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부르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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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로 사는 이야기/아이들에게 쓰는 편지

자연과 함께

고래의노래 2009. 9. 9. 14:32
어제부터 윤우와 저녁 산책을 나갔다. 처음에는 저녁때쯤 되어 징징대는 윤우를 달래려고 시작한 건데, 오히려 엄마가 더 즐기게 되는 것 같아. 가을인듯 여름인듯 부는 바람도 좋고, 청명한 하늘 너머로 오랫만에 노을을 바라보는 것도 너무 좋구나.

불과 한두달 전만 해도 외출을 나가면 유모차에 푹 파묻혀 마치 삐진 듯이 뾰로통한 표정을 짓곤 했는데 이제는 확실히 윤우가 외출을 좋아하는 것 같아. 집안에만 있기가 답답한지, 심지어 현관문 앞 복도에만 나가도 좋아한다. 바람결에 손흔드는 나무와 지나가는 자동차 보는 것도 즐기고, 이사용 사다리차가 덜컹거리면 눈을 못떼고 지켜보기도 한단다. 저녁에 탄천에 산책가니 물흘러가는 것, 잠자리, 날아가는 새들 보느라 바쁘더구나. 손을 연신 뻗으며 "어, 어" 거린다. ^^ "저건 뭐예요? 너무 신기해요!" 라는 뜻이겠지?

자신의 손과 발을 탐색하고 그 쓰임에 집중했던 시기를 지나서 이제 바깥 세상으로 눈을 돌리게 된 것 같아. 엄마는 윤우에게 되도록 자주 자연을 접하게 해주려고 한단다. 발 아래로는 작은 풀벌레와 들꽃들부터 머리 위로는 반짝이는 별들과 솜사탕 구름까지, 우리가 그들과 함께 커다란 생명을 이루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걸 윤우가 가슴 깊이 느끼고 즐길 수 있으면 좋겠어.

윤우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엄마가 매미 소리와 빗소리를 들려주고, 길 옆에 핀 꽃들을 보여주며 속삭였던 것 기억나니? 그래서인지 윤우는 유난히 자연관찰 그림책을 좋아하는 것 같아. 아기 동물들에게 뽀뽀도 많이 해주고~ ^^

자연의 힘은 정말 놀랍단다. 우리 집 베란다 배수구에 깻잎이 자라났지. 거기는 뿌리를 내릴 자리도 마땅치 않은 정말 열악한 환경이었는데, 조그만 씨앗 하나가 강인한 생명력을 발휘한 거야. 아마 위층의 누군가가 깻잎을 그 쪽에서 씻는 사이에 씨가 떨어졌었나봐. 처음에 새싹이 돋아났을 때는 그게 어떤 식물인지 몰랐는데, 얼마 전 잠실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 2주갔다 온 사이에 정말 무성하게 자라있더라구!!!! 은은하게 풍겨오는 향기를 맡고서야 그게 깻잎이었다는 걸 알았어. 깻잎은 먹을 수 있는 향긋한 식물이야.

근데 생명은 또 다른 생명을 불러 들였단다. 깻잎 잎들이 하루가 다르게 사라져가는 걸 이상하게 여겨서 살펴보니, 통통한 초록 애벌레가!!!! 아니, 그 애는 또 어디서 온 걸까? 정말 신기하지?

자연의 강인함, 끈기, 겸손...우리 윤우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면 좋겠구나.
앞으로 윤우랑 엄마랑 아빠랑 자연 속에서 많이 뛰어놀고 배우고 느껴보자~~

꿈 속에서 윤우는 벌써 들판을 뛰어놀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