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부르는 노래

[스크랩] 소셜 네트워크, 기술이 전부 아니다 본문

고래노래의 사는 이야기/웹 기획 이야기

[스크랩] 소셜 네트워크, 기술이 전부 아니다

고래의노래 2007. 9. 29. 20:31
“사람들은 과연 일자리를 어떻게 구하고, 사업상 협력 관계를 어떻게 형성할까?”

평소 이 질문에 궁금증을 가졌던 사람이 사회학자 마크 그래노베터가 1973년 발표한 연구보고서를 본다면 아마 깜짝 놀랄 것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인적 네트워크란 친구나 친척, 오랜 동료들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래노베터의 대답은 “아니오”이다.

그의 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은 직업을 구할 때 친구나 친척보다는 그저 일면식이 있는 사람, 또는 친구의 친구, 혹은 동창생들에게 도움을 받은 경우가 많았다.

물론 이 결과는 부분적으로는 조사에 응한 사람들의 인적 네트워크가 공고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래노베터는 “당신과 가까운 친구가 아는 사람은 십중팔구 당신도 아는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관계를 맺는다거나 필요한 정보를 물색할 때에는 그저 일면식만 있는 사람들이 밀접한 이들보다 더 좋은 가교가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때부터 32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수많은 기업들이 취약한 인적 네트워크를 강화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기술을 쏟아냈다. 독자들은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나 다른 사람들의 소셜 네트워크에 초대하는 초청장을 한 번쯤 받아봤을 것이다. 이 중 몇몇은 아마 어렴풋이 기억나는 사람들이 보냈을 수도 있다. 물론 본인도 마찬가지다.

언젠가 이런 초청장을 받은 지 한 달 뒤 우연찮게 곰곰이 생각해본 적이 있다. 그때 내가 143만 8500명 이상의 사람들과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 중 본인과 개인적인 친분을 유지하는 사람은 21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친구의 친구이거나 돈독한 친분이 있는 21명과 아는 사람, 그리고 이 아는 사람들과 다시 아는 사람들이다.

자, 소셜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사람들은 많다. 그러나 그저 알고만 지내는 이런 사람들이 진정한 가치를 가질 수 있을까? 과연 이렇게 알게 된 사람들이 일자리를 추천하거나 사업을 소개할 때 긍정적으로 반응할 것인가?

이러한 종류의 소셜 네트워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분명 “예”라고 답할 것이다. 그러나 몇몇 비평가들의 대답은 “아니오”이다. 느슨한 인적 네트워크 관리가 실제로 취약한 인적 네트워크를 더욱 약화시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근간이 되는 기술적 툴보다 이런 비평가들의 주장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물론 이 새로운 툴들을 이용해 주소록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스팸’을 발송하는 극단적인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런 행태는 바뀌어야 한다. 모든 신기술에는 그에 걸맞는 에티켓을 익히는 시기가 존재한다.

에티켓 학습 시기를 거치면서 우리는 영화관에서는 휴대폰 사용을 자제하며 ‘바이러스 경고’가 붙은 이메일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지 말아야 한다는 등을 깨닫게 된 것이다. 마찬가지다. 3년 전 한 컨퍼런스 행사장에서 교환한 명함만으로는 신뢰가 형성되지 않는 것처럼 네트워크의 신뢰 수준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자신의 네트워크로 다른 사람을 초대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먼저 물어보라. “이 사람이 과연 나와의 관계를 어느 정도 신뢰할 것인가? 내가 이 사람들의 이름 외에 또 알고 있는 것이 있나?”라고.

“아니오”란 답이 나왔다면 여러분의 초청장은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것이다. 그러나 초대하는 사람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고, 그 사람과의 관계를 확신할 수 있다면 호의적인 답변을 얻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여러분이 이미 갖고 있는 네트워크를 강화하려고 한다면 무엇보다 먼저 기술을 이용하는 방법을 고려해 보라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수많은 신기술이 쏟아져 나오면서 정보 전달 방식과 사업 관계 강화라는 부분이 더욱 편리해졌을지 모르지만 개인간에 의미있는 네트워크를 유지하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누군가와 연락을 취하고 싶을 때 여러분은 전화번호, 이메일, 사무실 주소, 집주소, 메신저, 인터넷 전화 등 최소 8개 정도의 연락 방법을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자주 바뀌지만 말이다. 우리의 친구와 동료들도 마찬가지로 이런 정보를 갖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다양한 신기술이 등장하면서 누군가와 연락을 취하기도 쉬워졌다. 여러분은 이제 ‘누군가와 연락’을 하고 싶을 때 언제, 어떻게, 어디로 하면 가장 좋은지 알고 있다. 친구나 동료들도 마찬가지다.

너무나 많은 방법이 있기 때문에 정작 필요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연락을 취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과거의 직장 동료가 새 회사로 자리를 옮겼을 때 축하 선물을 주문한다거나 대학 기숙사 룸메이트의 생일에 e카드를 보내는 것도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다.

소셜 네트워킹 기술은 훌륭한 툴이다. 그러나 다른 모든 강력한 툴과 마찬가지로 이것 또한 남용될 수 있다. 진정한 인적 네트워크는 그 내용과 서로가 투자하는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사람들과의 진정한 관계는 처음 관계가 형성된 메커니즘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

필자소개
벤 골룹은 온라인 연락처 정보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락소의 CEO이자 회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