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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로 사는 이야기/아이들이 자란다

34개월 윤우의 발달 상황

고래의노래 2011. 8. 24. 13:34
1. 똥오줌을 가린다!
여름되면 한다한다하던 배변훈련. 날씨가 아직 '충분히' 덥지 않다며 미루고 미루다 7월 7일 첫 시도를 했다.
"이제 기저귀 벗고 팬티 입어보자~ 쉬 마려우면 엄마한테 얘기해~"라고 최대한 상냥하게 구슬리니 별 거부감없이 팬티를 입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변기에 쉬하는 연습한다고 해놓고 한 번도 시키지 않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 셈.
결국 이 날 4번 팬티에 쉬함. 그런데 신기하게도 끙아는 한 번에 변기에 퐁당.

이렇게 딱 하루 연습하고 다음날부터 연속되는 이웃집 방문과 전주여행으로 기저귀 신세였다.
그런데 그 다음 주에 바로 쉬를 제대로 가리기 시작했다.
'역시 늦게 시작하니(33개월) 빨리 되잖아~' 라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ㅂ<b

밤에는 혹시 몰라 3주 정도 기저귀를 입혔는데 이 마저도 윤우가 거부하면서 자연스럽게 팬티로 바뀌었다.
아직까지는 한번도 실수한 적이 없다.

형아가 되서 낮에도 밤에도 팬티를 입는다는 사실을 무척이나 자랑스러워 한다. 아기들말고는 모두 팬티를 입는다고 하자, "주유소 아저씨도 팬티 입었겠지? 무슨 팬틸까? 은행 누나도 팬티 입었겠지? 무슨 그림이 그려져 있을까?"하며 아기 신분이 아니라면 용서받지 못할(-ㅂ-;;;) 질문을 하기도 한다. 다행히 아직 당사자들에게는 직접 확인하지 않고 있음. 아..질문할까봐 두근두근.

팬티를 입혔더니 두꺼운 기저귀와 달리 얇은 팬티 안으로 오동통 말랑말랑 엉덩이가 만져져서 너무 기분이 좋다.
윤우가 거부하기 전에 복숭아 엉덩이를 충분히 즐겨야지~~ ^^ ㅎㅎ

2. 다른 사람들에게 경어로 말을 건다.
한국말이 가지고 있는 최대 강점이자 최대 약점이라면 '존댓말'일 것이다. 어른에 대한 공경과 존중의 뿌리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 때문에 싸움 중간에는 꼭 이 말이 나오게 되어있다. "너, 몇살이야?" 사회의 의식 변화가 참으로 더딘 것도 이 존댓말의 힘이 큰 것이다. 어른의 말에는 '말대답'조차 못하고 입을 닫게 되니 말이다.

공동육아에서는 존대말의 역기능이 순기능보다 크다고 여겨 선생님과 부모, 아이들이 모두 서로에게 반말을 쓴다. 호칭도 별명을 부르게 되어 있다. 평등한 관계 속에서 서로에게 배우고 다름을 인정하며 보듬는 일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나는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는 어른들에게 반말을 쓰고 다른 곳에서는 어른에게 존댓말을 쓰게 되는 상황을 혼란스러워 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데 그곳 분들 말씀으로는 아이들이 알아서 잘 구분한다고 한다. 나는 윤우가 우리(엄마, 아빠)에게 경어로 얘기하길 원하기 때문에 사실 이 부분이 조금 염려스럽다.

아직도 서로 이름을 부르는 우리는 윤우가 말을 배우게 되면 호칭을 어찌해야 하나 내내 고민해 왔었다. 결국 내가 아침에 현수를 깨우는 소리를(현수~~~ 일어나!!!!) 윤우가 따라하기 시작하면서 정신을 차리고 호칭을 공식적으로는 '자기'로 변경해 놓았다. 아직은 입에 착착 감기지 않는데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
현수와 내가 경어로 종종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자 윤우도 경어를 빨리 습득하고 있다. 엄마, 아빠에게 공식적으로 이야기할 때(짜증 안 난 상황일 때)는 경어로 이야기를 한다. 부탁할 때는 "엄마~ **해주세요~"라고 이야기하라고 계속 가르쳐서 그런지...

