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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먹.자> - 올리비아의 치즈건포도 샌드위치 : 윤우의 첫번째 Dream food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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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먹.자> - 올리비아의 치즈건포도 샌드위치 : 윤우의 첫번째 Dream food

고래의노래 2012. 1. 8. 00:23
사탕과 과자 외에 먹는 것에는 도통 관심없는 5살 배기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먹일 때 스토리를 들이대는 방법만큼 좋은 것은 없는 것 같다. 이야기 속에 숨어있는 음식들은 뇌리에 남아 끊임없는 상상을 통해 미각을 자극한다.
나만 해도 그랬다. 처음 어떤 음식을 동경하게 된 게 초등학교 2학년 때 '천사소녀 새롬이'를 보고 나서였다. '샬랑얄랑 빙글뱅글~♬'로 시작되는 이 애니메이션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 만화영화에서 주인공 '유리'네 가게가 '크레이프'집이었다. '크레이프'라니!?!? 그 당시 한국에는 없던 그 신비의 음식에 대해서 얼마나 상상을 했었던지...결국 대학교 때 상경해 신촌에서 크레이프를 실제로 보았을 때의 그 감격이란!!!
이러니 엄마들이 뽀로로에게 빵과 케익 대신에 밥과 반찬을 먹이라고 항의했다는 게 이해가 간다. ㅎㅎㅎ 윤우가 좋아하는 타요는 전기충전차라 음식과는 완전 무관..-ㅂ-;;

윤우에게도 드디어 첫번째 '동경의 음식'이 생겼다. 올리비아의 '치즈건포도 샌드위치'가 그것!
그 유명한 말괄량이 돼지 아가씨, '올리비아' 말이다.

올리비아 식사 예절 배우기 - 6점
에밀리 솔린저 지음, 김경희 옮김, 가이 워릭 그림/효리원

이 책은 윤우랑 일주일에 한번씩 하는 교보문고 나들이에서 윤우가 직접 고른 책이다. 아이들은 어쩔 수 없이 선반에 전면으로 놓여져 있는 책들에만 관심을 보이는데, 이러한 상품구성은 대부분 베스트셀러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서점의 입김이 작용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숨어있는 좋은 책을 아이 손에 간택되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린이책 코너에 가면 장난감과 토이북, 스티커북이 거의 대부분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교보가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라는 모토를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책파는 장사꾼이라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는 공간이 '어린이책' 코너이다. 진정 어린이를 위하는 '어린이 서점'을 만나고 싶다. ㅠ.ㅜ

이런 이유로 안타깝긴 하지만 나는 교보에서 윤우에게 직접 책을 고르게 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이 날은 사려고 했던 책이 시리즈까지 죄다 '재고없음'이어서 아쉬운 마음에 한 권 고르게 한 것이다. 이번에 고른 책도 예전에 골랐던 '구름빵 - 엄마의 립스틱'과 마찬가지로 애니메이션북이다. 원작자가 그리고 쓴 것이 아니라 캐릭터 사용권을 내주고 탄생한 만화영화의 도서판.

이 책 또한 원작자가 손을 뗀 애니메이션북의 전형을 보여준다. '식사예절보다 맛있게 즐겁게 먹는 것이 최고!'라는 이 책의 주제는 어른도 한 눈에는 간파하기 힘들다. 그만큼 스토리 흐름이 부분부분 끊어지고 자연스럽지 않다. 그리고 최악은 역시, 글과 그림의 부조화!!! 창피한 이야기를 하면서 올리비아는 여전히 웃고 있고, 올리비아의 유머를 나무라는 프랜신 아빠도 자상하게 웃고 있다. 우울하게 걱정하는 프랜신도 여전히 싱글벙글. 원작자인 이안 포크너의 작품에서 돼지들의 표정은 훨씬 다이나믹한데 왜 이러한 점을 살리지 못했을까. 그림만 보고 상황을 판단하는 윤우는 특히나 등장인물들의 표정에 민감한데, 우울한 올리비아가 나오는 부분에서 "올리비아가 '아이 신나~' 그러나봐."라고 말해서 아주 난감했다.   

