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부르는 노래

28~29개월 윤우의 발달 본문

엄마로 사는 이야기/아이들이 자란다

28~29개월 윤우의 발달

고래의노래 2011. 3. 2. 23:16


1. 완벽주의자
   나한테 이런 기질이 있던가? 아니면 현수? 아니면 조부모 중 한 쪽? 약간 완벽주의적 성향이 보인다.
어릴 때부터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이나 먼지 집어와서 버리라고 내미는 거야 많은 아기들이 그런다니까 그러려니 싶었다. (우리 엄마는 '어머~ 이건 날 닮았구나' 하셨지만...) 그런데 요즈음은 모양 맞추기나 스티커 붙이기를 할 때 각이 조금이라도 맞지 않으면 엄청 짜증을 낸다. 아직 손놀림이 서툰 윤우가 하기에는 무리인 경우가 많은데 이런 일로 짜증을 내니 안타깝다.
   그런데 며칠 전 내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유치원 때 산타할아버지에게 자석낚시놀이 세트를 선물로 받았는데, 낚시가 잘 안되어서 어찌나 짜증을 냈던지 엄마가 "애 성질 버리겠다"며 내다버리셨었다. ;;; 내 성격처럼 크는건가..어찌해야 되지. 막막하네. -ㅂ-

2. 나는 왼손잡이야~ ♬
   현수가 왼손잡이였단다. 그래서 자신은 현재 양손잡이라고 우기는데, 그러면 왼손으로 한 번 글씨를 써봐라라고 하니 그야말로 '왼손글씨'다. -_-;;; 내가 이게 뭐냐고 하니까 그래도 자기는 왼손으로 젓가락질은 한다나? 음..근데 오른손으로도 젓가락질은 잘 못하던데?
   각설하고, 그래서 윤우도 왼손잡이가 아닐런지 유심히 관찰하고 있는데, 왼손잡이인 것 같다. 밥을 먹을 때나 그림을 그릴 때 왼손으로 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유아용 젓가락도 혹시 몰라서 왼손용, 오른손용으로 모두 사긴 했는데, 나는 양손잡이를 만들고자 오른손 젓가락만 주로 주고 있다. 그런데 가끔 왼손 젓가락을 찾을 때가 있다.
   내가 윤우를 양손잡이로 만들고 싶은 건, 왼손잡이로만 생활한다는 것이 여러 사람과 생활할 때 불편한 점이 많고(예를 들어 밥먹을 때 옆사람 팔과 부딪히게 된다.) 어짜피 왼손잡이라면 오른손, 왼손 다 같이 써서 양쪽 두뇌를 모두 발달시켜주고 싶은 욕심에서이다. 물론 억지로 교정할 생각은 없고 지금처럼 오른손 젓가락을 쥐어주는 정도에서 그치려 하는데, 할머니, 할아버지의 레이더망에서는 벗어나지 못할 듯 싶다. 나랑 현수가 잘 막아주어야 겠다.

3. 세수와 혼자 옷입기 시도, 양칫물 뱉기
   "윤우 혼자!"가 시작되었다. 대견하다. 손에 물을 찍어 얼굴도 잘 문지르고 이제 어엿하게 양칫물도 뱉을 줄 안다. 옷입기와 옷벗기도 혼자 하려고 하는데, 아직까지는 내가 뒤에서 살짝 도와주는 편.

