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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로 사는 이야기/모유수유 + 잠재우기

38개월 수면일지 + 밥먹이기

고래의노래 2011. 12. 13. 23:25
**수면일지**

- 포기하려던 낮잠을 다시


힘든 가을날을 지나고 윤우와의 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해 윤우의 욕구를 대부분 들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낮잠을 심하게 거부할 때는 낮잠을 강요하지 않고 건너뛰는 일도 종종 생겨났다. 그럴 때는 물론 일찍 밤잠을 자긴 하지만 밤잠까지의 시간동안 내내 긴장감이 계속 되었다. 낮잠을 자지 않은 채 외출을 나갔다가는 피곤함을 못이긴 윤우가 폭풍 짜증을 내서 나도 고생, 애도 고생이었기 때문에 오후의 일정은 모두 취소되곤 했다.

낮잠 여부에 따라 하루가 휘둘리는 상황이 계속되는 와중에 낮잠 시간을 다시 돌리게 된 계기가 있었다. 자동차를 타고 목적지까지 가는 잠깐 동안 아이가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면 재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윤우, 뭐야? 지금 자는 거야~~?"라며 윤우를 자극했는데 이 때마다 윤우는 오기를 부리며 애써 잠을 참았다. 그렇게 카시트 뒤에 머리를 기대지도 않고 졸다가 고개가 한 번 떨어지면 짜증을 내며 깨어나는 일이 빈번했고 그런 식으로 쪽잠을 자고 난 뒤에는 개운하지 않은지 몇 십분 동안 내내 울어서 달래기도 힘들 정도였다.

28개월 때 낮잠의 중요성을 깨달았으면서도 다시 한 번 이런 시행착오를 하고 말았다. 10개월이 지났어도 윤우는 아직 낮잠을 필요로 한다. 결국 절충안을 찾았는데, 일단 무조건 낮잠을 시도하다가 오랫동안 아이가 잠을 자지 못하고 나가고자 하면 억지로 누워있게 하지 않고 함께 나온다.

- 베갯머리 대화를 시작하다.

잠들기 전에 오늘 하루에 대해 물어보고 즐거웠던 일, 속상했던 일을 함께 떠올려 본다. 이제까지는 아이를 빨리 재우려는 마음이 너무 강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곤 했다. (눈 감아! 이제 자! 말 하지마! -_-;;) 가장 평온해야 할 순간에 윤우는 가장 긴장했을 것이다. 잘 때 자장가를 불러주거나 창작 이야기를 해주는 집들도 많은 것 같은데, 아직 그 내공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자장가는 몇 번 시도했는데 윤우가 부르지 말라고 했다. ;;;)

하룻동안에 있었던 일들을 하나, 둘 이야기하면서 되집는데 특히나 속상했던 일에 대해 조곤조곤 설명해주면 꽤 진지하게 듣는다. 눈 앞에 아무것도 안 보이고 장난감도 없는 상황에서 이야기만이 단 하나의 자극이니 집중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며칠 전에 윤우가 '욕심쟁이'라고 친구한테 놀림받은 상황에 대해서 친구의 마음, 윤우의 마음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가만히 이야기해 주니 내가 한 말을 다시 반복해 이야기하며 새겨 듣는 눈치였다. 사실 이 상황에 대해서는 윤우보다 내가 더 상처를 받았고 많이 속상했는데 윤우에게 이것을 말로 풀어주다 보니 내 마음도 잦아들고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윤우와의 관계 속에서 감정이 들뜨고 잦아드는 일이 빈번한 요즈음 베갯머리 대화가 오히려 나를 정리하는 시간이 되고 있다. 자기 전에 이렇게 아들과 나란히 누워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것도 앞으로 몇년 뿐이겠지.

**밥먹이기**

- 골고루 다 먹기 : 식판의 힘!

이제 내년이면 유치원에 가서 혼자 밥을 먹어야 하는데 아직도 떠 먹여 줘야 밥을 먹으니 어찌해야 되나 고민이 되었다. 여러 생각 끝에 식탁 환경에 변화를 주면서 윤우에게 혼자 먹기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 주고자 식판을 구매했다. 멀리 떨어진 반찬 그릇까지 가지 않아도 자기 앞에 반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으니 집어먹는데 훨씬 부담이 덜 할 것이라 생각한 거다.

아이들 식판이 참 인기가 좋은데 이제까지는 식판에 패인 반찬 웅덩이들이 너무 부담스러워서(-_-;;) 차마 시도를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예상 외로 반찬가짓수를 채우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일단 김치가 한 곳 먹고 들어가니까...흠흠) 허접하더라도 밥, 국, 3가지 반찬이라는 기본 구성이 완성되어 뿌듯하다. 그리고 일단 식판에 놓인 것들은 자신의 할당이라는 생각에서인지 아이가 다 먹는다. 덕분에 거부하는 반찬도 이제 많이 없어졌다.


혼자 밥을 다 먹는 경우도 가끔이지만 생겼다. 자기가 좋아하는 김치는 반드시 자기 젓가락으로 집어먹는다.
아직까지는 떠 먹여 주는 일이 훨씬 더 많은데 내년 3월까지 먹기독립할 수 있을까나...

- 잘 먹겠습니다! / 잘 먹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감사할 줄 아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다. 바로 눈 앞에서 선물을 주거나 호의를 베푸는 사람에게 '고맙습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거야 쉽지만, 여러 사람의 공력을 거쳐 완성된 물건과 음식 앞에서 감사의 마음을 가지기란 어려운 법이다. 먹는 것에 대해서 어렸을 때 내가 부모님께 배운 한 가지는 쌀 한톨에 들어있는 농부의 땀방울을 생각해서 밥을 먹을 때 싹싹 긁어 먹으라는 거였다. 어린 시절 배운 마음가짐이란 참으로 힘이 세서 아직도 밥그릇에 발풀이 덕지덕지 묻은 채로 식사를 마치는 사람을 보면 의아하게 생각된다.

'잘 먹겠습니다!'와 '잘 먹었습니다!'하는 감사의 인사를 나는 아이 때 연습하지 못했다. 이건 남편도 마찬가지여서 이제까지 우리 식탁 풍경은 참으로  조용하게 시작되었다. 그런데 이제 시작했다. 마음 깊은 곳에서 감사의 마음이 끓어오르지 않더라도 어렸을 때는 말이 먼저 시작되고 마음이 따라오는 경우도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잊지 않으려고 식탁 앞의 달력에 구호를 포스트잇으로 붙여 두었는데도 가끔 까먹는다. "잘 먹겠습니다!"하고 시작구호를 외치면 내가 "농부 아저씨, 어부 아저씨 고맙습니다~!"하고 덧붙인다. 씩씩하게 구호를 외치며 밥을 먹는 아이의 모습은 참 보기 좋다. 구호인사는 마치 즐거운 놀이라도 되는 양 남편과 내가 신나게 외친다. 밥 먹기는 참 신나는 일이라는 분위기를 내주려 하는데 아직은 과자와 사탕이 더 좋은 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