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부르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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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감정이 나에게 주는 메세지

고래의노래 2017. 9. 27. 15:08

3. 우리의 감정이 우리에게 주는 메세지는 무엇일까요?

- 나는 주로 어떤 상황에서 쉽게 분노, 우울감, 짜증, 긴장감, 불안, 슬픔이나 서러움같은 감정에 사로잡히나요?
또 어떨 때 죄의식, 수치심, 열등감, 외로움, 의심, 공포를 경험하나요?
- 아이의 행동 , 말 중 유난히 거슬거나 나를 자극하는 부분이 있나요?
- 유난히 거슬리는 이미지나 소리, 냄새가 있나요?
- 어릴 때 속상한 일이 있으면(정서적으로 화가 났거나 몸이 다치거나 아팠을 때) 어떻게 했나요?
어른이 된 지금 격한 감정이 몰아칠 때 나는 어떻게 반응하나요?

* 우울감 & 외로움 & 슬픔 & 서러움
- 어떤 모임이 있는데 불려지지 않았을 때, 다른 사람으로부터 긍정적인 표현을 받지 못했을 때.
사랑받지 못한다고,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껴질 때.

* 불안 & 두려움
- 시간 맞춰 어떤 일을 해야만 할 때 시간을 과하게 자주 확인한다.
나에게 어떤 것에 대한 책임이 주어졌을 때 변수가 작용해서 상황이 변할까봐 그래서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해서 일을 망칠까봐 두려워한다. 즉,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지 못할까봐 불안해한다.
결국 일을 망치거나 약속을 어겨서 다른 사람들이 나를 부정적으로 판단할지도 모른다는 것이 불안과 두려움의 근원이다.

* 열등감
- 내 생각을 제대로 말로 표현하지 못할 때. 감정이 앞서서, 남이 내 생각을 이해해주고 내 감정에 공감해주기 원하는 욕구가 앞서서 조리있게 말이 나오지 못하고 어버버거릴 때.
내가 원하는 모습 그대로 사는 사람들을 볼 때. 또 그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은데, 그 사람들에게 나는 너무 평범해서 매력이 없을 것 같다고 여기며 다가서기 망설여지고 움추러 들 때.

* 분노
- 사소하게라도 나에게 사람들이 불친절하게, 함부로 대할 때, 무시당하는 느낌이 들면서 화가 난다.
또한 그 부당한 대우에 바보같이 대응하지 못할 때도 나 자신에게 화가 난다.
내가 주목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묘하게 감정이 상한다.

* 죄의식
- 아이들에게 별 것 아닌 일로 짜증내거나 화 냈을 때.
유일하게 아이들한테서만 느끼는 감정. 부정적인 에너지가 가장 흘러가기 쉬운 쪽은 나보다 약한 아이들이고, 그래서 당위성이 떨어지는 감정들을 의식적인 제어없이 쏟아내곤 한다. 그러고 나서는 내가 약자를 함부로 다루었다는 느낌에 죄책감이 든다.

* 나를 자극하는 아이의 행동
- 아이의 행동 중에 나를 자극하는 것은 계속되는 요구와 짜증. 이것은 깊이 들어가보면 사람들이 나에게 불친절하게 대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억울함'을 느꼈을 때라는 생각이 든다.  즉, 나는 잘못한 것이 없는데, 할만큼 하고 있는데, 심지어 신경쓰며 조심했는데 피드백으로 돌아온 것이 질타라고 느껴지고 나를 탓한다고 생각되면 분노하게 되는 것. 남편과 이야기할 때도 대화 중에 결국 이런 느낌이 들어서 내가 발끈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나를 탓하고 있는 것이 아닌데 탓한다고 여기고 화를 냈던 것임. 밑바닥에 깔린 억울한 정서가 있는 것 같다.
결국 자존감의 문제인 듯 하다.

