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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13장 누가 우리 지구를 대변해줄까? 요약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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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13장 누가 우리 지구를 대변해줄까? 요약

고래의노래 2017. 2. 22. 22:56

*요약
 인간은 기억을 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뇌를 진화를 통해 발전시켜 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호불신이라는 파충류의 뇌로 판단하고 전쟁을 일으키면서 인류를 스스로 대재앙의 기로에 세우고 있다. 현재 인류가 가진 무기기술은 인류 전체를 멸망으로 이르게 할 수 있다. 핵융합기술이나 레이더같은 전쟁에 쓰여지는 온갖 기술들은 우주탐구를 위해서도 똑같이 쓰여지는 것들이다. 우리가 앞으로 계속 생존해나가고자 한다면 우주 탐구를 통해서 스스로를 제대로 인식하고 국가라는 영역을 벗어나 인류 전체, 지구 전체를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 인류가 지금 처한 상황

 인류는 현재 위대한 모험을 앞두고 있다. 우리는 자신의 사고방식에 내재된 원시성을 잘 길들이며 우리의 원시적 두뇌가 내리는 일방적 지시와 대결함으로써 지구가 사람에게 걸어놓은 정신적 족쇄를 탈출하려 하고 있다. 또 인류는 다른 행성들로의 여행을 감행하는 한편, 외계에서 올지도 모르는 메세지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육체적 족쇄로부터 탈출을 꾀하고 있다. 정신적 탈출과 육체적 탈출은 상호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런데 우리는 전쟁수행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 인간은 상호불신이라는 최면상태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하나의 종으로서의 인류에 대한 염려같은 것은 아예 할 줄 모른다.

 히로시마에 투하된 핵폭탄의 파괴력은 겨우 13킬로톤이었다. 비키니섬에 쓰인 것은 15메가톤급이었다. 전면 핵전쟁이 일어나면 전 세계의 모든 도시에 히로시마에 떨어진 핵폭탄 100만개가 떨어지는 셈이다. 히로시마의 경험으로 미루어보건대 전면 핵전쟁에서는 1000억의 인명을 죽이고도 남을 것이다.
 핵 공격에서 비록 몇몇이 살아남더라도 그들은 쉽게 밖으로 드러나지는 않는 묘한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핵폭발은 지구 상층 대기의 질소와 산소의 결합을 촉진시켜 오존의 상당량을 파괴할 것이다. 오존층의 파괴로 태양 자외선이 지구 대기로 침투할 수 있고 그 때문에 지구 표면에 도달하는 자외선 양이 수년동안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지구 대기에 먼지의 양이 증가하면 태양복사의 유입을 막고 이것은 농업생산에 엄청난 재앙을 가져올 것이며 방사능 물질이 인체의 면역 체계를 온통 흔들어놓아 병에 대한 저향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어쩌면 퇴행성 돌연변이의 연속 속에서 가공할 신인류가 태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성격의 문제가 우리를 수없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사랑하는 이와의 사별, 엄청난 수의 화상환자, 온갖 불구자들, 각종 질병, 괴이한 전염병, 사산아와 장애아의 출산, 아무런 소득도 없이 자기파괴의 길을 걸어온 문명에 대한 허탈감, 이 모든 재앙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못한 데에 대한 자책감.


* 리처드슨 곡선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

 영국의 기상학자 리처드슨은 전쟁과 날씨 변화에 모종의 유사성이 내재함을 발견했다. 전쟁은 화해와 이해가 불가능한 증오심에서 비록되는 현상이 아니라, 일기의 변화화 마찬가지로 이해와 통제가 가능한 하나의 자연 체계라는 것이다. 그는 1820년부터 1945년까지 있었던 전쟁에 관한 자료들을 모두 수집했다. 그 연구에서 리처드슨은 주어진 규모의 희생을 초래할 전쟁이 발생하는데까지 걸리는 평균시간 간격을 추정했다. 희생자수로 전쟁 등급 M을 정의하여 높은 등급일수록 많은 수의 희생자를 낸 등급으로 분류했다. 연구 결과 희생자가 많은 전쟁일수록 그 다음 전쟁이 일어날 떄까지 긴 시간이 걸린다. 전쟁의 이러한 특성은 대규모 태풍보다 국지적 폭우의 빈도가 높다는 기상의 특성과 궤를 같이 한다. 리처드슨은 지난 150년 동안 벌어졌던 전쟁 자료로부터 다음 전쟁까지 기다려야 할 시간과 전쟁 등급 M과의 관계를 하나의 곡선으로 나타낼 수 있었다.

 사람을 죽이고 싶은 정도의 격렬한 분노는 아주 먼 옛날 진화과정에서 만들어져서 아직도 우리 머리 깊숙한 곳에 남아 있는 파충류의 뇌, 소위 노의 R-영역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한편 감정의 중재와 기억의 관장은 진화의 가장 최근 단계에서 발달한 포유류와 인간의 뇌, 즉 변연계와 대뇌 피질에서 이루어진다. 인류는 최근에 벌어진 세계적 불의와 지역적 불의를 행성 규모에서 어느 정도는 개선할 수 있게 됐다. 그렇지만 현대무기는 수십억의 인명을 한꺼번에 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자신의 성숙정도는 충분치 않단 말인가?
 지구 전역에 걸쳐 공포의 균형을 유지함으로써 핵전쟁을 억지하는 정책을 처음 시도한 나라는 아메리카합중국과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이었다. 양측은 이 정책의 성공을 위하여 결국 인류 전체를 볼모로 잡았다.


