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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로 사는 이야기/아이들에게 쓰는 편지

윤우가 가르쳐준 동그란 사랑

고래의노래 2010. 2. 11. 15:29
윤우를 낳고 나서 엄마는 없던 버릇이 생겼어. 온갖 돌발사고를 일부러 상상하고는 그 대처방법을 고심하는 것. 그 어떤 천재지변이 닥치더라도 꼭 지키고 싶은 사람이 엄마에게 생겼기 때문이겠지? ^^

며칠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단다. 엄마가 작은 방 책상에서 다이어리를 잠깐 정리하고 있는데 책상이 2초 정도 부르르~ 떨리는 거야. 순간적으로 '아! 지진이다!'라고 느낀 엄마는 얼른 윤우가 어디에서 놀고 있는지부터 확인했단다. 다행히 그 짧은 진동만으로 지진은 멈추었지만, 한 달 전쯤 아이티라는 가난한 나라에서 있었던 대지진 참사때문에 '지진'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던 엄마는 간담이 서늘해졌단다.

지진, 해일, 태풍과 같은 대형 자연재해 뒤에는 드라마같은 구조 에피소드가 꼭 전해지게 마련이지. 그 중 많은 이야기가 뜨거운 모성애에 대한 것인데,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 상황에서 오직 자식을 살려야겠다는 단 하나의 생각으로 온 몸을 던졌을 엄마들의 마음이 절절히 느껴져서 엄마는 꼭 눈물이 나더구나.

이번 아이티 지진에서도 많은 아기들이 엄마와 아빠를 잃었다고 하는구나. 무조건 사랑받고 무조건 보듬어 안겨야 할, 윤우같은 예쁜 아이들이 오로지 눅눅한 담요 하나만을 손에 꼭 쥐고 큰 눈에 두려움을 그렁그렁 달고 있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너무 아프네. 엄마의 조그만 성금이 그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기도할 수 밖에.

이렇게 윤우가 태어나서 엄마에게 가르쳐 준 것이 참 많아. 온 몸과 마음으로 지켜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절절함, 그 눈 먼 사랑의 힘을 배웠고 나와 같을 다른 엄마들의 마음, 그리고 윤우와 같을 다른 아기들의 마음까지 살펴보는 넓은 이해심도 배웠다. 윤우때문에 온 몸에 차고 넘치는 사랑이 바깥까지 흐르는구나.

주변까지 보듬게 되는 이런 사랑을 윤우에게도 알려주고 싶다. 가족끼리만 돌잔치를 하자고 결정했을 때, 윤우 이름으로 첫기부를 하려고 했는데 실행하지를 못했었지. 그래서 이번에 윤우가 안보는 깨끗한 헝겊책들을 모아서 기부를 하려고 한단다. 이런 책이 필요한 아기들에게 직접 전달하면 좋으련만, 여의치가 않아서 기부물품으로 좋은 사업을 하는 곳에 맡기려고 해.

요즈음 윤우는 동그라미를 참 좋아하지. 엄마가 미처 생각치 못한 곳에서도 동그라미를 찾아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리곤 한단다. 윤우가 좋아하는 그 동그라미처럼 둥글게 둥글게 살아가렴. 따뜻한 마음으로 먼저 손을 내밀고 베푸는 마음을 꼭 잊지 말기를.

사랑한다. 우리 아기.
꿈 속에서도 평화롭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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