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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로 사는 이야기/아이들에게 쓰는 편지

이제 엄마에게 줄꺼야!

고래의노래 2009. 10. 15. 15:44
돌선물로 받은 블럭이 있었는데, 윤우는 이제까지 통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남자아기들은 색상에 민감하지 않기 때문에 그냥 원목 그대로의 색인 블럭을 사주어도 되긴 하지만, 놀아주는 엄마도 좀 즐거워야했기에 ^^;; 파스텔 색깔에 아기자기한 모양의 블럭으로 지인에게 선물 요청을 했었지. 쌓는 시범을 계속 보여주여도 무너뜨리고 무너진 걸 또 헤집는 것만 좋아하더니, 요즈음 블럭의 재미를 하나 발견한 모양이야. 상자 안에 모아진 블럭을 하나 하나 밖으로 빼는데, 그 중 몇 개는 엄마에게 쥐어준다. 하지만 아직 무언가를 나눈다는 개념은 아닌 것 같은 것이,
1. "주세요~"라는 것에는 반응하지 않고
2. 주는 것은 오로지 블럭 뿐 (그것도 블럭 중 선택된 모양들만)
이기 때문이다. 나눈다기 보다 "이것 좀 저리 치워줄래요?" 이런 분위기랄까. 어쨋든 하지 않던 행동 하나가 늘어난 것이 마냥 신기한 초보 엄마다.

그런데 오늘은 나눔의 개념이 서서히 퍼지는 사건 하나가 있었어. 고구마를 잘라서 손으로 집어 먹으라고 간식으로 주었는데, 먹다가 엄마 앞에 스윽 내민다. 한 입 받아먹자, 또 한 개. 또 낼름 받아먹자, 또 한 개. 엄마 입 속으로 고구마가 쏙쏙 사라져가는 게 신기한가보다. 고구마를 오물대며 닫혀있는 엄마 입도 꼭꼭 눌러보네.

아직은 명확하지 않지만 엄마와 윤우 자신을 동등하게 바라보게 된 것은 아닐까. 엄마도 나처럼 먹고 마시고 자는, 그런 똑같은 기능을 하는 사람이라는 걸. 어쩌면 오늘 놀러 왔던 14개월 상윤이의 행동을 따라한 걸 수도 있다. 둘이 같이 먹으라고 튀밥을 주었는데, 상윤이가 하나를 집더니 윤우에게 내밀었다. 특별히 윤우가 그 행동에 신경쓰는 걸로 보이진 않았지만, 어쨋든 엄마가 아닌 다른 사람의 "나눔"을 본 건 나름 충격적이지 않았을까.

오후에 잠깐 아파트 복도에 나가 밖을 함께 구경하고 있는데 군용 비행기가 우리 아파트를 폭격하듯 낮게 날아다녔어. 정말 어찌나 가까이에서 나는지 보고서 깜짝 놀랐다. 성남에 비행장이 있어서 비행기가 정말 많이 지나다니는데, 일반 비행기가 아니라 군용인 듯 싶다. 비행기 소음이 조금 거슬리긴 하지만, 윤우에게 비행기만큼은 확실히 알려주고 있는 것 같다.

저녁에는 오랫만에 탄천에 산책을 나갔어. 마침 탄천변 잔디밭에서 조각 전시회를 하고 있었는데, 도심 속 자연에 문화까지 곁들여지니 너무나 완벽한 행복의 모습이어서 약간 미끄덩거리는 느낌까지 들지 모야. 게다가 오늘의 탄천은 윤우에게도 재미있었지. 지나가는 강아지들에게 일일이 "어, 어" 손가락질도 해주고, 좀처럼 울지 않던 오리의 꽥꽥 울림소리도 듣고, 푸드덕 거리며 날아가는 모습도 바로 앞에서 지켜보았단다. 참새들은 무슨 일인지(혹시 짝짓기철? ) 한 나무에 한무더기가 모여서 재잘대는데 우리가 옆을 지나가자 놀라면서 다른 나무로 날아간다는게 너무 작은 나무로 날아들가서 나무가 휘청거렸어. 엄마는 깔깔거리며 웃고 윤우는 엄마 왜저러나 쳐다보고. 하늘 높이 날고 있는 까치에게도 손가락질을 해댔다.

이제 겨울에는 오랫동안 산책도 못하고 심심해서 우짜나. 벌써부터 걱정이다. 겨울에는 윤우가 걸음마도 떼게 될텐데 말이야.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자주 가서 넓은 거실에서 걸음마 연습 많이 할까? 윤우 꿈 속에서 이미 윤우는 뛰어다니고 있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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