* 리처드슨 곡선


 오른쪽에 굵은 수직막대가 전세계인구이다. 1835년경에는 M=9의 전쟁이면 지구상의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었고 현재에는 M=9.7이면 충분하다는 이야기이다. 리처드슨 곡선이 이 수직막대와 교차하게 되는 날은 최후 심판의 날로 불러도 좋을 것이다. 인구증가율을 고려하여 수직선의 위치를 오른쪽으로 옮기면서 리처드슨 곡선을 미래로 간단히 외삽해 보면 대략 30세기쯤 가서 두 선이 서로 만나게 된다. 그러나 살인 과학 기술은 엄청나게 성장해버렸고 인류의 전쟁성향이 변했다는 증거는 없으니 리처드슨 곡선의 끝부분은 아래로 꺾여져야 한다. 곡선이 빗금친 부분으로 떨어지게 된다면 인류의 최후 심판은 겨우 수십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구의 군수산업은 비약적인 성장만으로 계속하고 있다. 외계에서 우주인들이 지구를 방문한다면 현재 지구 곳곳에서 진행중인 군비 경쟁의 당위성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나라마다 자기 나라를 위한다고 주장하는 인물이 누구인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슬프게도 인류 전체를 위하여 외쳐댈 사람은 지구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 포유동물의 특별한 행동양식

 포유동물들은 서로 비비고 끌어안고 얼싸안고 쓰다듬는 특별한 행동양식을 보인다. 파충류에게서는 이런 행동을 찾아볼 수 없다. 우리 머릿속에서 R-영역과 변연계가 휴전상태의 불안한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할로 부부의 원숭이 실험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사실을 가르져 준다. 피부접촉을 금한 채 키운 원숭이들은 우울하고 파괴적인 성향을 보였다. 신경심리학자 제임스 프레스콧은 문화 비교 연구를 통해 유아기에 피부접촉을 통한 애정표현이 발달된 문화일수록 폭력을 싫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폭력적인 성향을 가진 사회들은 주로 육체적 쾌락을 박탈당한 사람들로 구성된다고 한다. 어린이 학대, 성생활의 심한 억압 등은 인류의 평화를 해치는 죄악이다. 인류의 미래에 공헌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자신의 아이를 자주 껴안아주라.


* 우리기 취해야할 탐구 태도

 자연에는 신비와 경외의 대상이 아닌 것이 하나도 없다. 우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를 두려워하거나 있지도 않은 거짓 지식에 의존하려거나 인간이 우주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고 마음 속에 그리는 사람은 자신을 미신에 맡겨 헛된 위안을 얻으려는 자이다. 진정한 의미의 용기는 자신의 편견이 밖으로 드러나는 한이 있더라도 또 찾아낸 결과가 자신의 희망과 근본적으로 다른 모습일지라도 코스모스의 조직과 구조를 끝까지 탐구하여 그 깊은 신비를 밝혀내려는 이들의 것이다.

 과학할 때 우리가 지켜야 할 두가지 규칙이 있다. 첫번째는 신성불가침의 절대진리는 없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주장은 무조건 버리거나 일치하도록 수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 세상처럼 모든 것이 빨리 변하는 상황에서는 문제를 넓고 큰 맥락에서 보는 것이 재앙을 막아 낼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 이오니아와 알렉산드리아의 업적과 아쉬움

 우리가 현대에 와서 성취했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은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보다 먼저 살았던 4만여 세대에 걸친 우리의 선배들이 이룩한 업적에 그 뿌리를 대고 있다. 

 인류전체가 눈부신 과팍 문명에 큰 희망을 걸 수 있었던 시기가 단 한 번 2000년전 이오니아에서 있었다. 그 문명의 수혜자들은 300년 후 연구 기반을 알랙산드리아 구축했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그리스인 왕들의 지원을 받아서 건립되었는데, 모든 문서들을 복사본으로 만들어 보관했으며 희곡작품을 금은보다 귀히 여겼다. 프톨레마이오스 왕조는 과학연구를 장려하고 재정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에라토스테네스는 지구의 크기를 정확하게 계산해서 지도에 담았고, 히파르코스는 별의 탄생과 죽음을 말하며 최초로 별의 등급과 위츠를 기록한 도표를 만들었다. 유클리드는 기하학 교과서를 썼으며 갈레노는 치료와 해부에 관한 책을 썼다. 알랙산드리아의 거리는 하루도 빠짐없이 상인, 학자, 여행객들고 넘쳐났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융성하던 전 시기를 통하여 과학자들이 정치적, 경제적, 종교적 주장이나 가정에 도전했다는 기록이 단 한 건도 없다. 그들은 별의 영구 불변성을 의심했지만, 노예 제도의 정당성에 대해서 단 한 번도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그러므로 과학적 발견과 지식은 일분 기득권층의 소유물이었다. 기계와 공학의 발견들은 오로지 무기의 성능을 향상시키는데 쓰였을 뿐이거나 왕의 흥미를 자극하고 미신을 부추기는데 쓰였다. 과학자들은 기계가 사람을 노예의 상태에서 해방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고대의 위대한 업적이 대부분 실제로 응용되지 못하고 잊혀졌으며 이렇게 됨으로써 지적 발전의 정체, 비관주의와 신비주의의 확산에 반할 수 있었던 어떤 기제도 없었던 것이다.


