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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로 사는 이야기/아이들에게 쓰는 편지

행복해지는 능력

고래의노래 2010. 1. 16. 15:32
윤우는 이제 자기 주장이 강해져서 '도리도리'가 제법 나오는구나. 먹기 싫다거나 하기 싫다거나 저리 치우라거나 모두모두 '도리도리'다. 가르쳐 준 적도 없는데 고개를 젓는 걸 보니 너무 신기하기만 하네. 귤이나 과자를 먹고 싶다는 표현도 정확하게 하고, 욕실을 구경하고 싶다고 화장실 문 앞에서 시위를 하기도 한단다. ^^

이렇게 이제 자기가 원하는 걸 정확하게 요구하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서럽게 울며 떼를 쓰기 시작해.
윤우에게 윤우만의 "의지"라는 것이 처음 생겨나기 시작한 것 같구나.

이 편지일기를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 엄마가 이야기했었지. 행복은 인생의 단 하나의 이유이며 목적이라고. 엄마, 아빠가 진짜 바라는 건 오직 하나, 윤우가 '행복한 사람'이 되는 거란다.
진정 행복한 사람이란 자신만의 기준으로 '가치'를 세우고 이를 굳건히 지킬 수 있는 강한 '의지'를 가진 사람이야.
행복의 씨앗인 '강한 의지'가 윤우 안에서 싹트고 있다니, 이제 윤우랑 엄마의 작은 전쟁(?^^)이 시작되나 싶어 조금 두려우면서도 엄마는 작게 가슴이 두근거린다.

하지만 행복이 즐거움과는 다르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구나. 기쁨이나 즐거움은 "기분"이지만, 행복은 생의 가치에 집중할 때 느끼는 '뜨거운 가슴'이란다.
일제시대 독립투사들이 기쁘거나 즐거웠을까? 아닐꺼야. 지치고 아프고 좌절했던 순간들이 더 많았겠지. 하지만 분명히 행복했을 거라고 생각해. 나의 모든 걸 걸 수 있다고 느껴지는 생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은 커다란 축복이란다. 이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진정 무엇을 원하며 사는지 몰라 방황하고 슬퍼하고 있어.

세상이 복잡해지고 유혹이 증가할수록 사람들은 점점 행복하기가 힘들어지고 있어. 선택할 수 있는 가짓수가 많아질수록 선택에 필요한 '고민'은 늘어만 가고, 미디어는 우리에게 이것, 저것, 그것까지 가져야만 행복할 수 있다고 꼬리친단다.

그래서 더욱더 주관이 뚜렷해야 하고 내가 원하는 것과 세상이 나에게 원하도록 요구한 것과의 차이를 알아야만 해. 스스로 담대히 자신 안에서 행복을 건져올릴 수 있어야 한단다.

오늘 엄마는 무릎이 아파 병원에 갔어. 아주 크고 아주 유명한 병원이었는데, 간호사와 직원들은 얼굴에 미소 한 점없이 무미건조하게 일하고 있더구나. 직장을 구하기도 힘들고 구해도 지키기 힘든 요즈음 시대에 그런 유명한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다른 사람의 부러움을 받겠지. 하지만 그 사람들은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단다. 아픈 사람들이 나로 인해 건강해진다는 이 어마어마한 가치에 그 누구도 몰입하지 않은 것 같더구나.

반면 행복이 얼굴에 묻어나는 택배 아저씨를 엄마는 알고 있단다. 밖에 자주 나갈 수 없는 엄마는 요즈음 인터넷으로 여러 물건을 사곤 하는데, 그래서 택배 아저씨들을 자주 뵙고 있어. 그 중 우체국 택배 아저씨는 멋진 하얀 머리에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분이란다. 택배 아저씨들은 보통 배달해야 하는 물건은 많고 시간은 없기 때문에 거의 물건을 던지듯 놓고 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 분은 엄마의 얼굴을 바라보고 이름을 확인하신 후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까지 하시고 돌아가시는 거야. 그리고 그 사이에 미소는 얼굴에서 떠날 줄 몰랐단다. 그 아저씨는 분명 기다리던 물건을 받은 사람들의 반가운 얼굴에서 행복을 찾으시는 분일꺼라는 생각이 들었어.

윤우야, 행복해지는 것은 아주 쉬울 수도 아주 어려울 수도 있어. 행복은 '만드는' 게 아니라 '찾고 지켜가는' 것이란다.
엄마랑 아빠는 윤우가 가치를 발견하는 과정에 현명하게 대처해 나가면서 자신의 행복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는 마음 건강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물론 그 여정에 엄마, 아빠는 항상 윤우와 함께 할꺼야.

오늘 밤 꿈 속에서는 엄마, 아빠와 손잡고 길을 걸어가볼까?
자, 한걸음을 내딛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