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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먹.자> - 초간단약식 : 냉동실로 보내진 비운의 걸작! 본문

고래노래의 사는 이야기/밥은 먹고 살자

<밥.먹.자> - 초간단약식 : 냉동실로 보내진 비운의 걸작!

고래의노래 2012. 1. 15. 00:00
겨울은 간식의 계절! 나들이가 힘든 추운 날에는 집안에서 이것저것 간식을 해먹는 재미가 있다. 겨울이 시작되기 전 내가 룰루랄라~ 리스트업해 놓은 간식목록에는 각종 빵과 과자, 떡들이 가득 했다. 그런데 위치료를 다니면서 금식목록들이 늘어났고 그 목록 안에는 빵과 과자, 떡이 있었다. -_-;;;

안 그래도 입이 짧은 두 남자만을 위해 간식을 만든다는 건 보람없이 수고로운 일일 때가 많다. '맛있겠지'하고 내 놓은 요리를 몇 입 먹고는 멀찌감치 치워버리기 일쑤라서 남은 음식을 나 혼자서라도 '먹어 치울' 수 있게 일단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빵, 떡, 과자 금지령때문에 잔반 처리반 역할도 못하게 되었으니 힘들여 간식을 만들어도 곧바로 냉동실에 갇혀 언제 끝날지 모를 빙하기를 지내야 할지도 몰랐다. 실제로 지난 번에 포부도 당당히 만들어서 내 놓은 '과일설기'가 철저히 외면받고 지금 냉동실에 감금되어 있다. ㅠ.ㅜ 

그렇게 간식 만들기는 한동안 정체되어 있었다. 그랬다가 주전부리가 고픈 나머지 요리책을 뒤져 찾아낸 간식이 '약식'! 약밥이라고도 하는 일명 '밥떡'이다. 떡은 먹지 말라고 했지만 먹어도 좋은 음식 목록에 보니 찹쌀은 들어가 있다. 가루가 아니면 된다는 이야기인가? 그렇다면 딱 이거였다.  


재료
(2인분)
* 필수재료 : 찹쌀(1컵), 밤(4개), 대추(5개)
* 선택재료 : 잣(0.5)
* 약식물 : 설탕(1/2컵), 간장(1), 참기름(1), 계핏가루(0.1)

요리법
1. 찹쌀은 찬물에 3시간 정도 불려 물기를 빼고
2. 밤은 껍질을 깎아 성글게 조각내고, 대추도 씨를 빼고 깎아 잘게 잘라둔다.
3. 냄비에 물(1/2컵)과 설탕을 넣어 약한 불에서 설탕을 녹이고
4. 설탕이 녹으면 간장, 참기름, 계핏가루를 넣는다.
5. 밥솥에 불린 찹쌀과 밤, 대추, 잣을 넣고 준비한 약식물을 부은 뒤 고루 섞어 취사 버튼을 누르다.
6. 밥이 다 되면 뜨거울 때 모양틀에 꾹꾹 눌러 담은 뒤 굳혀 마무리.

왠일로 요리책에서 이야기한 재료가 다 있었다. 요리를 자주 하다보니 이제 슬슬 쟁겨두는 요리 재료들이 늘어나서 요리책을 보고 따라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 재료들은 다 있었지만 모양틀은 물론(;;) 없어서 커다란 그릇에 꾹꾹 눌러 담았다. 스치듯 보면 누룽지 또는 남은 콩밥 비주얼. ;;;

요리책 사진에 나온대로 동글게 빚어서 거실에 있는 남편과 아이 앞에 자랑스럽게 내 놓았다. 내가 한 입 먹어보니 나쁘지 않았다! 간이 약간 싱겁지만 그래서 더 담백한 게 썩 괜찮은 약식이었다. 그런데 남편은 무미건조한 얼굴로 몇 개를 집어먹다가 내가 "맛있찌?"라고 엎드리자 그제서야 "응, 맛있네"하며 절을 했고, 윤우는 내가 그릇을 내올 때부터 약식 겉모양만 보고 "나는 안 먹어!"라고 선언을 했다. 그러다가 내가 하도 맛있다고 난리를 치자(-_- 슬프구나) 호기심에 하나만 먹어본다고 하더니 "맛있다"라고 겨우 합격점을 주었다. 그럼 하나 더 먹을까? 하니 그건 아니란다. 췟!

내가 상상한 '간식이 있는 겨울풍경'은 이런 거였다. 창문 밖으로는 눈이 조용조용 내리고 아랫목에서 군고구마며 호빵, 호떡, 붕어빵같은 주전부리들을 오물거리는 한없이 평화롭고 나른한 풍경. 그런데 5살 남자아이가 있는 집은 여름이고 겨울이고 결코 이렇게 정적(情的)일 수 없다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아이는 춤추고 노래하고 괜히 몸을 부르르 떨며(왜 이래!!! T-T) 나에게 이리 와라 저리 가자, 이렇게 말해봐라 저 노래를 눌러봐라 장단까지 맞추길 요구한다. 그 사이에 나의 야심작들은 저 멀리 내 팽겨쳐져 홀로 서럽게 겨울풍경을 노래하고 있다.
그래도 오늘 간식은 내가 먹을 수 있는 것이었으므로 혼자 야곰야곰 맛있게 먹었다. 그랬지만... 결국 나머지들은 냉동실로 빙하기를 맞으러 보냈다. 아, 나의 간식들에게 이 겨울은 더 춥다, 추워!!!

** <밥은 먹고 살자>, 일명 <밥.먹.자>는 아기를 위해 요리혐오증을 벗어나고자 하는 초보주부의 눈물겨운(!) 투쟁기입니다. <2,000원으로 밥상 차리기 - 월간지>를 1년 목표로 따라합니다. 친절한 과정컷과 예쁜 결과컷 없고 오로지 처절한 인증샷만 존재합니다. -_-;; 자세한 설명은 http://whalesong.tistory.com/362 이 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