4. 윤우 가방이 생겼어요
   밖에 나가서 쇼핑을 하거나 장을 보면 꼭 무언가 하나는 들고 가겠다고 주장한다. 윤우 손에 쏙 들어가는 조그만 물건이 있는 날이면 수월하지만, 윤우가 양손으로 들기에도 모자란데 들고 가겠다고 난리를 피울 땐 난감. 게다가 한쪽 손은 꼭 나랑 잡고 가야하기 때문에 자꾸 물건을 떨어뜨리며 힘들어한다.
   그래서 집에 있는 쇼핑백들을 뒤져서 가장 작은 가방을 찾아내었다. 손잡이가 달려있으니 윤우가 들고다니기가 훨씬 수월하다. 하얀 바탕에 브랜드 이름만 까만 글씨로 써져있는 심심한 쇼핑백인데, 자신의 가방이 생겼다는 사실이 많이 기쁜가보다. "나갈 준비하자~"라고 이야기하면 벌써 가방에 자신의 살림(주로 자동차 몇 개)를 주섬주섬 챙기고 내 가방까지 나에게 갖다준다. 가끔 길가다가 나뭇잎을 따서 가방에 조심스레 넣고는 집에 돌아와 잘 들어있는지 확인하고는 한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물건을 넣어두는 '자신만의 공간'을 원한다고 하던데, 딱 그 모습인 것 같다.
   등에 매는 가방을 사줄까 싶었는데, 진짜 가방이 필요한 모습을 보일 때까지 조금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지금 막 정이 든 이 쇼핑백이 윤우에게는 더 소중할 듯.

5. 스스로 학습
   '스스로 학습'이라는 말은 어느 학습지의 광고 문구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학습지 없어도 아이들을 정말 스스로 배운다.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 주는 학습지에는 색깔 구별하기와 도형 구별, 크기 구분, 길이 구분, 안과 밖 구분 등 간단한 수학개념에 대한 내용이 들어있다. 학습지로 그런 것들을 '가르친다'는 의도인지 아니면 아이들이 익힌 것을 학습지로 '확인해본다'는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든 필요없는 것 같다.
   윤우가 요즈음 혼자서 익힌 수학원리는 아래 세 가지이다.

1) 가까우니까 커진다
   자동차 장난감에 가까이 다가가더니 "가까우니까 커진다." 멀어지더니 "멀어지니까 작아진다!"라고 그야말로 소.리.쳤다. 나름 중대한 발견을 한 것이다. 
2) 점이 세개면 삼각형
   저금통에 있던 동전 몇 개를 꺼내 놀다가 동전 세 개를 넓게 벌리더니 "큰 세모가 됐네!"라며 좋아한다. 동전 네 개를 벌려 놓고는 "네모가 됐네!"란다. 동전 세개를 촘촘하게 세모모양으로 붙이더니 '생쥐'를 만들었단다. 동전 다섯개를 촘촘히 (아래 3개 위에 2개) 붙이고서는 '구름'이 되었단다.  
3) 줄어드네
   "윤우가 우유를 마시니까 우유가 작아졌어."라고 하길래 "아~ 우유가 줄어들었구나"라고 알려주었다.

6. 숨바꼭질 하자
   몇 개월 전부터 숨바꼭질 놀이를 하기는 했지만 이 처럼 체계적이진 않았다. 이제 눈을 꼭 감고 "찾아라!"할 때까지 기다릴 줄 알고, 심지어 숨바꼭질 하기 전에 내가 숨을 곳을 지정해준다. 그러고나서는 못찾는 척 "엄마가 어디있지?"라며 너스레를 떠는 거다.
   아직까지 본인이 숨고 내가 찾는 단계까지는 가지 못했다. "엄마가 눈 감을테니 숨어~"라고 하며 눈을 감았다가 떠보면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웃으며 나를 보고 있다가 우다다 달려와서 와락 안긴다.

7. 약이 좋아
   일본에서 친구가 사 준 아기 영양제가 있는데, 젤리같이 말캉하고 달콤한 맛이다. 하루에 한 번 먹는 이 약맛에 빠져서 시도때도 없이 약을 달라고 조른다. 심지어 감기약 시럽도 너무 좋아해서 병원에 가자고 하면 반색을 한다..-_-;; 아침에 먹는 엄마약, 아빠약도 모두 챙겨서 빨리 먹으라고 야단이다. 점점 단맛에 흥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