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부르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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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로 사는 이야기/아이들이 자란다

27개월 윤우 발달 상황

고래의노래 2011. 1. 24. 22:48

1. 누나와 이모들이 좋아!

어른 여자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이건 전혀 윤우에게 상상했던 모습이 아니었기에 좀 당황스러웠다.

같은 동네 친구인 상윤이네에 놀러가면 자기 또래인 상윤이보다 상윤이 엄마에게 애교떨기 바쁘다. 계속 눈 앞에서 고개를 45도로 꺾고 햇살 미소를 지으면서 상대방이 자기를 바라봐줄 때까지 바라본다. 그리고 며칠 전에는 심지어 머리 위로 하트를 만들기까지 했다. 나한테는 한번도 안하던 짓이었다. ;;;;

문화센터 수업의 선생님도 좋아하는 것 같다. 따라하라는 율동이나 지시는 모두 무시하고 선생님 앞으로 걸어가서 '머리 45도. 햇살미소 쏘기'만 해댄다.

지난 주에 혜림이 사무실에 놀러갔을 때도 혜림이를 어찌나 좋아하던지, 집에 돌아와서 "혜림이모가 '아이~ 귀여워~' 그랬지!"라고 계속 확인받는다.

벌써 이성에 눈을 뜬 겐가.

2. 엄마가 해줘!

밥먹이는 것, 옷 입히는 것, 안아주는 것, 응가 빠빠이 까지...

모두모두 내가 해줘야 한다. 다른 사람이 해주려 하면 '엄마가 해줘!'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심지어 며칠 전에는 현수랑 같이 목욕을 시켜주는데, 현수가 고추에 비누칠을 하려고 하자, "엄마가 고추 닦아줘~~~!!"하며 난리를 치는 것이었다. 언젠가 저 멘트를 녹음해 뒀다가 윤우 크면 꼭 놀려먹어야지. ㅎㅎ

이렇게 엄마만 찾는 게 가끔 흐뭇할 때도 있지만, 주로 간택받은 시종이 된 기분이다. 일만 늘어난 게지...그나마 내가 나갈 때 다리 잡고 떼부리지 않는 걸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3. 말놀이

이제 문장을 활용할 줄 안다. 노래 가사를 개사해 부르기도 하고, 똑같은 문장에 주어와 목적어만 다르게 해서 일부러 웃기는 말을 만들고 킥킥거린다.

그래도 아직은 미숙한지라 신기한 표현도 많이 쓴다. 색칠놀이에 빠진 요즈음 만들어낸 말은 '보랗게' 파랗게, 빨갛게, 노랗게 에 이어 보라색을 활용해 부사로 만든건데, 아쉽게도 예외상황이다. ㅎ

4. 색깔놀이

위에 썼듯이 요즈음 색칠놀이에 빠져있다. 펜으로 썼다 지웠다 할 수 있는 자동차책을 사주었는데 잘 가지고 논다. 이 책으로 같이 놀면서 아기들은 '보이는 대로' 흡수한다는 걸 다시 깨달았다.

파란색 자동차에 칠하던 빨간색이 조금 묻자 "어? 조금 보라색인 것 같애"라고 이야기한다. 노란 바퀴에 파란색을 칠하자 "초록색이 됐네!"라며 신기해했다. 근데 노란바퀴에 보라색을 칠하자 진한 자주색이 되었다. 윤우는 빨간색이 나왔다고 말했고 내가 보기에도 그랬는데, 사실 원리대로라면 검은색 아닌가? -_- 헷갈린다.

참, 윤우가 가장 좋아하는 색깔도 판가름났다. 빨강! 여러 가지 색깔 물건 중에 하나 고르라면 반드시 빨강을 고른다. 바지도 "빨간 원숭이 바지"만 편애한다. 윤우는 어떤 색을 좋아하는 아이일까 계속 궁금했는데, 궁금증이 풀렸다~

5. 짜증쟁이, 말썽쟁이

짜증도 많이 늘고, 말썽도 훨씬 늘었다.

이번 달 들어 현수한테 윤우가 맞은 것만 2번이다. 한 번은 현수가 깜깜한 안방에 윤우를 데리고 들어가 엉덩이를 맴매했고, 두번째는 치즈로 계속 장난을 쳐서 자로 다리를 살짝 두 대 때렸다.

체벌의 물리적 강도로만 따지면 어른 입장에서는 길가다 어깨 스친 것만큼인데, 아이가 느낀 '공포'는 '지옥'인 것 같다. 맴매하고 난 후에도 말썽을 부리자 현수가 성큼성큼 윤우 앞으로 다가갔는데, 앉아서 뒷걸음질치며 자지러지게 울던 윤우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마치 생사의 기로에 선 표정이었다.

두번째 체벌 때에도 윤우는 엄마를 진짜 목청껏 불렀는데, 누군가 혼낼때 중간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때문에 상황이 거의 종료될 즈음에야 다가가 안아줄 수 있었다.

그 날 밤 현수랑 윤우의 훈육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하고 결국 체벌은 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현수는 내가 아이를 대하는 데 있어 어느 정도의 강단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없으며 게다가 그로 인해 스트레스까지 받는 모습이 안쓰럽다고 했다.

확실히 요즈음 육아 스트레스는 내가 윤우를 키우던 중 최고이다. 이것이 단순히 윤우의 반항이 늘었기 때문만은 아닌 듯. 최근 다시 관련 육아서를 읽으며 마음을 정리하고 있다. 다행히 어제, 오늘은 마음이 대체로 편안했다. 첫 고비가 온 것 같다. 잘 넘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