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부르는 노래

그래도 꿈꾸어야 겠지 본문

엄마로 사는 이야기/아이들에게 쓰는 편지

그래도 꿈꾸어야 겠지

고래의노래 2009. 1. 21. 23:44
윤우야. 오늘은 희망과 좌절이 동시에 흩뿌려진 날이었다.

지금 우리나라는 성장하고 있지. 우리 윤우처럼 말이야.
성장에는 그만큼의 아픔이 따르게 되어 있단다.
요즈음 윤우가 이가 나려는지 짜증도 많이 늘고 자꾸 무언가를 씹으려고 하잖아? 아주 단순한 비유지만 성장을 위한 아픔이라는 건 이와 같아.
이러한 아픔이 있은 다음에야 반짝이는 다음 단계로 들어설 수 있지.

어제 많은 사람이 뜻하지 않게 죽는 사건이 있었단다. (2009년의 용산 철거현장 충돌 사태를 검색해 보면 될꺼야.)
대의를 위한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들과 그 변화 속에서 본의아니게 시름하게 된 사람들의 기싸움 같은 것이었지.
어느 쪽도 상처입지 않은 채 모두의 만족을 추구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모두의 만족을 위해서는 모두의 양보가 필요하거든.

우리나라 사람들은 바로 이 양보를 배워가고 있어.
그 과정에서 주장을 과격하게 펴기도 하고, 어이없는 억지를 부리기도 한다. 하지만 엄마 생각은 이래. 모든 의견 충돌에는 조금씩의 배려가 필요한 게 사실이지만, 그 주제가 인권 문제로 넘어갈 때 거기에는 그 어떤 양보도 있을 수 없단다.

지구의 다른 쪽에서는 희망이 싹텄다.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건국이래 처음으로 흑인 대통령이 취임한 거야.
흑인들은 역사상 핍박받았던 아픔을 간직하고 있지. 그래서 온 세계는 이 사건을 진정한 민주주의의 승리이며 사람들이 서로를 편견없이 보듬기 시작한 발걸음이라고 보고 있어.

한 사람에게 너무 온 세계의 기대가 집중되어 오히려 불안하기도 하지만, 정치적 대립관계 속에 있던 사람들이라도 그 능력만 인정된다면 과감하게 기용하는 그를 보고 있자니 앞으로 그가 내뿜게 될 포용력의 마법이 엄마도 많이 기대되더구나.

윤우야.
윤우가 엄마가 배 속에 있을 때부터 계속 이야기해 왔지만,
엄마는 윤우가 생명과 자연의 소중함을 경건하게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이 세상에 이 우주에 보잘 것 없는 생명이란 있을 수 없으니,
그 빛나는 가치를 두려워할 줄 알고 그것을 파괴하려는 힘과는 당당하게 맞설 줄 알았으면 좋겠구나.

앞에서 좌절과 희망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우리가 꿈을 잃지 않는 이상, 이건 모두 희망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꺼야.

윤우가 컸을 때 이 세계는 아마 더 나은 세상이겠지.
엄마는 그렇게 믿는다. 세계는 성장하고 있다고. 그렇게 다시 꿈을 꾼단다.

우리 윤우는 꿈 속에서도 자라고 있을까?
희망찬 꿈을 꾸렴. 아가.

'엄마로 사는 이야기 > 아이들에게 쓰는 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첫 세상 나들이  (0) 2009.01.28
책을 읽으며  (0) 2009.01.22
너는 순수한 영혼인걸  (0) 2009.01.20
엄마의 고향으로  (0) 2009.01.19
첫번째 외출 시도!  (0) 2009.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