 "네, 아니요."라고 대답을 한다. 이제 정말 대화가 된다. 작은 머리까지 끄덕이며 대답하는 모습을 보면 윤우도 자신의 생각을 가진 한 인간이라는 게 또렷히 느껴진다.
   이제 자신의 마음 상태를 설명하는 일도 잦아졌다. 또 짜증내기 보다는 자신의 상황과 느낌을 제대로 설명한다. 도와달라는 말도 또박또박할 때가 많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이제 어설픈 논리는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 음식을 남길 때마다 "낭비는 나쁜거야. "라고 이야기해 주었더니 아이스크림 먹을 때 "이제 그만 먹자."라고 하자 "낭비는 나쁜거야!"라며 계속 먹는다. -ㅁ-;;

4 입에 뭐가 있어!!
   으앙 울고나서는 항상 목에 뭐가 있다며 기분 나빠하고 짜증을 낸다. 많이 울게되면 목이 약간 좁아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걸 뭐가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울음을 멈추고 가만히 있으면 없어진다는 이야기를 자꾸 해주고 자기도 경험하다 보니 이제 짜증이 줄긴했다. 지난 번에 심하게 울었을 때는 목에 있는 게 안 없어진다며 자진해서 치카를 해달라고 하기도...-_-

5. 엄마 걸걸한 소리 내지 마세요.
   윤우를 야단치면 윤우는 "엄마 걸걸한 소리 내지 마세요."라며 울상이 된다. 허스키하고 큰 목소리를 '걸걸한 소리'라고 말하는데, 문제는 그냥 말하는 것도 걸걸한 소리라며 오해를 하는 것. 엄마 목소리는 원래 걸걸해..-_-;;;라고 이야기를 해주고 있지만 슬프다...

6. 사진 찍어봐 & 사진 찍어줄께.
   사진 찍을 때 포즈를 제대로 취해주는 일은 시크한 윤우에게는 없을 줄 알았다. 물론 브이(V)까지는 아직 멀었지만 이제 사진을 찍어달라고 이야기한다. 자동차 박물관에 갔을 때는 밖에 전시된 자동차 한 대, 한 대 마다 앞에 서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기도..ㅜ.ㅠ

나름 가장 포즈를 취한 것.

나보러 자동차 앞에 서보라고 하더니 찍어줬다. 아직은 몰카수준.

7. 또래친구들과의 관계
   친구들을 만나도 잘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듯한 모습을 자주 보여줘서 너무 걱정이 되었다. 
이제까지는 아이가 친구가 아닌 장난감에만 관심을 보여도 "아직은 상호작용할 때가 아니야"라고 생각하며 넘겼는데, 또래들과 만날 일이 잦아지면서 가만히 살펴보니 윤우는 혼자 놀고 나머지 친구들은 같이 뛰노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야마하 친구들과의 모임에서도 윤우는 혼자 스티커를 가지고 놀았고, 블로그 언니들과 만났을 때도 윤우는 연수와 희범이가 투닥거리며 노는 모습을 지켜보는 방관자였다. 덕수궁에 함께 놀러갔을 때는 윤우 혼자 나무를 쓰다듬거나 바위에 누워 신선놀음을 하는 등의 예사롭지 않은 행태를 보여 언니들로부터 '선비'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혼자 노니 윤우는 갈등상황에 끼는 일이 거의 없었고 이렇다 보니 '순한 아이, 착한 아이'로 불러지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내 속은 타들어갔다. 장난감을 뺏겨도 별 대항을 하지 않고 또래들이 우르르 몰려오면 지레 움츠러들어서 슬슬 자리를 피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많이 바뀌었다. 아직도 처음 만나는 또래들과는 친해지는데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익숙하게 보아왔던 친구들과는 상호작용을 슬슬 하기 시작했다. 특히나 제일 자주 보는 상윤이에게는 먼저 인사를 걸기도 하고 이런 놀이를 하자거나 이렇게 해보라며 친구에게 먼저 제안을 하기도 한다. 며칠 전에는 장난감을 뺏기지 않고 지켜내는 모습을 보여서 놀라기도 했다.
   친구들과 만나서 놀꺼라거나 친구가 놀러올꺼라고 이야기하면 기대하면서 좋아한다.
육아서를 보니 아이가 사회성이 없다면 엄마가 대문을 활짝 열어놓으라고 했다. 이웃을 받아들이고 아이에게 다른 사람, 또래와의 만남을 자주 만들어주라는 이야기이다. 상윤과 희범이, 연수, 아론이, 준성이와 함께 뛰어놀면서 윤우가 '함께 하는 즐거움'을 잘 알아갔으면 좋겠다.

7. 글자에 관심.
   그림책을 읽어주면 글자를 집으면서 "이건?"이라고 물어본다. 읽어주면 자신도 글자에 손가락으로 밑줄을 치며 따라 읽는다. 요즈음은 자동차 이름을 물어보며 자동차 이름을 손가락으로 집어보는 것이 주된 놀이.
   그래도 한글익히는 것은 7살까지는 기다려보련다. 필요성도 못 느끼지만 엄두도 안 남.;;

8. 쉬를 처음 가리다.
   더워지면 하겠다던 배변훈련은 아직 시작하지도 못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맨 먼저 변기에 앉혀보자고 다짐했다가도 정작 일어나면 허둥지둥 밥차리고 윤우아빠랑 윤우 밥먹이기 바빴다. 그저 아이가 관심을 보이면 몇 번 변기에 앉혀보고 "쉬마려우면 엄마한테 말해. 변기에 가서 쉬하자."라고 이야기한 것이 내가 한 배변훈련의 전부. ㅠ.ㅜ
   그런데 어느 날(정확히는 2011년 6월 17일) 쉬가 마렵다고 해서 변기에 세워주니 쉬를 했다!!! 오오오옷! 바로 엄청 칭찬해주었다. 그 뒤로도 몇 번 쉬마렵다고 해서 변기 앞에 세워봤지만 아직까지 두번째 성공은 이루지 못했다. 이제 장마 뒤에는 엄청 더워질테니 배변훈련을 해봐야할텐데, 샤워 후에는 기저귀를 꼬박꼬박 챙겨 입고 바지까지 꼭 입혀달라고 성화여서 조금 걱정이 된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