* 우주 역사라는 신화

 엄청난 대폭발 이후 텅 빈 공간에는 수소원자들만이 있었다. 그러다가 밀도가 높은 지역들이 생겨나고 큰 기체덩이들이 방울방울 생겼다. 그리고 그 덩어리들 안에서 에너지에 불을 당길 수 있는 핵융합반응이 시작됐다. 그렇게 만들어진 1세대 별들로 인해 비로소 우주는 빛으로 넘치게 되었다. 별 깊숙한 곳에서는 수소가 타고 남은 재에서 수소보다 무거운 원소들이 합성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무거운 원소가 행성과 생명의 기본 모체가 됐다. 1세대 별들이 수명을 다하여 폭발을 일으키며 원소들을 공간에 되돌려 주었고 이 공간에서 2세대 별들이 태어났다. 2세대 별들은 처음부터 무거운 원소들을 갖고 태어났다. 그 별들 옆에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기에 질량이 적은 방울들이 행성으로 태어났다. 그 중 철과 돌로 된 작은 세계가 지구이다.
 지구는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내부의 기체를 외부로 방출했고 이렇게 해서 원시대기와 최초의 바다가 생겼다. 태양광선으로 기상형상이 생기고 화산이 터지면서 원소와 분자들은 서로 떨어지고 붙으며 새로운 분자들을 형성했다. 원시바다는 그 새로운 분자들이 녹은 국물로 변해갔다. 이 국물 안에서 분자들은 서서히 복잡한 화학반응을 통해 자기 복제를 하기 시작했다. 그 후 단세포 식물의 진화로 생물은 스스로 에너지원을 생산해낼 준비를 했다. 광합성의 시작으로 지구 대기 성분은 극본적으로 바뀌었다. 암수의 성구별도 이루어졌다. 단세포 생물은 다세포 군체로 진화했으며 감각기관을 갖게 되었다. 그 후 자연선택이라는 진화과정을 거쳐 인류가 탄생하고 문명을 이루게 되었다.


* 우리가 멸종을 넘어 생존을 선택하려면

 인간은 휘귀종인 동시에 멸종 위기종이다. 우주적 시각에서 볼 때 우리 하나하나는 모두 귀중하다. 오늘날 우리는 인류도 더 큰 집단의 한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서서히 인식하기 시작했다. 충성의 대상은 초강대국이라 불리는 조직으로까지 확대됐다. 초강대국은 문화와 인종적 배경을 달리하는 사람들이 공동의 목적을 위해 어느 정도 함께 노력할 수 있는 사회이다. 현대는 충성의 대상을 인류 전체와 지구 전체로 확대해야 할 시대이다. 그래야만 우리가 하나의 생물 종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인류가 핵정쟁의 위협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면,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다음의 두 가지 업적으로 후대에 길이 기억될 것이다. 과학 기술이 겨우 사춘기적으로 발달한 단계에서는 자기파괴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무척 어려웠음에도 자기 파멸의 위험을 용케도 모면할 수 있었다는 사실 하나와 별을 향한 탐험이 바로 이 시기에 시작됐다는 사실 하나다.
 행성에 탐사선을 보내는 데 쓰이는 로켓과 똑같은 로켓 추진체가 핵탄두를 적국으로 날려보내는 데에도 쓰인다. 적의 미사일 공격에서 자국을 보호하는데 쓰이는 전파 기술과 레이더 기술이 행성 탐사용 인공 위성을 유도하고 제어하는 데 그대로 쓰일 뿐 아니라, 외계 문명으로부터의 신호를 검출하는데에도 아주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행성과 항성의 탐사가 계속될수록 인류 우월주의는 뿌리째 흔들리고 말 것이다. 우주 탐사는 지구에 사는 인류전체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전 지구적 핵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진정한 의미의 군축시대가 온다면 그 때 비로소 인류의 우주 탐험 노력이 강대국들의 방대한 군수산업을 흠결없는 평화의 산업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바이킹 우주선을 화성에 보내는 데에 든 경비나, 보이저 우주선을 외행성계로 보내는 데 필요한 총 예산이 1970~80년에 구소련이 아프가니스칸을 침공하는데 소요한 경비보다 적다.

 인류는 우주 한구석에 박힌 미물이었으나 이제 스스로를 인식할 줄 아는 존재로 성장했다. 별에서 만들어진 물질이 별에 대해 숙고할 줄 알게 됐다. 우리는 종으로서의 인류를 사랑해야 하며, 지구에게 충성해야 한다. 아니면, 그 누가 우리의 지구를 대변해 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