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부르는 노래

오물오물 맛있는 그것은???!!! 본문

엄마로 사는 이야기/아이들에게 쓰는 편지

오물오물 맛있는 그것은???!!!

고래의노래 2010. 1. 16. 15:33
먹기 싫은 것 먹고 싶은 것이 명확해진 윤우. 몇 주 전부터 죽을 쑤지 않고 밥을 먹이기 시작했는데, 오로지 '밥'에만 관심이 있고 '반찬'에는 도리도리다. 힘들게 밥 밑에 반찬을 숨겨 몇숟갈 먹고 나서는 그만 먹고 내려가겠다고 난리인데, 문제는 그러고 나서 배고프다며 연신 군것질거리를 찾는다는 것. 다용도실에 과자와 바나나를 숨겨둔 것을 알고는 툭하면 다용도실 열라고 법석이구나. 안열어주면 울음보. -_-;;;

그렇게 나름 '입맛'을 알아가기 시작한 윤우였것만 어제는...어제는...

똥을 먹었다.

밥을 먹이고 식탁에서 인터넷을 하고 있는데, 거실에서 윤우가 뭔가 오물거리면서 엄마에게도 하나 내밀며 권하더라구.
'어? 나는 과자 준 적 없는데....없는데....................헉!!!!!!!!!!!!!!!!!!!!'
그랬다. 연갈색 몽글몽글한 그것은 다른 아닌 윤우 똥.
윤우가 염소똥처럼 동글동글한 똥을 눌 때가 많은데 그 똥을 치우는 중에 기저귀에서 몇 알(!)이 빠져나왔었나 봐. 워낙 알록달록한 아기매트 위에 떨어져 있던지라 엄마는 알아채지도 못했던 거야.

맛있게도 오물거리는 윤우 입을 우악스럽게 벌리고 안을 살펴보았는데 깨끗깨끗. ㅠ.ㅜ 이미 맛있게 넘긴 상태. 손에는 엄마에게 권하는 큰 똥덩어리 한 개.

아빠가 어렸을 때 쌍둥이 고모와 함께 똥판에서 구르며 똥을 사이좋게 나누어 먹었다던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렇게 부전자전이 될 줄이야.

어쨋든 나름 까다로운 입맛의 주인공인 윤우는 오늘 엄마가 해 준 닭고기 반찬을 입에 넣었다가 도로 뱉는 만행을 저질렀다.
그게 똥보다 맛없더냐. -_-;;; 엄마는 우울하구나.

나중에 윤우가 커서 이 이야기를 들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생각만 해도 재밌네. ^^ 윤우도 그만큼 재미있는 꿈을 꾸고 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