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부르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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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로 사는 이야기/아이들에게 쓰는 편지

세상을 알아가는 기쁨

고래의노래 2009. 12. 28. 15:33
유아기에 아이들은 평생 할 효도를 다 한다더니, 윤우가 요즈음 한창 예쁜 짓을 많이 하는구나. 깜짝 놀랄 정도로 알아듣는 말도 많아지고, 좋고 싫음이 더 분명해져서 이제야 정말 '사람'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느낌이 든단다. ^^;

귤 사진을 보여줬더니 냉장고로 기어가 귤을 꺼내라며 문을 열라고 하기도 하고,(바나나 사진을 보면 다용도실을 가리키지~) 소방차 사진을 보여주며 "빨간 자동차가 삐뽀삐보~♬" 노래를 불러주었더니 이제 소방차 사진만 봐도 몸을 흔드네.

사물 이름을 알고 싶어하는 명명기가 이 시기에 온다고 하는데 딱 그 때인 것 같다. 세상 모든 것의 이름을 알고 싶어 하는 윤우.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엄마를 보고 "응응"하면 이게 뭐냐는 의미. 이름을 이야기해주면 그 이름을 머리 속에 꼭꼭 담아두려는 것처럼, 몇 번이고 재확인을 하곤 해. 비슷해보이는 것은 색깔과 크기가 달라도 같은 카테고리라는 것을 알아서 자신의 발을 가리키고 곧바로 엄마 발을 가리킨다. 빨간 공을 들고 천장에 매달린 공으로 가서 두 공을 번갈아 보며 계속 손가락질이다. "두 개가 같은 '공'들이다! 나는 알고 있다!" 이거겠지? ^^
그리고 다른 책보다도 사물 사진책을 유난히 좋아하는구나.

오늘은 발을 가르쳐 주면서 발가락을 하나하나 집어 "윤우 발가락 하나, 발가락 둘..."하며 일러주었어. 가만히 발가락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응시하는데, 발가락과 자신의 몸에 붙은 올록볼록이들을 머리 속에서 일치시키는 '프로그래밍' 과정을 보는 것만 같았단다. '사람이 사물의 이름을 익혀가는' 그 생생한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가슴떨리는 짜릿함이더구나.

얼마전부터는 자기 신발을 보면 꼭 신겨달라고 발을 내미는데, 정작 신발을 신겨 놓으면 한걸음도 내딛지 못하고 서 있다가 이내 주저앉고 말았어. 한걸음 떼어보려 발을 움찔거리는게 보여서 열심히 응원해 보았는데도 아직 두려움이 더 컸던 모양이야.
그런데 드디어 오늘 그 두려움을 털어내고 신발을 신은 채 걷기에 성공했단다!! 막상 신발 신고 걷기에 성공하자 윤우도 흥이 나는지 아주 오랫동안 집안을 왔다갔다 했어. 하지만 역시 초보운전인지라 직진으로만 왔다갔다. ㅎㅎㅎ
자신의 성장에 스스로 놀라워하고 한동안 그것을 열심히 탐구하는 윤우의 모습을 보면 절로 흐뭇해진다. 윤우가 이런 탐구생활의 즐거움을 오랫동안 잊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이 세상은 멋진 것들로 가득하단다. 눈을들어 그들을 바라보고 미소지으렴. 세상도 윤우에게 미소지을꺼야.

얼른 봄이 되어서 아장아장 윤우랑 나들이 갔으면 좋겠다~~~^^
윤우도 지금 풀밭을 뛰어다니는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