경어가 익숙해지자 처음 보는 어른들에게도 경어로 말을 걸기 시작했다. 밑도 끝도 없이(상대방 어른은 상황을 알지도 못하는데) 본론부터 이야기하는 식이라 어른들은 자주 당황한다. ㅎㅎ
어쨋든 어른이라고 무조건 주눅들지 않고 말을 걸고 이야기한다는 것이 좋다.

경비 아저씨에게는 인사를 먼저 하기도 한다. 인사는 '인사해야지~'라고 시키는 것보다 우리가 보여주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서 경비아저씨와 청소 아주머니께 꼬박꼬박 인사를 했는데 그 효과인지..아니면 이번 달 호비효과인지..ㅎㅎ

4. 더티 개그에 반응 시작
"엄마, 소리 안나는 방귀 꼈어요."라며 킥킥거린다. 방구, 코딱지, 똥, 오줌이 이제 자주 등장한다. 
아이들과 대화할 때 '방구'라는 말만 나오면 애들이 까무라치게 웃는다고 하는데, 이 더티개그의 시기가 슬슬 온 것 같다. 동시집에 나온 시 중 가장 좋아하는 시도 "가래 뱉지마!"이다. 가래라는 걸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동시에 나오는 "카악~"이나 "울렁거려"이런 말들로 대충 감을 잡은 모양이다.

5. 나를 찍어주세요!!! 
사진 찍을 때 놀랍게도 "김~치"를 하기 시작했다. 아~ 주 예전에 호비에 나온 걸 흉내내는 걸까? 아무도 가르쳐준 적이 없는데 '김~치'거린다.
심지어 이제 자신이 연기를 하며 동영상을 찍으라고 한다. -_-;;; 
게다가 이번 제주도 여행 때는 넘어져서 엉엉 울고 있는 걸 안으며 달래주니 "엄마, 윤우 울고 있는 거 찍어봐~"이런다! @0@ 연예인의 피가 흐르고 있는건지...

이제 제법 피사체를 렌즈위치에 잘 맞춰서 찍어준다. 나를 찍어준 것을 보니 정말 새롭다.
윤우 눈에 비치는 엄마를 확인할 수 있다.

윤우를 먹이고 뒤이어 점심을 먹는 나. 책을 보면서 먹고 있다. 먹으면서 무언가 하는 게 아니라고 가르치고 있으면서 버젓히 책을 읽으며 먹고 있다. 이 모습 때문인지 요즈음 밥먹으며 책 읽어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뒷모습은 앞모습보다 정직하다고 한다. 꾸밀 수 없으니까.
윤우 눈에 비친 커다란 엄마. 뒷모습이 따뜻해보이지 않아 마음이 아프다.
윤우가 보기에 엄마는 이렇게 크고 굉장한 사람이겠지. 자신의 온 하루를 뒤흔드는 위대한 존재이겠지.
기억하자.

6.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아장아장 아기때부터 산책만 나가면 나에게 길거리의 잡다한 물건들을 가져다 주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주 명확! 쓰레기를 주우며 "이거 누가 이랬찌?" 이러며 "엄마 쓰레기통에 버리세요!" 이런다.
새나라의 어린이다. ^^;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을 아주 혐오하기 때문에 이것만은 철저하게 교육시켜 주려한다. 그래서 윤우가 쓰레기를 가져올 때마다 받아서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쓰레기통이 주변에 있으면 직접 버려보라고 얘기하는데 스스로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에 신나는지 아주 말을 잘 듣는다. ^^

7. 윤우는 못해. 잘 그리지 않았어. 왜 그래.
<양육쇼크>라는 책을 통해 칭찬도 독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너는 정말 천재야~ 너는 정말 대단해~" 처럼 아이의 행동결과에 대한 칭찬이 아니라 아이 자체에 대한 칭찬을 하게 되면 그 칭찬에 거스르는 결과를초래하지 않기 위해 모험을 꺼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 자주 "윤우는 못해"라는 말을 한다. "지난 번에도 잘 했잖아. 할 수 있어."하면 "못한다니까"이러면서 짜증을 낸다. 아직은 아기이고 싶은 건지...