흥분해서 사설이 길었다. ^^;; 어쨋든 이 책은 윤우의 간택을 받았고 그 날 이후 베스트책이 되었다. 이제는 혼자서 줄줄 읊기까지 하는 이 책의 첫 장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오늘은 치즈 건포도 샌드위치야! 오이피클도 있네"라며 싱글벙글 미소를 짓는 올리비아. 윤우는 '도대체 어떤 맛이길래 쟤가 저렇게 좋아할까?' 싶은 마음이 들었나 보다. "엄마, 오늘 점심은 '치즈 건포도 샌드위치' 먹자!" 이러는 거다.
 
치즈 건포도 샌드위치라...생각해보니 못할 것도 없겠다 싶었다. 요리책에서 비슷한 레시피를 봐 둔 적이 있었다.

아이들 밥상이라는 코너에 나온 '동물 샌드위치' 오오오오...그래 생각은 좋지만 윤우는 아직 요리를 같이 할 나이는 아니니, 내가 저거 만들고 있다 보면 윤우는 못 기다리고 난리칠 꺼고 , 준비시간 대비 뱃속으로 사라지는 시간 비율이 나를 엄청 허망하게 할 게 뻔했다. 간단하게 가자...올리비아 샌드위치도 그냥 네모잖아. -ㅂ-/

 


집에 있던 감자를 급하게 밥솥에 넣어 따뜻하게 하는 사이, 피자 시켜먹다 남겨 놓았던 피클을 꺼내 잘게 썰었다. 그리고 치즈 두 장을 준비한 뒤 토스트기에 식빵 한 쪽을 너무 바삭하지 않게 구웠다. 따뜻해진 감자를 껍질을 벗기고 으깨, 다진 피클, 건포도, 마요네즈를 넣고 '샌드위치 소'를 만든 후 토스트 한 쪽에 하나씩 치즈를 얻고 샌드위치 소를 얹은 다음 다시 토스트를 덮고 꾸욱 눌러주면 끝! 어쨋든 치즈와 건포도, 오이피클이 들어간 게 중요하잖아? 나중에 고구마를 으깨서 한 번 더 해먹었는데, 이 때는 오이피클을 빼고 아몬드와 호두를 갈아서 넣었다. 달달한 고구마에는 고소한 맛이 더 어울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오른쪽 사진이 으깬 고구마 샌드위치~

"맛있다!"며 먹는다. ^0^ 사실 이 '으깬 감자 샌드위치'는 요리책 레시피대로 다진 양파까지 넣어 제대로 만들어준 적이 있었다. 그 때는 외면하더니만, 이것이 그림책의 힘이구나. ㅋㅋ 원래 이 그림책에서 메인 요리를 꼽는다면 '방울다다기양배추'일 것이다. 방울 토마토처럼 아주 작은 양배추. 오래 전에 마트에서 본 기억이 나는데, 요즈음에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미니 당근이나 낑깡처럼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살아남지 못한 것일까? 나중에 마트에 가서 '방울다다기양배추'가 있으면 한 봉지 사서 들이밀어 봐야겠다. ㅎㅎㅎ

아..오늘 점심은 이렇게 뚝딱 지나갔다. 어쨋건 고맙다, 올리비아.

** <밥은 먹고 살자>, 일명 <밥.먹.자>는 아기를 위해 요리혐오증을 벗어나고자 하는 초보주부의 눈물겨운(!) 투쟁기입니다. <2,000원으로 밥상 차리기 - 월간지>를 1년 목표로 따라합니다. 친절한 과정컷과 예쁜 결과컷 없고 오로지 처절한 인증샷만 존재합니다. -_-;; 자세한 설명은 http://whalesong.tistory.com/362 이 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