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부르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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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로 사는 이야기/아이들에게 쓰는 편지

함께 밤하늘을 바라보다.

고래의노래 2009. 6. 28. 09:08
언젠가 이야기했었지. 엄마, 아빠는 별이 만나게 해주었다고. ^^
윤우가 뱃 속에 있을 때 엄마, 아빠는 "우리 아기도 별을 좋아할까?" 하고 궁금해했었지. 윤우가 조금 더 크면 함께 별 관측을 나갈 생각을 하면서 행복하기도 했어. 그게 과연 언제가 될까. 우리를 이렇게 모이게 해 준 그 별 아래 우리 가족 모두가 모여 앉는 날이 언제일까 참 많이 궁금했었단다.

그런데 그 날이 생각지 않게 일찍 와버렸어!
어젯밤에 윤우와 엄마, 아빠는 처음으로 함께 밤하늘을 별 을 바라보았단다.

청주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랑 함께 아산 KT 수련관으로 1박 여행을 떠났지. 윤우 때문에 여러 관광지를 돌아다니지는 못하고 근처의 절 한 군데를 들러보고 절 근처 맛집을 간 것 말고는 계속 수련원에서 머물러야 했지만 오랫만에 할머니, 할아버지랑 함께 하는 여행이라서 엄마는 아주 즐거웠단다. 탁구도 치고, 500원 짜리 볼링도 치고, 정말정말 오랫만에 노래방에서 외할아버지 노래도 들을 수 있었어. (생각보다 너무 잘하셔서 놀랐음! ^0^)

윤우가 낯선 곳에서 쉽게 잠 들 수 있을까 걱정이었는데, 방의 불을 모두 끄고 찌지직거리는 텔레비전 화면 불빛에만 의지해서 과일을 썰어먹는 노력을 한 끝에 윤우를 겨우 재울 수 있었지. 하지만 한 방에서 모두 함께 자야하는지라 윤우가 잔 이후에는 모두 소곤소곤소곤~~~ 마치 옛날 수학여행 때 기분이 들었단다.

일정 온도 이상 올라가지 않으면 에어컨으로 틀어주지 않았기 때문에 밤에는 방이 무척이나 더웠어. 밖은 서늘했는데도 바깥 바람이 안으로 잘 들어오지 않는거야. 그래서 그런지 새벽에 깬 윤우는 갑자기 눈이 말똥말똥 잘 생각을 하지 않았지. 결국 엄마, 아빠는 곤히 주무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윤우를 유모차에 태우고 숙소 밖으로 나오게 되었어.

그런데 숙소 밖에서는 예상치 못했던 별들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더구나! 에어컨도 절약하는 KT인지라 수련관 정원의 가로등을 새벽에 모두 꺼버린거야!!! 3층 방 한 곳의 형광불빛만 아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하지만 정말 오랫만에 밤 하늘 가득한 별들을 볼 수 있었단다. 엄마, 아빠는 "우와~ 우와~"하면서 이리저리 별자리를 찾고 눈에 익숙한 성단을 찾기 바빴지. 윤우도 밤하늘의 별을 보았을까? 바닥의 조그만 티끌도 손으로 집으려 할 만큼 시력이 좋아지긴 했는데 멀리 별빛까지 볼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네.

별의 융단 속에 처음으로 함께 했던 우리 가족. 앞으로도 이런 기회 자주 만들자! ^_^

힘들고 지치고 짜증나는 일이 생길 때 별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사람이 되렴.
또 우주처럼 크고 대범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길...

오늘도 별들이 하늘에서 잠든 윤우를 내려다 보겠지.
잘자렴. 우리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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