게다가 며칠 전에는 고양이인가 버스를 그리면서 "윤우는 못 그리겠어"라고 징징거리길래, "어머, 잘 그렸는데?"라고 하니 "잘 그리지 않았어! 왜 그래!"라며 성을 냈다. 자기가 무언가를 이룬 것에 굉장히 뿌듯해하고 칭찬을 갈구하는 윤우인데 이런 모습이 너무 낯설었다. 이 날은 그저 컨디션이 조금 안 좋았겠지라며 지나갔는데 내 칭찬습관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조금 더 신중해야 겠다.

8. 윤우는 엄마가 좋아.
샤워를 하고 나오면 나에게 닦지 말고 꼬옥 안아달라고 이야기한다.(윤우아빠가 일찍 들어오는 날에는 대부분 아빠가 윤우와 함께 샤워를 하고 나는 밖에서 정리를 하며 기다린다.) 윤우가 좋아하는 몽이 시리즈 중에 "엄마가 몽이를 포옥 감싸줬어요~"라는 부분이 나오는데 이걸 따라하는 것이다.

큰 수건으로 아이를 꼭 안고 있으면 내 마음이 가득 차오른다. 내가 꼬옥 안아주면 까르르 웃으면서 "또, 꼬옥~또, 꼬옥~"이렇게 몇 번이고 요구를 한다. 이런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벌거숭이 우리 아이가 나를 온 힘으로 안아주는 날이.

뒹굴거리며 놀다가 가끔 "윤우는 엄마가 좋아!"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면 나는 입이 헤벌쭉 벌어져서 "윤우도 엄마가 좋아~"라고 대답한다. 윤우아빠가 "이 바퀴벌레들!"이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사랑해"가 아니라 "좋아"라는 게 신기하다. 내가 너무 사랑한다는 말을 안 해줘서 그런 걸까?
기분 좋은 말을 듣고도 더 진한 고백을 못 받은 서운함이 남는다. 에잇, 부족한 사람같으니!!! 

9. 고추를 자꾸 만진다
쉬를 가리기 시작하고 나서 자꾸 고추를 만지는 습관이 생겼다. 쉬가 마려워서 그런가하고 물으면 아니라고 한다. 엄청 싫어하는 양치질을 억지로 잡아서 시킬 때 고추를 자꾸 만지는 걸 보면 뭔가 자기위로의 면도 있는 것만 같다.
엄하게 하지 말라고 하면 더 고착된다고 해서 "그러면 고추 아프겠다"라고 스치듯 지나가는 말로만 이야기하고 있는데 걱정이 된다.

게다가 요즈음 "엄마는 고추가 없지. 엄마는 고환이 있어?" 이렇게 자꾸 물어본다. 더 민망한 말도 많이 하는데 차마 공개적인 글에 담을 수는 없고;;;; 성교육이 필요한 시기인걸까? 여자와 남자의 다른 점을 알려줄 시기가 된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 여름 휴가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는 고추 만지는 버릇이 거의 없어졌다. 생각해보니 여행하는 중에도 없었고. 역시 심심해서 그랬던 걸까? (그렇게 여기저기 돌아다녔는데도..ㅜ.ㅠ) 조금 더 지켜보고 다시 이 버릇이 시작되면 놀이터로 자꾸 나가야 겠다. 이제 날씨도 좋아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