그리고 내가 무언가를 하라고 이야기했는데, 제 때 하지않고 미적거릴 때 분노가 치솟는다. 내 이야기가 존중받지 못했다는 생각에서 그런걸까? 어제는 한시간 넘게 늑장부리며 밥먹는 둘째에게 너무 화가 나서 아이를 의자에서 끌어내 엉덩이를 때리고 거실까지 끌고가 내동댕이쳤다. 나 스스로도 어렸을 때 그렇게 밥 잘먹던 아이가 아니었고, 달달한 간식은 엄청 많이 먹어댔으며, 그만 먹는다고 할 떄 엄마에게 혼난 기억은 한번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밥과 관련해서 나는 아이들에게 왜 이리 너그럽지 못할까. 식사를 준비하는데 든 나의 정서적 에너지가 인정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걸까? 진지하게 그 근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매우 자주 반복되는데다가 격렬하게 올라오므로.

 <그림자> 모임을 시작하고 나서 다시 아이의 어떤 행동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되는지 이야기하는 기회가 있었다. 이 때 나는 며칠 전의 기억으로부터 '자신감없는 모습' '사회성 부족한 모습'이라는 답을 얻어내었다. 두 모습 모두 나에게 부족한 부분이며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 보다는 '부족하니까 분발하고 채워야해!'라며 안달하고 있는 것들이었다.


 어릴 때 나는 마음이 상하면 온 몸과 얼굴로 그것을 표현했다. 화난 상대가 엄마라면 큰 소리로 나의 입장을 이야기했고, 상대가 나와 가깝지 않은 사람이라면 대놓고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불편한 티를 팍팍 내어서 결국 옆의 사람들(주로 엄마)이 문제를 해결하게 만들었다. 예를 들면, 초등학교 2학년 때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는데 같은 병실에 나보다 어린 아이가 내가 보는 만화책을 보고 싶어했다. 엄마가 내 동의없이 만화책을 그 아이에게 빌려주었고, 나는 그 아이와 가족들 앞에서 빌려주기 싫다는 표현을 노골적으로 하며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웠다. 결국 엄마가 다시 양해를 구하고 책을 받아오셨다. 지금 생각하니 내가 엄마라면 많이 야단쳤을 것 같은데 엄마는 별 말이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도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오면 (그리고 그것이 정당하다고 생각되면 더더욱) 표현을 하는 편이다. 일단 얼굴에서부터 티가 아주 많이 난다. 그런데 대부분 내가 안전하다고 느낄 때 그렇게 하고, 나에게 해를 가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싶으면 애써 감추고 자리를 바로 떠버린다. 감정을 숨기고 온화하게 행동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가족과 그룹의 공식적인 모임자리,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부정적인 감정의 자연스러운 표현이 가능한데, 가까운 친구들에게는 의식적으로 감정을 걸러서 생각을 전하게 된다. (그들이 내 감정을 눈치채는 것과는 별개로)

 아픈 것도 티를 많이 내는데, 일단 내가 아프다는 것을 알린 후에 처치 과정 속에서 일어나는 고통은 참을성있게 견딘다. 어렸을 때는 울지도 않고 주사를 잘 맞아서 참을성이 많다는 칭찬을 매우 자주 들었다. 그래서 처치 중의 고통은 더 잘 견디려고 노력하게 되었는데, 그런 과정 속에서 이러한 것이 강화되었을 것 같다. 하지만 내 몸 컨디션 자체를 숨기지는 않는다.

 쓰고 보니, 내가 느끼는 감정들은 대부분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파생되는 것들이었다.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방식으로부터 나의 가치를 판단하거나 나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휘둘리고 있다.
그리고 나는 항상 최선을 다했다는 믿음이 있고, 그 믿음때문에 원망을 듣거나 책임을 묻는 듯한 상황이 벌어지면 억울하다 생각해서 분노하게 된다. '나는 항상 열심이고, 그래서 옳다'라는 이 강인한 믿음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학창시절에 친구들도 인정할만큼 모든 일을 열심히 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런 성향이 분노로 이어질 이유는 없는데. 계속 불안과 두려움에 떨면서도 그 상황을 바꿀 능력이 없었던 날들에 느꼈던 무력감이 날 억울한 감정에 취하게 만들었나? 내가 불행한건 내 탓이 아니라고 마음 속으로 미친 듯 소리치는 것 밖에 방법이 없어서 그랬을까? 생각이 복잡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