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부르는 노래

그 한 번의 성공을 기억해주렴 본문

엄마로 사는 이야기/아이들에게 쓰는 편지

그 한 번의 성공을 기억해주렴

고래의노래 2010. 11. 21. 22:28
윤우와 아빠를 백화점 6층 아동 매장에 있는 놀이터에 남겨두고 잠시 엄마 혼자 쇼핑을 했다. 20분 뒤 쯤 다시 올라와보니 윤우는 다른 아기들 등쌀에 이리저리 치이고 있었지.
 
커다란 자동차&기차 레일 테이블이 2개가 있고 그 위에 조그만 미니 카들과 기차가 있었는데, 윤우는 가지고 놀던 자동차를 매번 다른 아이에게 뺏기고 있었던 거야. 손에서 잠시 놓으면 다른 친구가 가져가는 건 물론 기본이고 손에 들고 있어도 누군가가 채갔다. 그럴 때마다 윤우는 엄마를 쳐다봤는데, 결국 윤우가 부딪히며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이기에 개입할 수는 없었구나.
 
난감한 표정을 짓던 윤우는 자기 장난감을 뺏어간 친구에게 다가가 두 손을 내밀며 "빌려주세요~"를 하더구나. 들은 체도 안하는 친구를 향해 정말 끈덕지게...
 
엄마는 윤우가 정말 대견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안쓰러웠어. 분명 윤우는 마음이 아플테니까.
 
오늘 저녁 뒹굴거리면서 윤우랑 하루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데 백화점 놀이터 이야기가 나오자 윤우가 "친구가 주황색 기차를 안줘서 슬펐어"라고 이야기했지. 역시 그랬구나.
참 어찌보면 별 것 아닌 일인데도 엄마는 내 자식이 슬프다니 속이 쓰리다. 우리 아기만 이런다고 뭐가 달라지나 싶고 저런 모습을 유지하다가 오히려 상처만 받고 피해만 입는 건 아닌지 잠시 걱정도 되었단다. 이래서 엄마들이 자식을 두고는 모험을 하지 못하고 남들 다 하는대로 하나보다 싶은 생각도 들었어.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끝까지 지키기 위해서 우리는 때로 큰 용기가 필요할 때가 있단다. 평화롭지 않은 방법이 쉽게 일을 해결하기도 하고, 잠시 눈가리고 원칙을 어기는 것이 당장의 만족을 주기도 하니까.
그래, 오늘 윤우의 "빌려주세요~"는 99% 실패였지.
근데 단 한 번 성공을 했었어. 윤우 또래 남자아이가 손에 들고 있던 빨간 자동차를 윤우에게 넘겨주었었지.
엄마는 윤우가 이 한 번의 성공을 몇십번의 실패보다 더 깊게 기억해주길 바랄 뿐이란다. 그 때 너과 그 친구가 느꼈을 작은 뭉클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