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부르는 노래

23개월 윤우 발달 상황 본문

엄마로 사는 이야기/아이들이 자란다

23개월 윤우 발달 상황

고래의노래 2010. 9. 9. 22:40

* 말이 많이 늘었다.

21개월 반 때쯤 처음 "돈까스"라는 말을 따라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 이후 사람들의 말을 따라하려는 욕구가 굉장히 강해졌고, 이제 제법 많은 말들을 한다. 명사와 동사를 이은 간단한 문장을 만드는 수준.

그런데 비슷한 발음으로 하는 말들이 너무 많아 상황에 따른 유추가 필수다. 예를 들어 '아파트'는 발음 그대로 아파트도 되고 엘레베이터도 된다. ^^;;;; 내가 너무 못 알아들어서 가끔 미안하다. 본인도 내가 답답한 것 같다. ㅎㅎㅎ 몇 번 시도하다 내가 막판에 알아들으면 엄청 신나 한다.

영어 교육 시기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말들이 많은데 돌 때 즈음 시작하라는 부류와 초등학교 즈음 시작하라는 부류가 있다. 처음에는 나도 간간히 영어를 섞어 써가며 윤우의 이중언어 꿈을 키웠으나, 내가 아기에게 해줄 수 있는 영어란 것이 지극히 단편적인 문장들일 뿐이어서 이걸로는 죽도 밥도 안되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슬슬 '초등도입'파로 기울고 있다.

그런데 윤우가 말을 시작하고 얼마 안되어 자동차 그림책을 혼자 보며 "up~down~"을 말했다. 자동차를 위 아래로 움직일 수 있는 그림책이었는데, 다른 상황에서 그 영어를 말해준 적은 있지만 그 그림책을 활용해서 이야기해 준 적은 없기 때문에 정말 놀랐다. 아기들이 모든 정보를 스펀지처럼 흡수했다가 일시에 와르르 풀어놓는다는 이야기가 어떤 말인지 실감했고, 이래서 조기영어에 목매는구나 싶었다. 상황과 물건을 바로 영어와 연결시키는것은 중간에 한글을 거쳐서 연결시키는 것과 분명 다른 '깨달음'일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윤우는 간단한 색깔과 탈 것들을 명사로 조금 알고 있는 수준인데, 그 이상은 무리이지 싶다. ㅠ.ㅜ 언어를 관장한다는 측두엽 발달이 초등무렵에 이루어진다니 이 때를 기다려볼란다.

* 내 사랑 '부치'

김치를 엄청 좋아한다. 내가 어렸을 때 편식 대마왕이었는데, 오로지 김치와 밥만 먹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 나를 닮은 건지 김치를 엄청 좋아해서 밥도 저리 치워라 김치만 내놔라 성화여서 '밥 한 술 김치 한 조각'으로 원칙을 정하고 실천하고 있다. 나따라서 완전 편식쟁이 되는 거 아닌지 걱정스럽기도 하다.

* 소유욕은 아직 없다.

'내 꺼' 폭풍은 아직 멀은 것 같다. 놀고 있던 장난감을 빼앗겨도 그만이고 애지중지하는 자신만의 물건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내 물건 남이 만져도 만사 오케이다. 놀고 있던 장난감도 남이 갖고 싶어하면 별 무리없이 건네 준다. 평화로운 모습이 보기에는 좋은데 이게 '폭풍 전 고요'가 아닐까 싶어 떨고 있다. ^^;;

* 드.디.어. 그림을 그린다.

다른 아기들은 펜으로 크레용으로 그림그리기가 한창일 때 윤우는 크레용주면 빨아먹기 일쑤였다. 발달 과정상 그림 즐길 시기가 왔다는데 영 윤우가 기미를 보이지 않아 '얘는 나 안 닮았나보네.' 하고 있었는데,  이제 그림 그린다!!!!! 아기마다 시간표가 다르다는 걸 절감했다.

그리고 나서 뭐그렸냐 자꾸 물어보니까 이제 자기가 뭐 그렸다고 꼭 알려준다. 내 보기에 똑같은 동그라미인데, 나름 자기가 생각한 게 있다는 게 너무 재미있다. 첫 작품은 'Airplane'


비행기 그린 거라고 하기에 "아~ 비행기구나. Airplane~" 이라고 말해주니까 "에프렝~"이라고 작품 명명. 이후 크레용으로 그린 작품은 모두 '에프렝'이었다. 나름 '엄마 에프렝'과 '윤우 에프렝'이 있어 크기가 다르다. ㅎ

* '공허한' 식탐은 여전

심심해지면 냉장고를 열고 땡깡을 부려서 냉장고 손잡이를 아예 안 입는 옷으로 묶어 버렸다. 하지말라는 부정적인 명령어를 쏟아내는 것도 힘들고 듣는 윤우도 지칠 것 같아서 아예 가능성을 박탈해 버린 것. 이러고 나니 예전보다는 나은데 그래도 여전히 스트레스다.

이 녀석은 왜! 심심하면 냉장고로 가는지! 쓸 데 없이 이리저리 뒤적거려서 달라고 하는 걸 주면 안 먹고 이리저리 던져버리기 일쑤다. 잘 먹으면 차라리 '아~ 정말 배고팠나 보다. 내가 주는 간식이 저 아이의 식욕에 한참 모자랐구나.' 싶어 반성이라도 할 텐데, 저 '따위(!)' 모습을 보게되면 정말 부글부글 끓는다.

집이 좁아서 냉장고가 거실에 놓여 있는데, 노는 공간에 가장 크게 차지한 물건에 관심을 보이는 게 당연한가 싶기도 하고, 생각에 이리 미치면 때면 당장 짐싸서 이사를 가고 싶어진다. ㅜ.ㅠ '집에서 새는 바가지 이론'을 증명이라도 하듯 남의 집 놀러 가서 냉장고 열어 댈때면 너무 민망하다. 아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