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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로 사는 이야기/아이들이 자란다

마음 주머니

고래의노래 2013. 11. 25. 21:05

"어..어.. 마음 주머니가 점점 작아지네~~!"

 

물병에 붙어있는 스티커 떼지말라고 물병을 손 안닿는 쪽으로 옮기자 자기 손에 닿는 락앤락 뚜껑의 스티커를 '의도적으로' 만지작거리길래 내가 한마디했다. 그 말을 듣자 조금 움찔하는 듯 했지만 여전히 손은 스티커 위. 결국 내가 눈에 더 힘을 주고 나서야 윤우는 손을 떼고 제자리에 앉았다.

 

지난 주말, 친구의 3살짜리 동생에게 쪼잔하게 구는 윤우를 보고 다른 아이 엄마가 '마음주머니' 이야기를 했다.

"윤우 마음이 커져야 멋진 7살 형님이 될텐데~~ 동생한테 친절하게 할까?"

어른들 눈에만 보인다고 설명한 '마음주머니'가 생각외로 먹혀들어갔다. 그 날 이후 나는 '엄마 말 안들으면 마음주머니 작아진다.'는 말로 계속 위협을 가하고 있던 터였다.

 

조금 지나자 윤우가 나에게 물었다.

 

"엄마, 나 마음 주머니 얼만해?"

집게 손가락과 엄지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고 그걸 조금 줄인 다음 내가 말했다.

"음...이만한데?"

"그럼 윤서 마음 주머니는?"

이번엔 집게 손가락과 엄지 손가락으로 큰 동그라미를 만들었다.

"이만하네."

 

적어도 항상 윤서보다는 마음주머니가 크다고 이야기했는데, 이번에는 윤서보다도 작다고 하자 윤우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러더니 곧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다. 에고 이런!

 

당황해서 내가 말했다.

"윤우가 마음주머니가 작아졌다고 하니까 많이 실망했구나... 괜찮아. 윤우는 착하니까 다시 착하게 행동하면 마음주머니가 금방 커질꺼야."

"지금은?"

"지금...뭐 아무것도 안 했는데 금방 커지나? 걱정마. 내일 많이 커질꺼야."

 

아무리 내일을 기약하며 달래도 눈물이 쉬이 그치질 않는다.

 

"여기 엄마 옆으로 와 봐. 엄마 안아줄래? 와~~~ 윤우가 엄마 안아줬더니 마음주머니가 커지는 소리가 들리네?"

"정말?"

"응! 와! 윤우가 웃으니까 더 커지네!!"

"이제 얼만해졌어?"

"이만해! 윤서보다 커!"

"히히히"

 

마음주머니가 커졌다니까 녀석은 금방 활짝 웃었다.

 

"마음주머니가 커졌다니까 너무 기분이 좋아~~~~"

"이렇게 즐겁게 행복하게 웃으면 더 커질꺼야."

"정말? 나 계속 웃을래~~~ 히히히히"

 

사소한 일에 울고 웃는 윤우. 아이답게 순수하다.

 

잠자리에 누워 같이 하느님께 기도를 드렸다. 윤우가 엄마 말을 안들어 잠시 마음이 작아졌었지만 즐겁게 웃어서 다시 커졌노라고, 내일도 친구들과 재밌게 행복하게 지낼테니까 마음 더 커지는거 지켜봐달라고 말이다.

 

"마음주머니가 커져서 너무 좋아~~"

어둠 속에서 얼굴 가득 함박웃음을 지으며 잠으로 곯아 떨어지기 전 다시 한 번 이야기한다.

 

요 며칠 내가 윤우에게 한 행동은 윤우가 3살짜리 동생에게 한 행동보다 더 옹졸했다.

내 기분에 따라 아이에게 모든 감정을 토해내고는 돌아서서 후회하고 아이에게 사과하는 일이 많았다.

 

내 마음 주머니는 과연 윤우보다 클까?

아이 둘이 모두 잠들고 난 후 하느님께 나만의 기도를 올렸다.

엄마의 마음주머니도 넉넉하게 키워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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