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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로 사는 이야기/아이들에게 쓰는 편지

윤우의 첫 좌절

고래의노래 2009. 2. 5. 14:34
어제 연습한 대로 아기띠를 하고 이른 아침에(9시 반이었지만...^^) 윤우와 함께 보건소로 출동~~~

처음 타보는 버스에 잘 적응할까, 찡얼거리지는 않을까 두근 반 세근 반이었는데, 윤우는 역시나 또 꾸벅꾸벅 꿈나라로 가더구나.

보건소에 도착해서 DTP와 폴리오 주사를 양 허벅지에 빵빵 맞았지. 주사약이 들어갈 때 약간 뻐근하다는 한 쪽 주사에 "엥~"하며 반응하더니 주사를 빼니 곧 잠잠해지더구나. 우리 윤우, 엄마 어릴 때처럼 주사 잘 맞는 아이가 되려나? ^^ 4개월째에 몸무게는 7.8kg 쑥쑥 자라고 있구나~ 윤우!!

그런데 오늘 보건소에서 밤중수유가 너무 잦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3번이면 너무 심한거라며 아무리 밤에 깨도 10분 정도는 토닥여서 다시 재우는 연습을 시키라고 하더구나.

안그래도 밤잠이 패턴없이 엉망인 상태인지라 다시 제자리를 찾는 연습을 해야하긴 했어. 게다가 오늘은 아빠가 조금 늦게 들어오시는 날. 아빠가 없을 때 눈 질끈 감고 한 번 연습시켜보자는 마음이 들었지.

8시에 밤잠이 들었는데 10시 20분에 깨서 울기 시작.
엄마는 윤우를 눕힌 채 윤우의 가슴을 계속 토닥이며 "쉬~쉬~" 소리를 내기도 하고 뺨을 쓰다듬어 주기도 했어. 하지만 윤우는 바로 폭신한 가슴을 내주지 않는 엄마가 원망스러웠는지 정말 서럽게 울더구나..ㅜ.ㅠ 계속 "괜찮아. 윤우야.. 괜찮아."하며 윤우에게 이야기해 주었는데도 그치질 않았어. 그렇게 20분을 힘껏 울다가 지쳐 잠이 들었다.

엄마는 결국 해냈다는 기쁨보다 생애 처음 맛보는 20분간의 긴 좌절의 시간이 혹시나 윤우에게 상처가 되지는 않았을까 걱정되고 안쓰러웠단다. 세상은 살아갈만한 따뜻한 곳이라는 걸 일깨워주기 위해서 윤우가 조금이라도 울면 얼른 달려가 안아주었었는데... 더군다나 오늘은 예방접종까지 맞은 날이어서 약간의 열도 있었는데, 그래서 엄마의 손길이 더 필요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다시 윤우가 밤잠에서 일찍 깬다하더라도 이렇게 울릴 자신이 없네.

아직까지는 윤우가 엄마를 부르는 단 하나의 방법이지. 우는 것.
그래, 엄마는 윤우 옆에 있을 께. 윤우가 슬프고 힘들다고 느낄 때 언제라도 안길 수 있게.

오늘은 특별히 더 따뜻한 꿈을 꾸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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