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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로 사는 이야기/아이들에게 쓰는 편지

우리의 보물

고래의노래 2009. 1. 29. 09:58
오늘은 윤우와 엄마가 오랫만에 단 둘이 보내는 하루였어.
지난 주 월요일부터 잠실과 청주를 왔다갔다 했고, 어제는 아빠의 휴가였기 때문에 온전히 엄마랑 단 둘이 있는 시간은 오랫만이었지.

환경도 여러 번 바뀌고 돌봐주는 사람, 안아주는 사람 많다보니,
일주일 사이에 윤우의 생활패턴과 습관은 확연히 달라져 버렸단다.
점점 더 혼자 있기 싫어하고 누워있기 싫어하고, 잠들 때도 누워서 자지 못하고 안아주거나 젖을 먹여야만 되지. 어렵게 만들어놓은 좋은 습관들이 일주일 사이에 사라져버려 엄마는 조금 초조한 느낌이 들었단다.

이렇게 윤우 다루기가 어려워진 마당에 엄마도 일주일동안 요리할 걱정없이 뒹굴거렸으니 갑작스럽게 윤우랑 보내게 된 시간이 더 힘들게 느껴졌어.

하루종일 집안을 치우지도 못하고 윤우와 붙어있었단다.
그렇게 하루를 마루리하고 윤우를 재우고 거실로 나와 TV를 켰는데, 소두증이라는 희귀병을 앓는 자매를 둔 가족의 이야기가 나왔어.
소두증은 뇌가 자라지 못하는 질환으로, 몸은 크지만 두 아이 모두 9개월 정도의 지능에서 멈춰버려 8살의 나이에도 아직 기저귀를 차고 옹알이를 하고 공갈 젖꼭지를 물고 젖병으로 이유식을 받아먹고 있더라. 두 자매는 정말 엄마없이는 하루도 지낼 수 없는 상태인거야. 그 엄마는 하루종일 집 안에서 두 아이의 수발을 들어주고 있었지.

하지만, 그 가족은 정말 행복해 보였어.
소두증이라는 판정이 났을 때 의사들은 모두 그 자매들이 3살을 넘기기 어려울 꺼라고 했데. 하지만 아직까지 건강하게 지내고 있고, 심지어 이로 씹고, '엄마'라는 단어를 이야기할 정도로 느리지만 확실하게 성장하고 있다고 하더라구.

아이들이 자신에게 와준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그저 건강하기만 바란다며 우는 그 엄마를 보며 엄마도 눈물지었단다.

윤우가 조금이라도 기대에 어긋나게 행동하면 짜증이 일곤했던 엄마의 마음이 너무 부끄러워지더라구. 윤우는 그 자체로 엄마와 아빠에게 소중한 보물이라는 걸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어.

엄마를 보고 미소짓는 윤우, 엄마를 찾아 우는 윤우, 옹알이하는 윤우...
다양한 표정의 윤우를 떠올려 본다. 엄마의 눈가가 시큰해진다.
너는 우리의 소중한 아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완전한 보물.
건강하게 자라렴. 행복하게 자라렴.

오늘도 평화로운 꿈꾸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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