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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로 사는 이야기/아이들이 자란다

대안학교 학부모로 살기

고래의노래 2015. 7. 7. 19:15

아이를 키우며 수많은 선택을 하게 된다.
어짜피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지만 육아과정에서의 선택은 그 무게가 다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8살 부모들이 할 수 있는 여러 선택 중 우리는 대안학교로 길을 틀었다.
선택에는 기대가 있기 마련이다.
이 학교에 아이를 보내며 내가 바라는 미래의 아이 모습이 나도 분명히 있다.
아이가 자신의 삶에서 진정한 의미와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사회에서 홀대받는 직업을 갖더라도 소명의식을 갖고 기쁘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그런데 만약 어른이 된 아이가 그런 모습이 아니어도 나는 짐짓 실망하거나 아이를 닥달하지 않을 수 있을까.
긴 육아의 끝에서 나는 아이가 어떠한 모습이건 내 선택의 기회비용을 따지며 한탄하거나 그로 인해 흔들렸던 나의 삶까지 끌어내 아이에게 보상을 요구하는 뻔뻔함을 보이지 않을 수 있을까.
게다가 내가 경험하지도 못한 채로 아이를 위해 한 이 선택이 아이를 힘들게 하는 건 아닐까.
내가 겪지 못한 그 환경에서 아이가 힘든 일을 겪는다면 나는 과연 인생의 선배가 되어 조언할 수 있을까.

고백하자면 공동육아를 선택할 때도 내 마음 속에는 아이에 대해 기대하는 바가 있었다.
자연을 사랑하는 아이, 놀이감이 없어도 스스로 놀이를 만들며 산을 뛰어다니고, 처음 보는 친구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권위에 짓눌리지 않고 어른과 당당히 소통하는 아이...

하지만 윤우는 지금 전혀 다른 아이이고 그걸 확인하는 내내 나는 속이 쓰렸었다.

아이를 키우며 아이가 어떠한 모습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결과에 대한 속박이 아닌 육아과정에서 일어나는 순간적인 판단에 도움을 주는 기준만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위험한 선택에는 그만큼의 보상심리도 있을 것이다.
그 자연스러운 욕망을 잘 견제하면서 선택에 대한 기대는 그 과정 안에서 찾아가야 하겠지.

인생은 여정일 뿐 인생의 결과가 어떠했느냐는 어느 시점에 누가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 점을 잊지 않으며 아이가 성장했으면 하는 모습으로 내가 살면 그 뿐, 아이의 인생으로 가슴치는 어리석은 일은 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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