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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로 사는 이야기/아이들에게 쓰는 편지

나 '돌'된 남자야~

고래의노래 2009. 10. 6. 15:45
돌이 된 걸 기념이라도 하듯이 요즈음 윤우는 많이 달라졌다.

생일 바로 하루전이었던 3일에는 '두 발로 혼자 일어서는 퍼포먼스'를 수차례나 보여주었어. 밥솥에서 김빠지는 "치~익"소리에 항상 엉덩이를 들썩이고 "어, 어" 거리면서 반응하는데, 청주에 내려갔던 그 날은 유난히 밥솥소리에 흥분하다가 번쩍 일어나 버린 거야. 게다가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까지 호들갑을 떨며 칭찬을 해주니 기분이 업되었는지 몇 번씩이나 일어났단다.

그 날 이후로 일어서기에 자신감이 붙은 모양이야. 오늘 러닝홈에서 음악소리를 틀고 일어서서 박수를 치더니 내친 김에 무릎까지 구부려본다. 무릎은 조금 무리인지 한두번만 시도. 이제 정말 걸음마를 뗄 날이 머지 않은 것 같구나.

곤지곤지도 요즈음 추가된 기술. 이건 집중적으로 가르쳐주진 않았는데, 어느 순간 할머니가 하는 걸 따라하다가 요즈음은 혼자서도 하게 되었어. 하지만 아직 '곤지곤지'라는 말에 반응할 정도는 아니야. 윤우가 하고 있으면 '곤지곤지 하는구나~ 곤지곤지~♬' 하며 행동과 단어를 일치시켜 주려 시도중이다.

이는 아랫니가 추가로 한 개, 위쪽 이들이 3개 나고 있어. 위쪽은 신기하게 대문니가 아니라 그 옆쪽 이들이 먼저 나고 있단다. 이가 유난히 늦게 나더니 한꺼번에 머리를 내밀고 있네.

안겨서 '위쪽 세계'를 보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어. 안아서 일어나라고 요구하고 저리로 가라 이리로 가라 손으로 지시를 내린다. 신기한 것, 자신이 아는 것이 있으면 손으로 가리키며 "어, 어" 하고 소리를 질러대기도 해. 요즈음 부쩍 수다스러워졌단다.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아 찡얼댈 때면 "마마마마마~"거리는데, 그 소리가 꽤 크다. -ㅂ- 청주에서 아빠가 낮잠을 자고 있는데, 계속 "마마마마~"거려서 할머니가 "아빠 깨겠다. 조용히 해~!" 라고 할 정도. 실제로 매번 실신잠을 자는 아빠도 저 소리에 깊이 잠을 못 잤다고 하네.

키보드를 사랑하게 되었다. -_-;; 버튼쟁이 윤우에게 이보다 더 사랑스러운 물건은 없겠지. 버튼덩어리들인 키보드. 정신없이 키보드를 두들기고 마우스를 짤깍대는 윤우를 보고 있으면 걱정된다. T-T 컴퓨터 매니아로 키우고 싶진 않은데...

이유없이 찡얼대며 안기는 일이 잦아졌어. 사실 이유야 없지 않겠지만, 아기가 우는 3대 원인이라는 먹는 것, 자는 것, 젖은 기저귀를 모두 해결해 준 뒤에도 찡얼찡얼대니 더 이상 이유를 찾아낼 수가 없다. 아무래도 요즈음 자신에게 벌어지고 있는 많은 신체적, 정신적 변화들이 버거운 게 아닌가 싶어. 그냥 '인간'이 되는 것도 이리 힘든데, '제대로 된 인간'이 되려면 얼마나 큰 노력이 들어야 하는 걸까. ^^;; 윤우야 각오하자. ㅎㅎ

윤우는 이제 '돌'된 남자! 꿈 속 풍경도 달라졌을라나?
앞으로도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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