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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노래의 사는 이야기/하루歌

책임으로써의 살림력(力)을 키워가다.

고래의노래 2011. 9. 17. 22:37
  자취할 때 내 자취방은 각종 곰팡이와 벌레들의 천국이었다. 엄마가 고향집에서 주무시다가 내 방을 생각하면 잠이 안오신다고 할 정도. ^^;;  풍수의 기본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 '에너지의 흐름'을 믿기 때문에 잘 정돈된 환경 속에서 활기찬 삶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영 몸이 따로 놀았다. 
  그랬기에 여름에는 항상 초파리들과 함께였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너무 심해서 다용도실 쪽을 살펴보았더니 다용도실 구석구석이 초라피들의 번식장소가 되어 있었다. 비염기가 있어서 코를 훌쩍거리는 아들래미 둔 엄마로서 더 이상 두고 볼 수는 없는 일. 대청소는 물론 앞으로의 생활을 제대로 바꿔보기로 결심하고 하나하나 실천중이다.

우선 초파리들의 신혼집, 다용도실을 청소하고 정돈했다.

 

  락앤락 음식물쓰레기통을 산 뒤로 쓰지 않고 방치해서 뽀얗게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자리만 차지했던 루펜을 고물상 아저씨께 드리기로 결정하고 베란다로 귀양을 보냈다. 루펜이 떠나고 남은 자리로 쓰레기통을 옮기면서 세탁기 옆구리를 쓰레기통 모집소로 깔끔하게 카테고리화! 참으로 어이없게도 이제까지는 쌀통 옆에 쓰레기통을 두고 살았었다. -_-;;;
  쓰레기통을 옮기면서 쓰레기통 뒤에 있는 세탁기 배수구를 살펴보니 백만년 묵은 찌든 때가 문화재급! 우리 가족이 살았던 4년만에 만들어진 내공이 아니었다. 이건 그 전 세입자부터 쭈욱 이어져 내려온 특급 찌든 때였다. ㅜ.ㅠ 이지오프 뱅! 으로 완전 코팅을 하고 쫘악쫘악 벗겨냈다. 칫솔질로 구멍 사이사이를 세심하게 닦고, 다용도실 바닦도 박박 문질렀다.
  저렇게 정리하고 나니 초파리들이 모두 사라졌다. 다용도실에서 나던 냄새도 사라졌다. (당연...;;;)


두번째로 한 일은 욕실 실리콘 교체.

   욕실 실리콘에 곰팡이가 정말 잔뜩 껴 있어서 생활상식에서 이야기하는 대로 휴지에 락스를 묻혀서 둬보기도 했으나 전혀 변화가 없었다. '전세집인데 이러고 대충 살자~' 하고 포기했었는데, 전세 2년 연장 확정.;;
  곰팡이가 아이들 건강에 많이 안좋다는 이야기도 들려서 큰 맘 먹고 교체하기로 했다. 칼로 푹 찌르면 실리콘이 쫘악~ 하고 뜯어진다는 이야기에 시도했는데 여의치 않아서 결국 실리콘 제거제를 사다가 제거했다. 이틀이나 걸려서 실리콘 제거한 후 실리콘 건에 호기롭게 실리콘을 장착해서 짜보니..... 왠 걸, 나름 어렵다. ;;;;; 결국 덕지덕지한 모양으로 완성. 그래도 하얘졌으니 일단 만족이다.
  제거에 이틀, 새로 짜고 말리는데 하루가 걸려서 장장 사흘에 걸쳐서 완성한 작품. 이제 더 이상은 곰팡이는 없어야 하므로 실리콘 주변 습기 제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마지막 미션은 환풍기 기름때 제거!

  가스레인지 위 환풍기의 볼록한 부분에 기름때가 많이 끼어 있었다. 사실 남이 와서 처음 보면 기겁할 정도였는데, 우리는 매일 보는 거다 보니 둔감해져서 모르고 있었다. 입에 들어가는 음식을 만드는 주방인데 너무 센 세제로 벗기면 안 좋을 것 같아서 베이킹 소다로 씻어내니 잘 벗겨진다. 정말 심혈을 기울여서 빡빡 닦았는데...너무 깨끗해져서 뿌듯하면서도 민망했다.
  이제 환풍기 버튼을 누를 때마다 화들짝 놀란다. 누런 색이었는데...너무 햐얘져서...;;;;
  싱크대의 수채구멍도 음식물 쓰레기 버리면서 하루에 한 번씩 칫솔로 문지르고 있다. 이렇게 하니 부엌에 냄새가 안 난다. 부패한 음식물 찌꺼기가 덕지덕지인 수채구멍 보면서 인상 찌뿌릴 일도 없어짐.

  이 외에도 정리함으로 안성마춤인 플라스틱 반찬 용기들을 사서,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던 윤우의 장난감들을 분류해서 정리하고, 상자 속에 어지럽게 섞여 있던 공구들도 공구함을 사서 정리했다. 내 무릎이 망가진 후로는 전혀 하지 않았던 스텝퍼도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

  이제 남은 건 베란다 유리창 청소와 냉장고 청소. 그리고 책상 위 정리.
체하지 않도록 차근차근 해나가려고 한다. 집이 청결해지니 기분은 물론 마음가짐까지 달라진다. ^^
마지막 목표는 화장실 바닥을 물기없는 상태로 유지시키는 것이다. 이것이 안전상에도 좋고 곰팡이도 방지하고 또한 풍수적으로도 좋다. 근데 이건 청주 엄마급이 되어야 가능할 것 같긴 한데 꿈을 품어보자. 불끈!

  작년에 갑자기 정돈의 기쁨을 깨달은 뒤로 (http://whalesong.tistory.com/267) 두번째로 스텝업! 된 기분이다.
주부가 된 지 3년 반. 흔하고 뻔한 말인 '서당개 3년'의 '3년'이라는 기간이 괜한 것은 아닌가 보다.
살림의 잔 기술이 아니라 가족의 위생과 건강을 책임지는 '책임'으로서의 살림력(力), 즉 살림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생기는 듯 해서 기분이 좋다. 경력이 늘어날수록 내 역할과 업무(!)를 긍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날들이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