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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서태지한테 서운한 걸 어쩌라구! - 서운함에 죄책감 갖지 말자 본문

고래노래의 사는 이야기/하루歌

그래도 서태지한테 서운한 걸 어쩌라구! - 서운함에 죄책감 갖지 말자

고래의노래 2011. 4. 23. 00:18
   우연히 어제 그 기사가 거의 뜨자마자 보게 되었다. 그 기사를 읽고 난 후 조회수 기사 랭킹을 보니 이지아와 정우성의 공개 데이트가 2위인가 3위를 하고 있었다. 정말 충격적인 기사였는데도 어제는 꽤 담담했다. 다만 며칠 전부터 양현석이랑 서태지가 했다는 약속(사랑하는 사람이 생겨도 '결혼'은 하지 말자는...)이 계속 머릿 속을 맴돌던 차여서 '참 신기하네.'라고 오히려 내 '감'을 신통해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담담함은 아마 피를 보기 전에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과 같았나 보다. 오늘 사실 확인이 되고 게다가 밖에는 비까지 내리니 기분이 땅을 파고 들어갔다.
   게다가 '그가 결혼을 하든 말든 그건 그 사람 사정!' 이라는 이성과
'그래도 말해주었으면 했어!' 라는 배신감 사이의 괴리가 너무 커서 괴로웠다.

   서태지닷컴에 가입은 되어 있지만 활동을 하고 있지는 않다. 나는, 그가 우리에게 거리를 유지해 주기를 바랬다. 그가 자유를 바라는 만큼 더욱 더 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닷컴에서 오가는 그와 팬들의 대화는 지나치게 좁혀진 느낌이었고 그것이 나를 불편하게 했다. (드러난 사실을 보니 그는 우리에게 거리를 두고 있었던 것이 맞지만...)
   팬들에게 반말도 쓰지 않고 '마누라'라는 호칭도 사용하지 않았으면 했었다. 게다가 연인들끼리나 하는 질투 멘트는 더더군다나...그의 음악과 음악적 자유를 위한 활동에 같이 공감하며 이를 통해서만 소통되기를 원했던 거다. 
 
  그래서 혼자서 소심하게 거리두기를 하고 있었다. '대장'이나 '태지오빠'가 아니라 항상 '서태지'라고 이야기했고 그가 어디에 체류하건 관심을 별로 두지 않았다. 
  그렇게 잘 해왔다고 생각했는데도, 서운한 마음이 들어서 힘이 빠졌는데, 생각해보니 이 서운함 감정 자체가 거리두기의 결과인 것만 같다. 

   그가 은퇴를 선언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모두 나를 걱정했는데, 나는 무서우리만큼 담담했다. 그리고 며칠 뒤 그의 집 대문을 부수고 들어가 집기들을 훔쳐서 가지고 나오는 팬들의 모습을 뉴스에서 보고는 처음 펑펑 울었었다. 행여 그 모습을 그가 보고 실망하게 될까 무서웠기 때문이다. 감정 자체가 '내'가 아닌 '그'에게 맞추어져 있었다. 그가 기대하는 모습대로 느끼고 생각했던 거다.
   고등학생이었던 그 때와 비교해보면 지금 나는 그와 많이 거리를 두고 있다. 적어도 '내' 감정이 어떤지 살피고 인지하고 있으니까.

   혹시라도 이 글을 보게되는 서태지의 팬이 있다면 현재 닷컴의 분위기인 '훌훌털고 쿨해지기'(<됐고! 9집은?> 분위기)에 적극 동참하지 못하더라도 죄책감을 가지지 말자고 이야기하고 싶다. 심적으로 그와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실망했거나 나처럼 조금 멀어서 서운했더라도 지금 자신의 감정을 인정해주자. 남자친구가 야근을 해야해서 내 생일에 혼자있게 된다면 머리로는 납득하더라도 서운하고 서글플 것이다. 아기가 의도하지 않은 거라는 걸 뻔히 알지만 시도때도 없이 울고 보채면 분통이 터질 것이다. 머리로만이라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게 철저히 존중되어야 할 그의 사생활 문제라는 것, 그거 이해하지만...어쩌란 말이냐. 속이 상한걸! 당분간 속 좀 상하자.

   그한테 서운하면서도, 여고생이랑 사귀어서 20살이 되자 결혼하는 로맨틱함과 열정이 있었다는 점에 놀랍고도 마음이 놓였다. 이제서야 그가 사람답게 보인다고 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