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부르는 노래

어렵게 어렵게 돌사진을 찍다. 본문

엄마로 사는 이야기/아이들에게 쓰는 편지

어렵게 어렵게 돌사진을 찍다.

고래의노래 2009. 8. 30. 22:18

윤우가 드디어 돌사진을 찍었다!!!

돌잔치를 하지 않고 가족끼리 식사로 대신할 예정이기 때문에 돌사진에 대해서 그리 급박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아무리 가족끼리라도 돌사진 앨범 하나 없으면 너무 썰렁한 분위기일 것 같아서, -_-;;;(얘기 거리도 너무 없고) 우리도 미리 찍기로 결정.

엄마가 개인적으로 "아이들이기 때문에 알록달록 반짝반짝" 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터라 수수한 컨셉으로 찍는 스튜디오를 찾고 있었는데, 마침 찾아낸 스튜디오가 집에서 차로 5분 거리였단다. ^^

요즈음 윤우는 한창 "엄마한테 껌딱지!" 모드가 되어 버려서 엄마가 3발자국만 떨어져도 징징징. 게다가 낮잠 자는 걸 무척 힘들어 해서, 엄청 피곤해 하면서 울기만 할 때도 많아졌지. 혼자서 윤우를 감당하기가 조금 두려울 정도.

스튜디오로 가기 전에 최적의 컨디션으로 만들기 위해 낮잠도 미리미리 재워두고 깨고 나서는 간식도 정말 듬뿍 주었는데...그랬는데..옷입히고 사진 찍으려 하니 돌처럼 굳어버린 아들래미. -_-;;;

미세한 짜증을 내면서 사진사와 바람잡이 언니의 정말 치열하고 눈물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입을 씰룩거리지도 않는다. "차라리 울어봐. 그것도 예쁘게 찍혀."라는 애기를 들을 정도로 무미건조...결국 설마 이걸 먹으랴 싶었지만 혹시나 해서 가져갔던 바나나 한 개를 해치우고 나서야 미세한 미소를 "조.금." 지어 주었어. 허나 그 약발도 오래 가지 못했고, 마지막 촬영 때는 스튜디오에 있던 사과까지 얻어먹으면서 어렵게 어렵게 버텼단다.

바람만 불어도, 공만 굴러가도 웃는 아기의 엄마들이 조금, 아주 조금 부럽기도 하단다. ^^;;
우리랑 있을 때면 윤우도 예쁜 미소를 보여 줄 때가 많지만 그래도 "무념무상"이라는 평가를 너무 자주 듣다보니, 밝고 활기찬 아이로 자라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안타까와 지곤해. 혹시 엄마의 밑바닥에 깔린 우울함이 아이에게 전염된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되고. 윤우에게는 항상 웃는 모습만 보여주려 했는데 순간순간 스치는 짜증을 혹시 윤우가 느꼈던 건 아닐까 싶어 미안하기도 하단다.

돌사진 이야기에서 너무 깊이 와버렸네. ^^;;

요즈음은 엄마가 생각이 참 많다. 윤우가 행복한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는데, 그 행복이란 어떻게 정의되어야 하는지부터, 그야말로 밑바닥에서부터 박박 긁으며 고민하고 있어. 이 고민의 과정에서 윤우와 엄마, 아빠의 행복이 반짝이겠지?

이에 덧붙여지는 또 한가지 고민이 있다면 이러한 육아 고민때문에 정작 윤우와의 시간을 음미하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것. -ㅂ-;;;;고민에 고민에 고민에 고민...  엄마 정말 못말리지? 히히

오늘의 주제였던 돌사진 이야기로 돌아가면,
하늘하늘 팔랑이는 하얀 캐노피 천 사이에서 웃고 있는 윤우는....정말 천사 같았단다.
존재만으로 엄마, 아빠를 웃음짓게 하는 우리 천사.

윤우 오늘 많이 피곤했을 꺼야. 피곤함이 싹 풀리는 개운한 잠을 자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